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지수 한국과학기술대학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대학원생
日 도호쿠대학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후쿠시마 원전 노심용융 처리기술 실습

[원자력신문] “일본 도호쿠대학의 다원물질과학연구소에서 진행된 (기초‧고급)핵주기실험실습은 그동안 국내에서 경험할 수 없던 현장 감각을 키우고 ‘후행핵주기 연구자’라는 새로운 목표를 품게 했다.”

한국원자력협력재단에서 추진하는 원자력 글로벌 연구자 육성프로그램 ‘기초‧고급 핵주기실험실습’은 사전교육부터 현장실습, 그리고 토론발표까지 체계적인 준비와 지원으로 학생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는 3월 한국과학기술대학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을 앞두고 있는 김지수(사진)씨는 2016년 상‧하반기 두 번에 걸쳐 참여했던 ‘원자력 글로벌 연구자 육성프로그램’에 대해 “연구를 해보고 싶다, 또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해준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원자력에 대한 규제가 많다보니 실험실습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다. 실험실습을 한다고 해도 수동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보니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원자력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일 때가 많다.

“실험실습의 기회가 적다보니 연구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고 현장에 바로 투입된다 하더라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밖에 없는 터라 해외실험실습을 참여하기 전까지 연구자로 꿈꾸지 않았다”는 지수씨는 해외실험실습을 통해 연구에 재미를 느끼게 됐고 이를 통해 핵주기를 연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까지 갖게 된다. 덕분에 취업이라는 한 가지 진로만 바라보던 과거와 달리 대학원 진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찾게 된 것이다.

그는 “해외실험실습을 경험해보니 상대적으로 국내 연구 인프라에 대한 한계가 절실히 느껴졌다. 그래서 더없이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으로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 몫까지 수행하려고 열심히 연구 활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사전 교육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초 핵주기 실험실습의 최우수 참가자로 선정됐지만 “사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실험실습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며 “국내는 실험위주의 수업이 거의 없으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후쿠시마 원전 견학, ‘안전 최우선’ 마음에 새겨
지수씨가 일본 도호쿠대학에서 참여했던 실험실습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노심용융된 핵연료의 재처리 기술개발 실험 등으로 원자력 전공자라면 꼭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실습이다.

그는 “마침 일본에서 실험실습 기간 동안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을 견학할 수 있었는데, 언론을 통해 접했던 후쿠시마 원전을 직접 방문한다고 하니 사실 겁이 났지만 막상 후쿠시마 원전을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했다”면서 “일본의 지속적인 사고수습 노력으로 현장은 상당한 복구가 진행돼 있었지만 원자력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연구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새기는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지수씨는 국내 후행핵주기 전문가들과 파이로프로세싱의 각 공정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이어갔던 기억에 특별했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은 고온(섭씨 500∼650 ℃)의 용융염을 이용,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 등 유용한 핵물질을 분리해내는 기술로 공정 특성상 플루토늄의 단독 회수가 불가능해 핵확산저항성이 뛰어난 선진 핵연료주기 기술”이라면서 “국내 최고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에서 전문가들에게 파이로 프로세싱의 각 공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사실 흔치 않은데 너무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언급했다.

또 “기초핵주기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부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생소한 분야였지만 사전 강의 등 꼼꼼하게 챙겨주셔서 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UNIST와 경희대에서 전공교수들이 해외실험실습에 함께 참여해 실험 과정 내내 학생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나의 지적호기심’을 무한대로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수씨가 후행핵주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4년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 참여했던 ‘제1차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대학생 토론회’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후행핵주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당시 토론자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후행핵주기가 가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됐고 특히 토론회에서 공격적인 질문을 하던 법대생과 교수진 사이의 논쟁을 보며, 누군가 자신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과연 대답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그렇게 후행핵주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지수씨는 자료조사나 다큐멘터리 시청 등을 통해 부족했던 지식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로도 관련된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서 후행핵주기에 대한 부족한 지식을 채우는데 힘을 썼는데,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주관 ‘제6회 방사성폐기물 경진대회’에 참가하여 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얻었다. 부상으로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들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시설을 견학하며 후행핵주기 정책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됐지만 목마름이 있었다.

지수씨는 “한국원자력협력재단에서 추진하는 ‘원자력 글로벌 연구자 육성프로그램’의 장점은 단순히 경험할 수 없었던 실험실습을 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같은 목표와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라면서 “서로 자라온 배경과 연구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주제라 하더라도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되는데, 이를 두고 서로의 토론하다보면 자연스레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동기부여가 돼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기초‧고급 핵주기실험실습을 모두 경험하면서 지수씨의 앞으로 꿈은 “열악한 국내 연구 환경에서도 후행핵주기 분야의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원자력계 선배님들처럼 변치않는 열정과 사명감을 가진 연구자가 되는 것”이라며 “연구 역량을 좀 더 키워 전문성을 갖춘 연구자로 성장해있을 김지수의 멋진 미래를 기대하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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