원자력과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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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과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한 대화
  • 한국원자력신문
  • 승인 2017.02.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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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정현걸 경주시고준위핵폐기물공동대응위원회 집행위원장
지난 9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대한지질공학회, 대한지질학회, 한국암반공학회, 한국원자력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를 위한 유관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원자력과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한 대화’를 이란 주제로 열린 특별세션에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정현걸 경주시고준위핵폐기물공동대응위원회 집행위원장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정책에 필요한 국민수용성에 대해 발표한 고견을 지면에 담았다. <편집자 주>

원자력과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한 핵심 키워드는 바로 ‘진정성’이다. 정부나 사업자 측 모두 수십 년 동안 원자력 사업을 추진하면서 진정성이 없었다. 그래서 정부와 사업자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매우 뿌리 깊다.

약속 위반에다 ‘책임 떠넘기기’가 비일비재했고, ‘뜨거운 감자’에 대해서는 역대 정부마다 ‘폭탄 돌리기’를 해왔다. 중‧저준위방폐장 유치 당시 정부와 한수원이 약속한 유치지역 지원사업이 10년이 넘은 아직도 지지부진하고 경제적 시너지 효과 또한 크게 미흡하다. 지원사업비도 4조 원 이상 깎였고, 이행률도 50%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방폐장을 유치하면 월성원전에 있는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2016년까지 반출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선행돼야 고준위방폐물 관련 현안을 제대로 풀 수 있다.

앞으로 정부와 한수원, 원자력환경공단은 진정성 있는 대화와 행동을 해야 한다. 스웨덴의 방사성폐기물관리회사인 SKB는 영구처분장 부지로 포르스마르크를 선정하고 처분장 건설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나흘 뒤여서 스웨덴의 반대여론이 만만찮았다. 그럼에도 2년 만에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처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중‧저준위방폐장을 건설하는 데만도 무려 19년을 소요했다. SKB의 부사장의 말에 의하면 약 2년 동안 1만1천 회 이상 주민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일방적인 설득이 아닌 진정어린 대화의 시간을 가졌고, 마침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냈다고 한다. 이런 게 바로 ‘진정성있는 접근 방식’이다.

원전이나 방폐장의 안전성 문제도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로만 접근해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이 아니라, 주민의 입장과 관점에서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해소해 줘야한다.

주민들이 삼중수소방사능 피폭 문제나 갑산성암 발병률이 높은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아직도 한수원의 일부 관계자는 “삼중수소 피폭이 극히 미량이어서 인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니까요!” 라든가 “원전지역의 갑상선암 문제는 진단율이 엄청 높아지니까 발병률도 높아진 거지 삼중수소 피폭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니까요!”하는 식으로 마치 주민들이 무지하다는 투로 답답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설령 미량이라 하더라도 삼중수소가 체내에 축적되고 있는 데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과 찜찜함에 대해 공감이 우선돼야 하고,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는 <역지사지>가 필요한 데도 주민들이 억지주장이나 펼친다는 고압적인 태도가 여전히 있는 것이다.

경주 중‧저준위방폐장의 안전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일로가 튼튼하게 지어진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1일 2500톤가량 유출되는 지하수가 문제다. 사일로 폐쇄 이후에 지하수 펌핑을 하지 않게 되면, 사일로가 결국 물에 잠기게 되고 지하수 유동으로 점차 방사능이 지표면이나 바다로 누출됨에도 운영기간인 5,60년 동안만 펌핑을 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안전불감증’의 극치이다. 최소 100년 이상 최대 300년까지 지하수 펌핑을 해야 한다.

원자력지역 지원사업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지역의 정치권이나 각종 단체장, 말발 센 유지들에게 특혜성 자금이나 행사비를 지원하고, 경제적 이권이 걸린 각종 사업을 챙겨주는 일이 많다 보니 정작 대다수의 주민들은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는 결과를 초래해왔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불평‧불만이 쌓이게 되고, 원자력에 대한 여론조사나 설문조사를 하면 부정적인 결과가 높게 나오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월성1호기 계속운전’에 대해 경주시민 70%가 반대했고, ‘방폐장 유치가 경주발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만족 29%, 불만족 57%, 보통 14%로 나타났다.(영남일보 2015년 3월 경주지역 여론조사)

어찌 보면 이런 결과는 정부와 사업자 측의 자업자득이다. 원자력사업을 쉽게 쉽게 추진하려고 일부 지역 인사나 유지들에게만 특혜를 주고, 갈등이 생기면 모든 것을 금전 보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니 이제 부메랑된 것이다. 그래서 일부 단체는 트집을 잡을 건수가 생기면 반대 목소리부터 내놓고 물밑으로 협상을 하려 든다.

한수원은 수십 년간 주변지역에 엄청난 지원을 했다고 항변하지만, 도로 포장이나 특정 단체의 행사비로 대부분 쓰이는 바람에 정작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리복지 증진도 없었고, 소득 증대 효과도 별로 없었다. 마을 도로 포장이나 도로 개설은 정부나 지자체 소관임에도 이런 데 지역지원 사업비를 그동안 너무 쏟아 부었다.

앞으로는 시스템을 바꿔서라도 사업자가 원자력지역 주민들의 복지복리 증진과 소득증대를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 다시 말해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시행과정에서 지역과의 합의와 구체적인 사항에서 조율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각 가정에 난방 도시가스 설치, 원자력병원 운영, 그리고 원자력주변지역 주민을 위해 시설이용료가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노인요양병원과 장례식장을 운영한다면 주민들이 환영하리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고준위방폐물 관리계획 법안’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 문제에 대해 제언을 한다면 정부법안과 대체법안의 특장점을 최대한 수용하여 합의된 법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 문제를 정부가 일관성 있게, 꾸준하게 추진해야 한다. 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은 정부와 한수원의 밀어붙이기식 추진이 아닌 ‘안전성 확보와 주민수용성 확보’ 두 가지가 모두 선행된 후에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