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학회 “여론과 역행하는 탈원전, 산업경쟁력 잃고 있다”
정치적 가치 빼고 국가실익 꼼꼼히 따지는 국민공론화場 요구

국내 원자력발전의 확대 혹은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데 국민 10명 중 5.4명이 공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국내 원자력발전 방향’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4%가 ‘확대’, 32%가 ‘축소’, 40%는 ‘현재 수준 유지’라고 답했으며, 14%는 의견을 유보했다. 연령별로는 20대와 50대 이상에서는 ‘현재 수준 유지’ 응답이 가장 많고 3040대 절반 가까이는 ‘축소’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자력발전 확대 희망자(142명)에게 그 이유를 묻는 결과(자유응답) ▲에너지 자원 확보 필요/전기 수요 증가(23%) ▲에너지 자원·전기 부족, 비용 저렴/고효율(이상 16%) ▲경제 발전/기업 경쟁력(11%) ▲원자력 기술 발전, 대체 에너지 부족/개발 어려움(이상 7%) 등을 답했다.

반면 원자력발전 축소 희망자(317명)들은 그 이유로(자유응답) ▲안전/사고 위험성(50%)을 가장 많이 들었고 ▲환경 문제(19%) ▲대체 에너지 개발(7%) ▲미래를 위해/가야 할 방향(6%) ▲핵폐기물/시설 폐기 어려움(5%) 등을 언급했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8~9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전국 성인 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는 원자력발전 ▲확대 13% ▲축소 39% ▲현재 수준 유지가 31%였다”면서 “당시와 비교하면 원자력발전 ‘축소’ 응답이 줄어든 만큼 ‘유지’ 의견이 늘었고 ‘확대’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현 정부 출범 후 원전 폐쇄 등 실제 원자력발전 비중이 감소한 상황적 변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이 같은 국민여론에 역행하며, 한수원 이사회를 통해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원전 4기 전면 백지화를 결정하는 등 원자력산업계를 압박하면서 탈(脫)원전 정책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이 끝이지 않고 있다.

국내 원자력기술 분야 산학연 5000여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원자력학회는 9일 서울시 중구 소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의 국가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심도있고 성숙한 범국민적인 공론화의 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미 학회는 지난해 10월 공론화를 통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재개와 신중한 탈(脫)원전 정책 시행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한데 뒤이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규원전 부지 고시를 무효화 하는 등 과속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월성 1호기의 경우 70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모든 노후 설비를 교체해 새 원전과 다름없음에도 불구하고 손익 계산에 대한 정확한 해명없이 성급하게 폐쇄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규 원전 4기의 건설계획이 백지화됨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게 되었고, 600여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원전 기자재 공급망(SCM, Supply Chain Management)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의 붕괴가 예견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에 매우 유리하게 진행되었던 21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국가에너지사업으로 2030년까지 1.4GW 원전 2기(총 2.8GW)를 도입할 예정으로 이 사업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이 수주전에 뛰어 들었다.

당초 우리나라를 포함해 2~3개국이 예비사업자 선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5개국 모두가 선정됐으며, 사우디가 원전 사업을 발표할 당시 1.4GW 용량인 APR1400을 UAE에 수출한 경험이 있는 한국이 매우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로서는 수주를 전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1조4631억 원의 흑자를 내던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4분기 1294억 원의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276억 원의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전이 이처럼 4년 6개월 만의 적자 전환을 맞이한 까닭은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발전원가가 저렴한 원전 대신 비싼 석탄과 LNG 발전의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라면서 “이로 인해 한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정부는 반발이 심한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 대신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에 산업부문에서 전기소비가 심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8년 IEA보고서(Energy Prices and Taxes, First quarter)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6년 기준 95.7$/MWh로 OECD 국가들 중 ▲이태리(184.7$/MWh) ▲일본(163.1$/MWh) ▲독일(140.8$/MWh) 등에 비해 저렴하지만 ▲노르웨이(42.4$/MWh) ▲스웨덴(60.2$/MWh) ▲미국(67.5$/MWh) 등에 비해 비싸서 OECD 국가들 중에 중간 정도 순위를 차지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 대비 80% 수준(2017년 기준 90%)으로 ▲스웨덴(35%) ▲노르웨이(41%) ▲독일(43%) ▲미국(54%) ▲이태리(67%) ▲일본(73%)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아 OECD 국가들 중에 1위를 차지한다.

국내기업 중 전력사용 순위를 살펴보면 ▲현대제철 ▲삼성전자 ▲포스코 ▲삼성디스플레이 ▲엘지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화학 ▲OCI㈜ 등의 순으로 이들은 국내 주력 산업인 반도체 제철ㆍ디스플레이ㆍ화학ㆍ태양광 판넬 관련 산업체이다. 이들 산업분야는 산업용 전기요금인상이 가격 경쟁력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탈원전의 부작용은 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들도 나오고 있는데, 10년 정도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는 전기 공급 불안정 및 고비용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과실로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국민혈세의 낭비와 정치적 혼란이 야기되는 상황 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가에너지정책에 대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재검토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미래만을 바라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하여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정책의 재수립”을 촉구했다.

이에 학회는 ▲미래지향적인 에너지수급계획 재정립을 위해 범국민 공론화의 장 마련 ▲지난 6월 15일 열린 한수원이사회 결정의 원인 무효화 및 신한울 3ㆍ4호기를 포함한 신규원전 건설 예정대로 추진 ▲국내 원전산업생태계의 생존과 직결된 해외수출을 위해 사우디원전 수주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노력 ▲국회는 수요자와 에너지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 및 에너지 정책을 대통령 공약 시행에 몰입하는 독선적인 정부에 맡기지 말 것 등 4가지 사항을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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