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신뢰성 훼손·경주 강력 반발…구조조정 전제하 자회사 유지 전망

‘분노한 경주 민심’ - 전력산업구조개편에 관한 KDI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 ‘바람직한 전력산업구조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분노한 경주시민들이 연단을 점거한 채 ‘한전과 한수원 통합 결산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예상했지만 예상외의 거센 반발이었다. 지난 9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바람직한 전력산업구조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결국 아무런 논의도, 대안도, 소통의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혼란의 가중과 상처만 남기고 무산됐다.

한전과 한수원 통합안이 거론되면서부터 통합반대 입장을 강력히 표명해온 경주시민들의 거센 반발과 전력산업 관계자들의 불만이 그대로 표출된 KDI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이날의 공청회는 첨예하게 대립되는 각각의 입장만을 극명하게 확인하는 시간에 불과했다.

또한 경주시민들의 연단 점거 시위와 전력노조 관계자들의 불만 표시로 연구용역 결과 발표조차 하지 못하고 무산됨으로써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이 누구를 위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KDI 용역결과에 대해서는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 방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건설적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오히려 전력산업구조개편 당사자들 간의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원전 수출역량 강화 측면에서 제시된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안은 정부정책 신뢰성 훼손, 경주시민들을 설득할 대안 마련 부재시 반발로 인한 방폐장, 원전 건설 차질 등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지배적이어서 선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회사 유지 대안 역시 해외 원전사업에 대한 조정기능 강화를 전제로 원전 R&D 체계 일원화, 이해관계 조정·인력운영 효율화 방안 모색을 주문하고 있어 한수원 조직의 또 한 번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숨겨진 속뜻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관계자는 "1,2안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 지역주민 설득을 위한 대안 언급을 통해, 또한 조정기능 강화라는 말을 통해 자회사 유지로 결론을 맺은 것으로 이해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판매경쟁 도입과 한전 판매부문의 분리 방안과 화력 3사 체제 전환 또는 발전 5사 체제 유지 방안 역시 전력노조와 발전노조가 주장하는 대안과는 동떨어져 있어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날 공청회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향후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 방향에 따라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고, 깊이 있는 대안 모색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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