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정책칼럼]日에 맞선 소재·부품·장비 긴급 기술지원 체제
조성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원장

일본은 반도체 혹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소재인 폴리이미드 필름, 고순도 불산, 포토리지스트에 대해 포괄허가제에서 개별허가제로 변경했다. 우리나라를 이른바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1000개가 넘는 전략물자 품목들에 대해도 수출 제한 장치를 강화했다. 일본의 이러한 조치들은 개방적 체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 경제에 커다란 위협 요소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우리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되돌려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듯하며, 정치적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만일 일본이 1000여 개 품목들에 대해 전 방위로 수출을 규제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우리 주력산업이 입을 피해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용납할 수 없는 리스크가 우리에게 생긴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부터 비롯되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대일 의존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소재부품 연구개발 투자의 대폭 확대, 장관급 회의체인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의 신설, 2021년 일몰 예정이던 소재부품 특별법의 상시법 전환 등 정부의 최근 조치들은 이를 위한 것이다.

정부의 조치 외에도 우리에게는 몇 가지 긍정적인 요인들이 있다. 첫째 우리 소재부품 산업은 극일의 문제는 있지만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생산, 고용, 수출, 부가가치 등 대부분의 면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40 내지 5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2018년 약 140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굴지의 소재부품 기업들이 있다.

둘째 우리는 훌륭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출연연들이 소재부품 연구개발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또 논문 발표가 세계 5위 정도로 우리나라 연구개발 총 역량이 뛰어나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이 일반화될 미래 사회는 새로운 기능의 소재들에 의해 가능해진다.

우리에게도 단숨에 소재 최강국이 될 기회들이 열려있는 것이다. 정부의 조치들과 이러한 긍정적인 요인들을 배경으로 삼아 연구개발을 지속한다면 우리는 소재부품 대일 의존으로부터 얼마든지 탈피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생산된 소재부품이 보다 적극적으로 채택돼야 하고 출연연과 대학 등 공공 부문의 연구개발이 좀 더 시장에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리스크가 생긴 것을 계기로 필자가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출연연과 대학 등 공공부문의 소재부품 연구개발은 그 성과가 산업화돼 실제로 활용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처방은 될 수 있으나 일본 수입규제 리스크가 가시화될 경우의 초단기 대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당장 필요한 소재부품의 국산화 등 초단기 대책은 기업들이 주도해 나가야 한다.

한편 기업들, 특히 중소 중견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초단기 대책에 필요한 기술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출연연이나 대학 등 공공 부분의 연구개발 역량이 도울 여지가 많은 것이다. 필자가 속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지난 8월초 ‘소재부품장비 다변화 긴급 기술 지원체제‘를 출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도량형 국가표준을 확립하고 있으며 또 측정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 축적된 측정기술을 바탕으로 가스나 첨단 소재의 측정ㆍ분석ㆍ평가, 측정 분석 장비 소프트웨어 기술 등의 분야에서 소재부품 국산화·다변화 기업들을 가급적이면 무상으로 긴급 지원하고자 한다. 긴급지원체제 출범 후 약 한 달 동안 이미 여러 건의 협의가 있었으며, 6건에 대한 기술지원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긴급지원체제에 대한 홍보를 다각도로 펼칠 예정이며 기술지원이 크게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비단 필자가 속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뿐만 아니라 많은 공공 연구기관들이 일본 수출규제 관련하여 기업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포함 과학기술계 25개 출연연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 기술지원단을 주도해 운영하고 있고, 서울대와 카이스트도 각각 특별전담팀과 기술자문단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기업들의 치열한 노력과 공공 부문의 이러한 적극적 지원이 합해져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전례 없던 리스크가 극복되기를 소망한다. 1996년 IMF 외환 위기, 2008년 리먼사태로부터 비롯된 글로벌 위기 등 우리는 늘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삼아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번에 한층 더 발전할 것이다.

<*본 기고는 2019년 9월 6일 정책브리핑(www.korea.kr) 정책기고에 게재된 내용을 발췌했음>

한국원자력신문  knp@knpnews.con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원자력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