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 임상시험 돌입
100억대 고부가가치 바이오ㆍ의료 대체 가능

방사선 기술을 이용해 고가의 치과용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13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소장 정병엽) 임윤묵 박사팀은 방사선 기술을 이용해 치과용 소재로 쓰이는 ‘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를 개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4등급 임상시험계획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치주조직재생유도재은 염증이나 외상, 임플란트 시술 등의 치과치료 시 잇몸 뼈(치주)가 빠진 빈 공간에 뼈 가루 등의 골 이식(bone graft) 이후, 주변 잇몸 세포들이 치료부위로 자라나 새로운 잇몸 뼈 재생을 방해하는 것을 막아주는 차폐막 역할을 한다.

이번에 개발된 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는 천연 고분자 물질인 ‘미생물셀룰로오스’를 원료로 사용하는데, 연구진은 발효시킨 감귤, 코코넛 껍질 등에 미생물의 일종인 초산균을 주입, 배양해 이 균의 대사과정을 통해 미생물셀룰로오스를 얻었다.

첨단방사선연구소 공업환경연구부 관계자는 “미생물셀룰로오스는 미세섬유가 얽혀있는 3차원 망구조를 이루고 있어 고강도, 고탄력성 등의 특성을 가지며, 화장품, 의료제품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면서 “이어 이 원료에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조사(照射)하고 동결 건조하는 등의 공정을 거쳐 신소재를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생물셀룰로오스는 본래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지만 방사선 조사를 통해 내부 결합력이 약해지면 체내에서도 분해되며, 이 원리를 적용한 신소재도 사용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인체에 흡수 분해된다.

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는 미세 다공성 나노섬유 구조를 이루고 있어 잇몸 조직의 침투를 방지하면서 혈액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 잇몸 뼈의 재생을 돕는다. 사진은 임상시험 제품. CelBrane(셀브레인)=Cellulose(셀룰로오스)+memBrane(맴브레인, 막)의 합성어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흡수성 유도재는 티타늄 등의 금속성 소재를 사용하는 비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와 비교했을 때 자연적으로 인체에 흡수되기 때문에 유도재를 제거하기 위한 2차 수술이 필요 없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기존에 의료용 콜라겐을 원료로 사용하는 흡수성 유도재와 마찬가지로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제조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의료용 콜라겐은 돼지, 소 등의 껍질을 화학적 공정인 산(acid) 처리를 반복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추출하는 반면 미생물셀룰로오스는 감귤, 코코넛 등의 껍질을 먹이로 하는 미생물의 자연적인 대사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원료 수급 비용이 저렴하고 공정이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과는 농림식품기획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2013년부터 원자력연구원이 주관기관으로 부산대 치과대학 허중보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기술개발에 참여했으며, ㈜자담(대표이사 박만용), ㈜쿠보텍(대표이사 정철웅)이 임상시험과 기술사업화를 위해 힘썼다.

흡수성 유도재는 인체 안전성 검증을 위해 임상시험이 필수적인 의료기기 4등급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향후 1년여 간 부산대 임상시험센터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원자력연구원은 ㈜쿠보텍에 기술이전을 실시하고 ㈜쿠보텍은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를 개발한 연구자가 현미경을 통해 신소재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이 소재가 상용화되면 앞으로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각광을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방사선 기술의 융합연구를 통해 고부가가치 바이오소재 및 의료용 소재 개발에 필요한 원천 기술 개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치과용 치주조직재생유도재 국내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약 120억 원 규모이며, 이중 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 규모는 약 1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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