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국립공주大, 문화재 보존ㆍ분석 협력 MOA

탄소연대 측정법은 원자력 기술을 문화재 분야에 적용하는 대표적 사례다. 일반적인 탄소 원자보다 중성자를 2개 더 갖고 있는 14C라는 방사성동위원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하는 특성을 이용해 문화재 시료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연구용원자로에서 핵분열로 만들어진 중성자로는 문화재의 산지 및 편년을 추정할 수 있으며, 투과력과 분해능이 뛰어난 중성자의 성질을 이용해서는 문화재 내부 관찰이나 미세결함의 비파괴 검사가 가능하다. 나아가 방사선 조사를 통해서는 목재 문화재의 생물학적 손상을 일으키는 벌레와 곰팡이를 제어하기도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이 국립공주대학교(총장 직무대리 김희수)와 중성자를 문화재 보존과 분석 분야에 활용하는 공동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지난 5월 30일 국립공주대학교에서 양 기관 산하 방사선과학연구소와 산학협력단(단장 서창호) 간 상호협력협약(MOA)이 이뤄졌다.

이번 협약으로 양 기관은 다양한 중성자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문화재의 특성을 분석하고 보존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민족 문화 유산을 지키는데 기여하게 된다. 이를 위하여 양 기관은 국제공동연구 참여, 연구 시설 및 장비 공동 활용, 학술 및 기술 정보 교류 등 향후 협력분야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임인철 방사선과학연구소장은 “문화재 보존 연구는 우리 연구원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회현안 해결 노력과 기초과학 연구를 실용화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면서 “이번 협약을 문화재 보존 및 분석 연구 분야 연구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 앞으로 협력의 깊이와 폭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성자 다양한 분석 기법과 문화재 분야 접목
그렇다면 문화재 복원에 적용됐거나, 적용 가능한 원자력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출토 문화재의 산지 및 편년을 추정하는 데 활용되는 ‘중성자 방사화 분석(NAA Neutron Activation Analysis)’ 기술은 연구용 원자로에서 핵분열 반응으로 생성된 중성자를 분석 시료에 조사, 시료를 방사성 동위원소로 변화시켜 방출되는 감마(γ) 선을 측정함으로써 시료에 포함된 특정 원소의 양을 정량적으로 조사하는 방법이다.

검출 감도가 높아 화학적인 분석법으로는 불가능한 미량 분석이 가능하고, 다양한 종류의 시료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원소를 비파괴적으로 동시에 분석할 수 있어 원자력 분야의 기초 연구뿐만 아니라 재료과학, 환경오염 및 보존, 인체보건 및 영양, 산업적 품질관리 및 보증, 범죄과학과 고고학 등의 시험검사, 측정분석 도구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또 문화재의 내부 관찰과 미세 결함의 비파괴 검사에 활용되는 ‘중성자 영상 기술(neutron radiography)’은 투과력과 분해능이 매우 뛰어난 중성자의 성질을 이용, 연구용 원자로에서 생성된 중성자를 시료에 투과시켜 감쇄하는 중성자의 양을 평가함으로써 시료 내부의 미세결함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기술. 문화재 내부 관찰과 미세 결함의 비파괴 검사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방사선 조사(irradiation technology) 기술은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의 투과력과 살균력을 이용해 비파괴 검사와 암 치료, 농·식물 육종, 의료기기 멸균 등에 이용하는 기술이다. 문화재 분야에서는 방사선 조사를 통해 주로 목재 문화재의 생물학적 손상을 야기하는 흰개미, 권연벌레 등 충류와 곰팡이들을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목재 뿐 아니라 서적, 의복 등 유기질 문화재의 보존에도 이용 가능하며, 부식이 심한 목재를 단단히 하기 위한 강화 방법으로 방사선 고분자 중합 기술도 사용되고 있다.

◆‘람세스2세 미라’ 보존부터 ‘고분출토 文字’ 발견까지
외국의 경우는 1950년대부터 문화재 분야에 원자력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해왔다. 미국, 캐나다와 일부 중남미 국가들, 프랑스, 독일,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의 원자력 기술 보유국들은 원자력을 이용한 문화재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 기술의 대표적 적용 사례로는 20년 전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이나리야마 고분(稻荷山 古墳)에서 출토된 금착명철검(金錯銘鐵劍)의 상감에서 X선과 γ선 투과시험을 통해 115개의 문자를 발견한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원자력청(CEA) 소속의 ARC-Nucleart가 1960년대부터 방사선 조사 기술을 이용한 문화재 보존 연구를 진행했으며, 1977년 이집트 람세스 2세 미라 보존에 방사선 조사를 통한 생물학적 손상 억제 기술을 활용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1962년 최초의 연구용원자로 TRIGA Mark-Ⅱ 도입 이후 후 중성자 방사화 분석을 통한 미량원소 정량 분석법을 고대 토기의 산지 분류에 응용, 고고학 연구에 기여한 바 있다. 또 1995년 하나로 가동 이후에는 중성자 방사화 분석 기술, 중성자 영상 기술, 방사선 조사 기술 등의 관련 기술을 문화재 보존, 복원 및 감정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1970년대부터 중성자, x-선, 감마선,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측정분석 및 시험검사 기술 등 원자력 기술이 문화재 보존과학 분야 연구에 이용되고 있다”면서 “그동안은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일부 대학에서 중성자 방사화 분석, X-선 형광분석 등을 이용한 고고학적 시료의 미량원소 정량분석에 의한 산지 및 편년 추정 등에 부분적으로 원자력을 활용해 오다가 최근 X-선 분광분석, 중성자 영상기술, 방사선 조사기술, 가속기 질량분석 등이 문화재 보존, 복원, 감정분야에 응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