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냉각수 속 기포 움직임까지 3D 시뮬레이션 가능

원자로 고정밀 열유체 해석분야를 주도하는 '한국형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국내 연구진들이 개발에 성공한 원자로 속 위험한 상황을 3D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해석프로그램이 원전종주국인 미국에서 사용된다.

12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은 원전 고정밀 다차원 열수력 해석 소프트웨어 ‘CUPID(Component Unstructured Program for Interfacial Dynamics)’에 대한 사용권 협약을 미국 일리노이대학(UIUC, University of Illinois Urbana Champaign)과 지난 8일 현지에서 체결했다고 밝혔다.

CUPID는 원전 가동 시 냉각수의 움직임과 속도, 순환 형태를 3차원으로 정밀하게 예측하고, 사고 발생 시 작동하는 안전 냉각계통의 성능을 사이버공간에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미국과 EU 등 원자력 선진국에서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원전 안전성 검증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원자로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온, 고압으로 가동되는 원자로의 안전과 직결되는 냉각 성능은 냉각수의 움직임과 열 전달력으로 좌우되는데, 원자력연구원도 이런 열수력 현상에 대한 예측 소프트웨어 연구를 계속해왔다. 원자로 내 다양한 환경 조건을 고려해 다차원적인 열수력 현상에 대한 면밀하고 정확한 예측 값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과 함께 적합한 계산방법 개발이 관건이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CUPID는 최신 전산유체역학 기술과 액체 속에서 기포가 함께 움직이는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2상 유동 물리 모델’을 안정적으로 결합했다. 이를 통해 냉각수 뿐 아니라 냉각수 내 기포의 움직임까지 함께 파악할 수 있어, 원자로 안전성 평가에 직접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전산유체해석 방법을 선택하면서 다양한 환경 조건에 대해서도 빠르고 정확한 계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또 CUPID를 구성하는 세부 프로그램이 모듈화돼 있어 새로운 물리 모델을 추가하거나 변경하기 쉽고 다른 프로그램과 연계하기도 쉽다.

특히 지난 8월 개발에 성공한 최신 버전의 CUPID는 3차원 안전 해석이 가능하다. 기존 원자로 안전해석 프로그램들이 전통적인 1차원 모델인 반면 CUPID는 최신 전산유체역학 기술을 바탕으로 원자로를 3차원으로 모델링해 실제 원자로와 유사한 시뮬레이션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원자력 안전해석 분야를 선도하는 일리노이대학 연구팀에서도 이 점에 특히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CUPID 국산화 연구를 이끈 윤한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열수력·중대사고안전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이번 협약 체결을 통해 원자로 고정밀 열유체 해석 분야를 국내 기술이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해외 기술 수출까지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