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국회 여야 원전 찬반과 분리…조속한 법제정” 촉구

오는 28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법(안) 공청회가 무기한 연기됐다.

27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법(안) 공청회는 국회 상임위 여․야 간사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무기한 연기됐으며, 그 배경에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 조사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을 코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고준위방폐물'이 국회 여야의 관심밖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가동 중인 25기 원전에서 매년 800t의 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가 발생하고 있으며, 1만4000톤 상당의 고준위폐기물이 이미 원전 내 저장(건식 및 습식) 시설에 안전하게 저장 관리되고 있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24기 원전(신고리 3호기 제외) 내 저장시설용량 1만9562t 중 약 1만4608t(▲경수로형 사용후핵연료 2만4273다발 ▲중수로형 사용후핵연료 49만9632다발)이 저장 중이며, 현재대로라면 2019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 한빛과 고리, 2037년 한울, 2038년 신월성 순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이는 2024년 이후부터는 별도의 저장 시설을 확충하지 못하면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까지 이를 수도 있으며, 원전정책과 별개로 조속하게 안전관리를 위한 부지와 시설확보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2009년에 법제화된 공론화를 2013년 10월부터 20개월간 거쳐 2016년 7월 고준위 관리 기본계획 확정 후, 공론화위원회 권고안과 지역의견 등을 전향적으로 수용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고준위폐기물의 안전관리 절차를 정한 ‘프로세스(process)법’으로써 논란의 여지없이 ‘국민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다.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원전운영의 찬반을 떠나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관리기술과 방법을 적용하여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기술적, 재정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하여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원전혜택을 누린 현 세대의 최소한의 윤리적 책무”라고 밝혔다.

원자력계 관계자 A씨는 “원전 내에 저장되어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보다 안전한 시설로 옮겨 관리하기 위한 부지확보 및 관리시설 건설 등을 추진하기 위해 하루속히 관련법이 제정되어야 함에도 국회가 법제정을 미루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대책도 없이 기약도 없이 그 부담을 전가 시키겠다는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물론 그동안 고준위방폐물 관련 문제를 정부가 차일피일 미루어 온 것도 사실이지만 국회마저 고준위방폐물 관련 법제정을 지연시킨다면 이는 엄연한 ‘국회의 직무유기’며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이 그동안 정부에 있었다면 이후로는 법제정을 미루는 국회의 무능함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자력계는 “원전의 찬반문제과 정부의 원전정책과는 분리해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한 고준위방사성폐물 관리절차법을 속히 제정 할 것”을 촉구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에너지정책 정례브리핑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법 제58조제6항의 규정에 따라 국회 공청회 개최가 필요하며, 오는 28일 제정(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관련 현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후속 절차에도 박차를 가해 가급적 올 상반기 중에 입법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법의 핵심은 과학적이고 민주적인 부지선정절차 마련과 부지선정 실행기구인 관리위원회 설치, 그리고 지역지원을 심의하는 유치지역지원위원회 설치 등 3가지이다. 무엇보다 특정 부지를 예단하지 않고 원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향후 부지선정을 위한 단계와 방식,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 확보 등을 위한 절차를 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관리시설로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동일 부지에 확보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은 별도부지에 확보하기로 했다.

먼저 부적합지역을 배제한 뒤 유치에 적합한 지역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하는데, 기본조사와 주민의사확인까지 8년을 거쳐 심층조사에 4년이 걸린다. 이에 따라 부지가 확보되는 2028년부터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은 각각 7년과 24년의 건설기간을 거쳐 각각 2035년과 2053년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부지선정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고중위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는 것이 정부의 로드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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