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APR™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심사 ‘어디만큼 왔나’

원전 전(全)주기를 아우르는 ‘한국발(發) 원자력기술’에 대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체코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러시아, 아르메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우리나라가 UAE에 건설 중인 한국형 신형원자로(PWR) APR1400과 유럽의 신규 규제요건을 반영한 EU-APR™(유럽형 한국원전) 노형 인증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원전규제의 철학이 확고한 것'으로 유명한 유럽 원전 운영국가들은 대부분 유럽사업자요건(EUR, European Utility Requirements), 국제원자력기구(IAEA) SSR-2/1, 서유럽규제자협회(WENRA, Western European Nuclear Regulators Association) 규제입장을 통해 ▲심층방어 개념 강화 ▲사고 분류의 세분화(설계기준사고, 설계확장사고, 중대사고) ▲허용기준의 정량화 ▲항공기충돌 대비설계 ▲후쿠시마 후속대책 요건 등 안전 수준을 강화하면서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은 2009년부터 국내 원자력 유관기관과 함께 ‘APR1400 시장 다변화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APR1400의 수출 노형을 개발해 왔다.

자료제공=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한수원 중앙연구원 신형원전연구소에 따르면 EU-APR™은 APR1400의 기본 특성을 근간으로 유럽의 최신 안전성 및 성능요건을 충족하는 현지화(Localization) 모델로서 다양한 설계 개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 공학적 안전설비는 기계와 전기로 완전 독립된 4계열 설계를 적용했으며, 설계확장조건(Design Extension Conditions)을 추가적으로 고려해 비상붕산주입계통 및 다양성보호계통 등 추가적인 안전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중대사고 시에도 원자로건물의 건전성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 노외노심용융물 냉각설비와 함께 전용 대처설비를 신설해 유럽 요건을 충족하고 있으며, 제어계측 및 전기계통 설계는 계열간 독립성 및 심층방호 수준별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구현됐다.

뿐만 아니라 EU-APR™는 고의적 항공기 충돌 대비 이중원자로건물 및 보조건물 벽체 강화 설계를 적용했으며,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극한 자연재해에도 1ㆍ2차 계통과 연료저장조의 냉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외부냉각수원 및 외부전원 공급수단을 반영했다. 아울러 유럽 실정에 맞는 50Hz 주파수를 사용하도록 설계된 것도 큰 특징이다.

이러한 EU-APR™ 설계 개발과 함께 과제 최종 목표인 EUR 인증(Certificate) 취득을 위해 한수원은 2011년 12월에 인증심사를 신청했다. 55개 핵심항목 자체부합성 상세평가 제출 및 유럽사업자요건(EUR) 협회 내 심사자 확보 등 선행조건을 통과해 2013년 12월에 심사 준비착수 준비를 요청받았으며, 이듬해인 2014년 7월 EUR 협회 및 14개국 1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기술설명회를 개최했다.

유럽사업자와의 지속적인 상호협조 노력의 결실로 2015년 6월 벨기에 트랙터벨 엔지(Tractebel-Engie)사가 심사를 주관하는 리딩스폰서로 선정됐으며, 1차 코디네이션 그룹(CG, Coordination Group) 회의를 통해 심사조직을 구성했다.

특히 2015년 11월 본 심사 착수회의 시에는 (스폰서)▲벨기에 Tractebel-Engie ▲체코 CEZ ▲핀란드 Fortum (서포터)▲프랑스 EDF ▲독일 E.ON ▲우크라이나 EnergoAtom ▲헝가리 MVM ▲네덜란드 NRG 등 8개의 심사참여사와 EUR협회는 EU-APR™ 설계특성에 큰 관심을 갖고 유럽요건 반영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착수회의 이후 한수원은 EUR Vol. 2 요건의 20개 챕터(Chapter) 별로 EU-APR™ 기술문서를 순차적으로 제출해 지난해 연말 심사 서류가 접수 완료했다. 또 이달 중으로 자체부합성 상세평가에 대한 최종 심사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정이며, 올 하반기에는 EUR 인증서를 취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지환 한수원 중앙연구원 신형원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까지 수차례의 CG회의를 통해 각 챕터의 기술현안에 대해 협의하고 참조원전 설계 및 건설현황 발표, 근거문서 보완을 통해 부합성을 제고했다”며 “최근 EUR 협회 내 어드미니스트레이션 그룹(AG, Administration Group)의 중간결과 검토에서도 EU-APR™의 안전철학, 노심 및 계통 설계, 운영성능 분야에 걸쳐 EUR 요건 부합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향후에도 중앙연구원은 이번 심사와 관련해 CG 회의와 질의답변으로 얻은 착안사항들을 반영해 남은 기간 동안 계획된 심사를 차질없이 수검하고 인증을 적기에 취득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아울러 EUR인증 취득을 통해 선진국 노형들의 기술견제를 극복하고 대등한 경쟁관계를 확보해 국제적인 원전시장 확대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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