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은호 前 한국원자력연구원 공학박사

현대 국가에서는 과학기술의 바탕 없이는 산업은 물론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 할 수 없다. 그만큼 과학 기술이 국가와 모든 사회를 밑에서 받혀주고, 견인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여야 산업이 발전 할 수 있고, 산업이 발전하여야 경제가 일어 설 수 있으며, 경제가 튼튼하여야 국제적으로 국가도 힘을 쓸 수 있다.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원동력은 전기로 이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이다.  전기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에너지원이 있어야 하고, 에너지원만으로 전기가 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전기를 생산하려면 충분한 기술과 기술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며,  기술의 정도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개선되고 개량되어 첨단화 되어야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세계 선진국 대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과학 기술인들의 끈질기고, 부단한 노력과 산업발전을 견인하는 에너지 즉 전기가 풍부했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경제를 이만큼이라도 지탱하고 있다고 하여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1950~60년대를 회고해 보자. 경제는 얼마나 비참하였으며, 공장을 움직이는 전기 사정은 얼마나 참담 하였던가. 전기는 고사하고 호롱불조차 마음대로 켤 수 있는 석유는 제대로 공급 되었던가. 따라서 공장을 지을 능력도 재원은 물론 누가 지워 준다고 하여도 돌릴만한 기술은 고사하고 동력(전기) 조차 없어 세계에서 제일 뒤 떨어진 최빈국 이었다.  그러한 우리나라가 1980년대 들어오면서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풍부한 전기를 확보 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나가서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 건설, 운전 하는 최첨단 기술을 국내기술로 확보, 자립함으로서 지금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 놓더라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첨단기술이 제대로 확립된 선진국으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아마 이러한 선진적인 기술 인력 즉 원자력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우리는 후진국 대열을 벗어나지 못하였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지금처럼 풍부한 전기를 공급 할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없었다면 과연 이 많은 공장을 돌려  경쟁성을 갖춘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해 세계시장에 내 놓을 수 있었을까. 물론 석유나 석탄에 의한 화력 발전소로 대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보다 더 극심한 공기오염으로 피해는 더욱 심하여 환경과 경제는 점점 나락으로 치닫고, 따라서 전기 사정은 더욱 악화의 길어 가고 있지 않을까 한다.

돌이켜 보면 원자력 기술인력 확보, 기술개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국가가 일찍부터 깨달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서둘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과학 기술이 이만큼 성장 하였고, 이 기술이 바탕이 되어 산업이 급성장 할 수 있었으며, 세계적인 수출 대국 즉 경제측면에서 선진 대열에 낄 수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그러면  그동안 원자력 기술이 국가에 얼마나 기여 하였고, 산업 발전과 세계 과학 기술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여 왔으며 또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자.

◆인력 양성과 연구 개발=정치도, 경제도, 산업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더욱이 경제 발전의 제일 밑바닥은 산업이며, 산업을 받쳐주는 원천은 기술이다. 기술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투자를 해서 기술 인력을 길러야하고, 계속 기술을 연마, 개선, 개발을 통해 첨단화 시켜야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195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공장 하나 없었고, 공장이 있었다고 하여도 공장을 돌릴만한  변변한 기술자도 없었다. 더더욱 전기가 부족하여 일반 가정에도 전기를 제대로 공급할 형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원자력 발전이며,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우선 인재를 확보해야겠다는 욕심에 몇몇 대학교에 원자력 공학과를 설치하고 연구소를 만들어 인재 양성과 기술 토대를 마련해야 하겠다는 국가의 미래 지향적인 현명한 결심(정책)이 섰다.  한편으로는 이 인재양성을 위해 우선 분야별로 이공계 과학자 들을 선발, 미국, 영국 등에서 선진 원자력 기술을 배워 확보하는 한편 이들이 귀국하여 연구소와 각 대학 원자력공학과에서 원자력 기술을 가르치고, 기술 국산화와 첨단화를 위한  인력양성에 매진한 결과 오늘날의 원자력기술 확보와 선진화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기술 선도 국으로 거듭나, 원자력하면 한국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원자력 선진국으로 자리 매김하였다.  바로 이러한 국가적 노력, 각 학교와 연구소의 열과 성의를 다 하는 가르침과 학구적 노력, 세계를 향한 학문적 연구가 아니었다면 원자력 기술이 세계에서 우뚝 서고, 오늘 날 와서 여러 기술 후진국에서 한국의 기술과 원자력에 대한 경험과 선진기술을 배우려고 찾아  오겠는가.
1960~70년대에는 원자력에 대한 기술을 배우려고 선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찾아 갔지만 이제는 우리가 세계 여러 나라에 기술을 가르치고, 선도하고 있음은 우리나라의 원자력 교육과 연구제도가 제대로 서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한국의 기술 수준을 높이 평가하여 모범적 사례(roll model)로 삼고 있다. 학문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없으면 그만큼 정체되고, 정체되기 시작하면 화롯불이 그냥 두면 사그라져 꺼지듯, 지금까지 갈고 닦아 온 학문과 기술은 쓸모없는 재가 되어 쓰레기 같은 존재로 전락 할 것이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끓임 없이 앞으로 나가고 있는데 지금같이 정부가 원자력 기술을 천박하게 박대 한다면 또 다시 얼마 안가서 50년, 60년대처럼 기술 후진국이 되어 선진 학문과 기술을 배우려 기술 선진국에 구걸하러 다녀야만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교육과 연구에의 투자는 현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로 현재에서 보면 돈 낭비 같아 보이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때 투자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가슴을 쓰러 내리는 안도감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과 연구에 들어가는 돈은 현재의 낭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요 미래를 튼튼하게 담보하는 확실한 보루이다. 원래 “과학, 기술자는 조국은 있어도 국경은 없다”라는 격언이 있듯이 지금까지 갈고 닦아 놓온 첨단 기술은 마지못해 국경선을 넘어 가지 않을까.

◆먼 장래를 위해 나무를 심자=단기간에 열매를 수확하려면 풀을 심어야하고, 장기간 걸쳐 큰 열매를 따 먹으려면 나무를 심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 의식주 해결이 국가의 선결 문제였을 때에는 단기간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산업에 총력 하였지만 이제는 장기간  국가의 먼 미래를 보고 경제를, 산업을 계획하여야 하는 계획 경제 시대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은 풀을 심어야 하는 때가 아니라 미래를 짜고, 계획하는 정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다시 말하면 5년이나 10년 동안만 잘 살아보자는 낡은 꿈은 버려야한다. 이제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만이 아니라  50년, 100년의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전원 계획을 포함해 기술과 연구 개발의 첨단화, 인력의 고도화 계획을 세워 이를 실천해야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보장된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산업적으로 크게 성장 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 가야만 하는 중. 장기적 기술의 선진화, 고도화 계획을 수립해야 할 때 인데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과학 기술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입으로만 떠든다. 그러나 속을 들어다 보면 빈 강정으로 과학기술 정책(정치)은 오히려 후퇴를 하고 있어 아직도 50년 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전력을 포함한 기술개발 계획은 정치인들이 지금 연필(칼) 자루를 지고 있다고 하여 조자룡 헌 칼 쓰듯 임의로 만들 것이 아니라 산업, 경제, 관련공학, 인력 관리, 환경 등의 전문가 집단이 평가하여 만들어야 확실성과 실행성이 높다.
지금까지 화석 연료를 사용하여 전기를 얻는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가스, 미세 먼지 등의 공해 물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대안이 대체 에너지이며, 이에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이 있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은 우리나라 기후 조건으로 보아 대량 에너지를 생산, 무수히 많은 공장에 공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태양빛이나 풍력은 기후와 지리적 조건이 좋은 나라에서는 경제성을 맞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 같은 산업(공업)여건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고지대나 해안지대 등 몇몇 곳에서 소규모 또는 지역 단위로 발전할 수는 있겠으나 부지의 활용성, 수명과 폐기물 처리, 발전에 수반되는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경제성과 환경 평가 없이 “다른 나라에서 하니 우리도” 하는 식으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를 때 일 수록 잘 못된 정치적 결단이나 결정은 국가 산업이나 경제를 망칠 수도 있다.
그리고, 화석 연료 중에서 LNG를 대체 에너지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경제성과 환경 공해 등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정치적 고려만 하였지 환경, 경제성, 장기적인 공급과 이로 인해 파생 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지에 선택한 대안이 아닌가 한다. 물론 전기 공급의 다변화 측면에서 고려 해 봄직은 하다. 아마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를 염두에 두고 대체 에너지로 구상하지 않았을 가하는 생각도 든다. 혹시 한국을 일본 후쿠시마에 놓고 평가한 것이 아닐까 싶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엄격하게 따져보면 원전 사고가 아니다.  해일에 의한 해일 사고일 뿐이다. 옆집의 불이 우리 집으로 옮겨와 집이 탔으면 우리 집이 잘못 되었다고 탓할 수 있는가. 사고 인식에 대한 발상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LNG는 탄소화합물로 탄산가스 배출은 물론 초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일 수 있고, 상온에서는 기체로 누출이 쉽고, 발화점이 낮아 화재 위험성이 상존하며, 누출 시 공해(온실효과)가 탄산가스의 1.8배 이상 클 뿐 아니라 액화 온도가 영하 162℃로 폭발력이 강해 운반이나 장기 저장성이 취약한 단점으로 국가의 안보적 전략 비축 에너지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현 가채 세계 총 매장량은 1,200억 톤으로 현 소비추세로 추산한다면 60여 년 동안은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소비 추세가 늘어난다면 현재의 발전 단가 160원/KW(원자력 단가의2∼3배)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의 발전 단가로 생산되는 국산 상품이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고, 이런 중장기 발전정책으로 과연 국내 기업의 국외로의 이 탈을 막아 산업을 선진화시켜 국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지.

◆원자력 기술이 국가 발전에 미친 영향=원자력은 인력 집약적이며 기술 집약적 이라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기술이 접합되어야하고, 여러 분야 전공 인력을 필요로 하는 학문이요 기술이라는 뜻이다. 사실 원자력 발전 기술을 제대로 확립하려면 토목, 건축에서부터 핵물리, 화공, 전기, 전자, 재료 등 등 이공계에서 연구 개발되는 모든 분야의 software 와 hardware의 첨단화된 기술이 접합되어야 원자력 발전 기술을 확립할 수 있다. 따라서 이공계의 모든 기술의 요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원자력 기술은 학문적으로나 기술적인 면에서 파급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따라서 원자력 기술을 확립하면 여기에 들어가는 모든 산업체의 첨단 기술은 따라서 발전하게 되고, 산업계의 인프라도 그만큼 발전 할 수밖에 없다. 1960년대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최저 산업국을 오늘날의 선진화 시킨 것은 이러한 원자력 기술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연구소다운 연구소가 있었던가. 처음 원자력학과와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에 대한 잔뿌리를 내리면서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였고, 연이어 KIST, ADD 등 산업과 국방에 대한 기술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비단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도 원자력 연구소를 모태로 현대 과학과 기술을 개발, 고도화 시켰고, 여기에서 얻은 기술이 산업체에 파급되면서 그 나라의 산업기술 발전과 경제를 견인하여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의 원자력 기술이 음으로 양으로 각 산업 분야에 파급, 인프라 산업이 잘 구축되어 기술 고도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만약 여기에서 원자력 발전소, 이와 연결되어 있는 인력과 인프라의 축이 무너지면 지난 60여 년간 천신만고로 쌓아 온 원자력 관련 금자탑의 학문은 물론 기술, 여러 인프라 산업의 한축이 일시에 무너지거나 깊은 치명상을 입게 되어 고도화된 소프트웨어(software)와 하드웨어(hardware)도 함께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 된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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