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2030년까지 원전 24기→18기 감축…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홍보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 중인 정부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 한다는 것은 국회와 지역주민들을 무시한 정치적 불공정 행위이다.”

오는 2031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 전망과 전력설비 계획 등을 담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핵심내용과 방향’을 담은 청사진이 공개됐다. 예상했던 원자력발전 감축과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가 확정돼 원자력산업계는 물론 원전주변 지역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지며, 지역현안으로 쟁점화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부터 2031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전망 및 전력설비 계획 등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마련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업위)의 통상에너지 소위에 보고했다.

이번 계획(안)은 지난해 12월 수립에 착수한 이래 약 1년간 전문가 70여명의 43차례 회의를 거쳐 작성됐으며, 그간 수요전망, 설비계획, 예비율 등 5차례에 걸쳐 중간결과를 공개해 시민·환경단체, 에너지업계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 9월에는 국회 산업위 통상에너지소위에 중간보고를 했다.

8차 계획의 기본방향은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이 핵심이다. 기존 수급계획이 수급안정과 경제성 위주로 수립됐다면 이번 8차 계획은 최근 전기사업법 개정 취지를 감안해 환경성·안전성을 대폭 보강해 수립한 것이 특징이다.

또 발전소 건설을 우선 추진하기보다는 수요관리를 통한 합리적 목표수요 설정에 주안점을 두었고, 신규 발전설비는 대규모 원전·석탄 일변도에서 벗어나 친환경ㆍ분산형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우선시했다.

2030년 최대전력수요는 100.5GW로 전망됐다. 전력수요 전망의 일관성을 위해 7차 계획과 동일한 전망 모델(전력패널 모형)과 동일한 기관(KDI)이 예측한 GDP 등을 활용했다.

2030년 기준수요는 113.4GW로 도출됐으나, 수요관리를 통해 줄일 수 있는 전력(13.2GW↓)과 전기차 확산 효과(0.3GW↑) 등을 감안해 최대전력수요(목표수요)로 100.5GW를 도출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연평균 GDP 성장률이 7차 대비 약 1%p 하락할 것으로 예측돼 2030년 최대전력수요는 7차 계획(113.2GW)보다 12.7GW(약 11%) 감소할 전망이다.

8차 계획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접목과 제도 신설을 통해 전력소비량의 14.5%(98TWh), 최대전력수요의 12.3%(14.2GW)를 감축하는 수요관리 목표를 제시했다.

자가용 태양광(최대전력 0.32GW 절감), 수요자원 거래시장(Demand Response, 3.97GW 절감)이 신규 수요관리 수단으로 포함됐고,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EERS), 에너지절약 우수사업장 인증(Energy Champion) 등 수요관리 이행제도도 새로이 마련됐다.

현행 최저 소비효율제를 주요 산업기기로 확대 적용해 효율기준 미달제품은 생산과 판매를 금지토록 하고, 효율기기 교체·보급사업의 대상품목도 확대했다.

스마트공장 확산(2022년 2만개), AMI 보급(2020년 2250만호 전 가구)을 토대로 공장·빌딩·가정에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성과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2018년 산업용 요금을 경부하 요금 중심으로 차등조정(전체 요금수준은 최대한 유지), 2019년 계절 및 시간대별 요금제 확대 등 전기요금체계 전반을 개편해 수요관리를 보다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같은 대책을 포함해 내년중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수요관리에 대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5GW 설비 확충으로 22%이상의 설비예비율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 목표수요인 100.5GW에 적정 설비예비율인 22%만큼을 추가하면 2030년 적정 설비용량은 122.6GW가 된다.

기존 설비계획에 따라 2030년에 확보한 118.3GW 외에 설비예비율 22%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신규로 4.3GW 확충이 필요하다. 신규 발전설비는 LNG(3.2GW) 및 양수발전기(2GW) 등 신재생 백업설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현재 24기(22.5GW)인 원전은 2030년까지 18기(20.4GW)로 줄어든다. 월성 1호기는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원전설비 현황조사 결과, 전력수급 기여가 불확실해 2018년부터 발전설비에서 제외한다.

산업부는 “내년 상반기 중 경제성, 지역 수용성 등 계속 가동에 대한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폐쇄 시기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며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 허가 신청 등 법적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한울 3ㆍ4호기와 천지 1 ㆍ2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은 중단되고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노후원전 10기(8.5GW)의 계속운전도 금지된다.

대신 LNG발전은 올해 61기(37.4GW)에서 2030년 57기(47.5GW)로 확대된다. 석탄발전소로 지어지던 당진에코파워 2기는 용량을 확대(1.2GW→1.9GW)해 LNG 발전으로 전환한다. 아울러 삼척포스파워 2기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건설 요청, LNG 여건 부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 통과를 전제로 석탄발전을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석탄발전으로 건설되더라도 최고 수준의 환경 관리 등 보완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설비 믹스의 경우 원전ㆍ석탄 비중을 2017년 전체의 1/2에서 2030년에는 전체의 1/3으로 낮주는 반면 신재생 설비용량은 2017년 9.7%에서 2030년 33.7%로 대폭 늘인다.

또 발전량 믹스는 2030년 석탄 36.1%, 원전 23.9%, 신재생 20%, LNG 18.8% 순으로 전망된다. 2017년에 비해 원전·석탄 발전의 합은 15.6%P 감소하는 대신 신재생·LNG 발전의 합은 15.7%P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산업부는 “설비 예비율은 2022년 31.4%까지 상승하게 되며, 2026년까지 22% 이상을 유지하는 등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할 전망”이라면서 “설비 예비율이 충분해도 신재생은 산업경쟁력 확보와 발전단가 하락 등을 위해 선제적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업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2022년까지는 거의 오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부는 “미세먼지 감축,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개선을 위한 추가 조치를 반영하더라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에도 요금 인상 요인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2022~2030년까지 연평균 인상 요인은 1.1~1.3%로 4인 가족 가구 기준 월평균 610~720원 오르는 수준”으로 전망했다.

8차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발전부분 미세먼지는 2017년 3만 4000톤에서 2030년 1만 3000톤으로 6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노후석탄 조기 폐지 ▲30년 이상 노후석탄의 봄철 가동중단 ▲석탄발전의 환경설비 투자 ▲석탄발전의 LNG로 연료전환 등 정책적 노력이 종합된 결과다.

온실가스 배출은 2030년 발전부문의 기존 배출 목표인 2억 5800만톤을 넘어 2억 3700만톤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부는 국회 산업위 통상에너지 소위 보고 외에 국회 산업위 전체회의 보고, 공청회 등을 통해 8차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산업부의 8차 계획(안) 발표에 대해 원자력산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정부가 추진 중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서는 2030년의 최대 전력수요를 2년전 수립한 7차 기본계획의 전망보다 무려 10%나 낮춰 산정했다”고 망연자실했다.

심지어 “2011년 9ㆍ15 블랙아웃으로 초유의 전력대란을 가져왔듯이 심각한 전력부족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던 2010년의 5차 기본계획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으로 산정하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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