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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전격해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파헤치다”원자력학회 이슈위원회, 30페이지 분량 검토보고서 공개
전력수요 과소예측 따른 수급불안과 전원믹스 왜곡 지적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수급의 안전성과 환경성이 목적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제에 반대할 이는 없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대신 무엇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무엇을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 해석이 제각각으로 논란을 넘어 법적 분쟁도 치열하다.

전력수급의 안정은 어떻게 정의되는 것인가.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세계에너지기구(WEC, World Energy Council)의 ‘연료공급의 안정성과 가격변동에 노출될 가능성’으로 정의한다.

전원별로는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은 우라늄과 석탄자원 분포, 매장량 측면에서 석유, 가스에 비해 공급량과 가격의 상대적 안정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가스발전은 셰일가스 개발로 지역편중이 완화돼 물량 측면에서 안정성이 높아졌지만 우라늄, 석탄에 비해서는 안정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없다. 또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천연가스는 여전히 불안한 중동의존도가 높고, 석유가격에 연동되는 특성이 있어 유가변동에 따른 가격변동에 노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원은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연료공급 불안과 가격변동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측면에서 수급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반면에 타양과 바람 등의 기상조건에 의해 발전가능 여부가 결정되므로 출력 변동성이 크다.

전력분야에서는 이러한 간헐(intermittent) 전원을 비급전(not dispatchable) 전원 또는 변동성(variable) 전원이라 한다. 전력시스템에 이러한 재생에너지 전원의 비중이 높아지면 이에 대한 대비로서 백업전원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재생에너지는 전원공급 안정성이 매우 낮아서 전력시스템 운영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 것이 단점이다.

일부 NGO단체를 중심으로 “8차 기본계획 대상기간인 2031년까지 원자력과 석탄의 설비용량이 50% 가까이 유지되기 때문에 수급안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2017년 12월 1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보고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40년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의 설비비중은 36%로 축소되는 반면, LNG 비중은 48%로 증가하게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탈(脫)원전 및 석탄이 이뤄진 이후 우리나라 전력공급은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만으로 공급이 이뤄지는데, 과연 이러한 전원구성이 수급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에너지전문가들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최근 한국원자력학회(회장 김학노)는 이슈위원회 에너지전환대응 소위원회(위원장 문주현 동국대 교수/ 위원 정범진 경희대 교수, 정용훈 KAIST 교수, 주한규 서울대 교수)가 수행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전력수요 전망의 타당성과 전원구성의 적합성,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8차 계획에 대해 검토한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10일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보고서는 “수급계획에 사용된 입력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고, 발표된 수급계획 마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 많은 부분을 논리적 추론으로 역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제한된 한계 때문에 분석이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검토 작업결과를 통해 앞으로 이뤄질 다양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전력수요 증가폭 과거 대비 낮게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전환 정책이 충실히 반영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수급 안정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는 계획이 됐다. 경제성장 둔화 전망을 반영한 전력수요 예측, 공격적 수요관리 목표량 설정, 지구온난화에 의해 커지는 기후변동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최대 전력예측 등으로 인한 수요가 과소예측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2017년 하절기와 동절기 최대전력 실적치는 8차 계획 수요가 과소예측 됐음을 반증하는 결과이며, 이에 전력수급계획의 수요예측은 전력수급 안정이라는 당초 목표에 충실하고 보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의 검토를 총괄한 문주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목표 수요로서 전력소비량은 연평균 1.0%, 최대 전력은 연평균 1.3%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와 비교하여 낮게 예측한 것이다. 이는 전력수요 GDP 탄성치가 낮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면서 “미래에는 거의 전력소비 증가 없이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석탄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는 계획에서 완공까지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신규 발전소 건설 여부는 10~15년 후의 수요 전망이 결정적이다. 과소예측은 수급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신규 발전소가 필요한 시점에 선택 가능한 발전설비가 건설공기가 짧은 가스발전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전원믹스를 왜곡하는 단초가 된다. 또 최대전력 수요 예측 시 지구온난화 등에 의한 기후 변동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과소예측의 우려를 피할 수 없다.

문 교수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최대 전력수요를 100.5GW로 예측하면서 7차 계획(113.2GW) 대비 11%(12.7GW) 낮게 예측했는데, 예비력을 감안한다면 이전 계획 대비 약 15GW의 설비 축소가 예상되는 용량”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 교수는 “과거 최대 전력 실적과 최근 잦아지는 이상기후를 반영하지 않은 채 미래 최대 전력수요를 예측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는 2016년 최대 전력수요(85.2 GW)를 그해 하절기가 예년과 달리 폭염이 지속된 특이한 경우여서 수요예측에 반영치 않았으며, 지난 2월 26일 최대 전력수요(88.2 GW)도 이상 한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문 교수는 “어느 한 해 일시적 이상기후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를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오차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수요예측 시 반영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하지만 최근 기후변동성이 커지고 반복되는 추세 감안 시 이를 최대 전력예측에 반영치 않는다면 과소예측을 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 보고서는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대거 반영되면서 수반되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가 설비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재생에너지가 계획대로 확대되지 못할 경우 단기에 대응 가능한 설비는 가스발전으로 한정되는데, 가스발전 비중의 지속적 확대는 우리나라 부하패턴과 경제적 사정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원자력ㆍ석탄 축소 VS 재생에너지ㆍ가스 확대…전원 불균형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정범진 경희대학교 교수는 원자력과 석탄 설비가 축소되고 재생에너지와 가스 설비가 확대되는 전원구성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정 교수는 “월성 1호기는 2018년부터 공급용량에서 제외됐고 신한울 1ㆍ2호기, 신고리 4ㆍ5ㆍ6 등 5기는 준공이 예정돼 있지만 7차 계획에 반영되었던 신규원전은 백지화됐다”면서 “월성 1호기를 포함해 설계수명이 도달한 원전은 계속운전 없이 폐지되는데, 이로써 2022년 27기 27.5GW에 달하게 될 원전 기수와 용량은 2030년 18기 20.4GW로 축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원자력과 석탄을 합한 발전비중은 2017년 대비 약16%p가 감소하며, 이 감소된 비중은 대부분 재생에너지가 대체되는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6%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신재생3020에 의해 20%로 14%p 확대된다”며 “하지만 7차 계획 수립 당시, 8차 계획의 2분의1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지리적, 물리적, 경제적 관점에서 실현가능성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책 추진에 따른 파급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시스템을 가진 국가 중에 탈(脫)원전과 탈(脫)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는 나라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에너지전환의 대표적 모범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독일조차도 원전은 축소하지만 석탄발전은 유지 중으로 두 전원 중 하나를 포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8차 계획에서는 기저부하의 두 전원을 동시에 포기하고 있어 전력시스템 운영에 막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정 교수는 “8차 계획에서는 변동성 전원 확대에 대한 대비로서 가스와 양수만을 백업 신규설비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적정 예비율로 적용된 22% 안에서 대비 가능성은 검토되지 않았으며 백업전원은 가스와 양수만 가능하다는 그 어떤 근거도 제시돼 있지 않아 설득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온실가스 문제와 관련해 BAU 배출량 정의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원전 규제강화로 감소되는 원전 발전량의 효과를 검토한 후 목표 배출량 달성가능성을 언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원전을 축소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므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도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인데, 수급계획 수립 시 원전 이용률 85%를 기준으로 했지만 규제 강화로 2017년 원전 이용률이 71%로 하락해 규제 강화에 따른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면, 이를 대체하기 위해 석탄화력 발전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가 1달간 가동 중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석탄 발전량은 전년 대비 11.7% 증가한 25.1TWh였으며,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은 약 2000만t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정 교수는 “해외 탄소거래시장에서 배출권 확보를 통한 감축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는데 2015년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따르면 ‘2030년 BAU의 11.3%인 9600만t은 해외에서 배출권을 확보해 국내 배출을 상쇄’해야 하는데 국가배출량이 9600만t을 넘는 국가는 약 50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온실 가스를 줄여야 하는 신기후체제 하에서 배출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배출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원구성 변화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자명한 사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인상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산업부의 전망에 “원자력ㆍ석탄 중심에서 재생에너지ㆍ가스 중심으로 전원구성이 변화되면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은 자명하다”고 반기를 들었다.

싼 전원(원자력ㆍ석탄)을 비싼 전원(재생에너지ㆍ가스)으로 대체하고 ▲재생에너지 백업설비 보강 ▲소규모 태양광 보급 ▲열병합설비와 수요지 인근 가스발전소 지원 및 보상 확대 등 발전 비용을 증가시키는 정책들이 제시돼 있어 언젠가는 전기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 에너지소위 보고 자료에 따르면 ▲전력구입비 기준 ▲연료비 물가 불변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원가 35.5% 하락 등을 8차 계획 목표수요에서 2030년까지 전기요금 인상률은 10.9%로 추정했지만 재생에너지 평균 발전원가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제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이라고 에너지전문가들도 평가한바 있다.

또 보고서는 태양광 발전비용이 2030년까지 현재에 비해 35.5% 감소하더라도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원자력, 석탄, 가스 등 전통적 발전원의 발전비용보다 높으며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중심으로 확충되고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평균 발전비용은 오히려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점들이 반영된 재생에너지 비용 추정결과를 활용해 8차 계획의 발전구성 변화에 의한 전기요금 상승 폭은 약 18%로 추산(노동석, 2018)되고 있지만 실제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운영비(밸런싱) ▲백업설비 비용 ▲송·배전망 확충비용 등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다면 전기요금 인상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결국 부수적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기요금 인상폭 예측은 축소, 평가됐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최종 결론이다.

이 보고서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수립 전에 제시된 에너지전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리하게 작성된 측면이 있다. 비록 정책 방향에 당위성은 있을지라도 현실을 도외시한 편향된 정책은 미래에 부작용을 유발해 결과적으로는 당초의 정책적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8차 계획에 사용된 원본 자료들이 시급히 공개돼야 하며, 이를 이용해 보다 많은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수정ㆍ보완한다면 우리나라 상황에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성 높은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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