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특별기고] 안전한 방사성폐기물 처리 · 처분 함께 고민해야한국원자력환경공단 차성수 이사장

2009년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으로 출범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지난 3월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공단의 지난 10년은 공공기관 최초의 본사 지방이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사명 변경, 2차례의 공기연장이라는 난관을 뚫고 이뤄낸 중저준위 방폐물 1단계 처분시설 사용승인 취득과 시설운영, 중저준위 방폐물 2단계 처분시설 부지정지 공사등 우리 방폐물사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원자력계는 에너지 전환과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전까지의 원자력이 원전 건설과 운영에 포커스가 맞춰졌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들은 원전의 안전에 보다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금기어처럼 취급 받았던 방사성 폐기물이 무엇이며, 얼마나 위험한지, 관리대책은 있는지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원자력발전은 에너지 안보, 경제발전 논리 등을 앞세워 원전 건설과 운영 등의 선행 핵주기에 집중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방사성 폐기물 특성연구, 고준위 방폐물처리 및 처분, 원전 해체기술, 인력양성 등 원자력의 ‘아픈 부분’인 후행 핵주기는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폐물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는 달라졌다. 국민들은 방폐물은 ‘매우’ 위험한 것이며 보다 안전한 관리와 철저한 관리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해체가 시작되면 엄청난 양의 방폐물이 발생한다. 방폐물 부피는 처분비용으로 직결된다. 방폐물의 부피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처분하는 문제는 안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많은 고민과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지금까지 방폐물 처분이 원전 운영 폐기물 중심의 정형화된 처분의 과정이었다면 다가올 해체폐기물 처분은 다양한 형태와 핵종을 가진 도전적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원전해체가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해체 폐기물에 대한 이해와 처리 및 처분에 대한 기술적 준비가 철저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은 지난 2005년 경주에 부지를 마련하고 2014년 10만 드럼 규모의 1단계 동굴처분시설을 준공해 어느정도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아직 아직 원전해체 폐기물 처리와 처분을 위한 2단계 표층 처분시설, 3단계 매립형 처분시설에 대해 주민을 설득하고 수용성을 확보해야 하는 등 갈길이 멀다. 

또한 우리 원자력계 앞에는 ‘고준위 방폐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놓여 있다. 환경단체들은 고준위 방폐물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고준위 방폐물은 1978년 고리원전 가동을 시작한 이후 원자력계가 40년 넘게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난제 중의 난제다. 정부, 정치권, 원자력계, 환경단체, 국민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하지만 대책은 계속 미루어 왔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계속 짓는다는 비판을 해도 변명이 궁색한 것이 사실이다.

고준위 방폐물은 처분할지, 말지 ○×의 문제가 아니다.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 등의 후행 핵주기분야 기술 선도국들은 이미 지하 연구시설 운영단계를 지나 실제 고준위방폐장 건설에 착수할 정도로 많은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발전소에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 저장시설을 확보하고 처리하는 다양한 기술적 과제와 인수기준, 영구 처분을 준비하기 위한 연구용 지하 연구시설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연구시설,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지난 10년이 방폐물사업의 기초를 다지는 청소년기였다면 다가오는 10년은 원전해체, 고준위 방폐물 관리 등의 후행 핵주기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할 것이다. 극저준위부터 중준위, 고준위까지 다양한 핵종과 용도의 방폐물을 관리해야 하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공단은 국내 유일의 방폐물관리 전담기관으로 중저준위 방폐장의 안전한 운영과 수용성 확보, 원전해체와 고준위방폐물 중간저장 및 영구처분에 대비한 시설 확충과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물 관련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 등 선도국 전담기관과 기술,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있으며, IAEA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직원을 파견해 고준위 방폐물 처분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 대학 등과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 및 원전해체 인력 양성, 방사성 동위원소 폐기물 기술정보 교류, 대국민 이해 증진 등의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재검토가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유기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사회적 수용성 확보 노력을 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공단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선정과 건설과정에서 경험했지만 방사성폐기물은 기술적 안전성과 함께 정치, 사회, 행정적으로 다양한 변수가 개입되는 복잡한 사안이다. 방사성 폐기물은 국민들에게 과학, 기술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 주어야 한다. 

방폐물은 탈(脫)원전이나 친(親)원전에 관계없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원전의 혜택을 누린 현세대가 사명감을 갖고 해결해야 문제다. 정부가 추진중인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함께 선제적 기술개발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안전한 관리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회적 수용성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제 ‘언젠가는 되겠지’하는 근거없는 낙관론은 버려야 한다. 안전한 방폐물 관리기술 개발과 수용성 확보는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 주지 않는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 원자력계 모두가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와 처분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약력
- 서울대 지질과학 학사, 지구물리학석사, 지구환경과학 박사
- 지구물리 기술사, 지질 및 지반기술사
- 인천대교(주) 부사장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 미국 버지니아대 객원연구원
- 에이멕파트너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 베트남국립대 호치민공대 초빙교수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객원교수
- 코센(TUV SUD KOCEN) 대표이사 사장 역임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18년 ~ 현재)

 

 

한국원자력신문  knp@knpnews.con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원자력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