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avid Boys PSI 공공정책담당관
상태바
[인터뷰] David Boys PSI 공공정책담당관
  • 박재구 기자
  • 승인 2010.12.20 0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력산업, 국민 복지 위해 공공성 유지해야”

David Boys PSI 공공정책담당관.
“한국은 일반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으로 돌아가 PSI가 봤을 때 한국은 노동조합 활동 여건이 안 좋은 나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 정치인, 학자, 대부분의 기업 경영자들도 노조에 대해 전혀 존중하는 생각이 없고,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UN 산하기구 중 하나인 Public Services International(PSI)에서 공공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David Boys 공공정책담당관은 우리나라의 노동운동 현실에 대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David Boys 담당관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강경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거나, 자기 위치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것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원하는 건 정부, 경영, 노동조합 3자 체제의 노사정이라고 생각한다. 테이블 에 앉아 서로의 견해 차이를 얘기하고 존중하면서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돼야 길거리에서 치고받는 싸움은 없어진다. PSI는 각국의 노조들이 문명화된 구조로 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David Boys 담당관은 전 세계적인 전력산업 사유화 정책은 세계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거대 국제금융의 힘이 배후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의 전력산업 민영화에도 이들 세력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DB 경우 특히 아시아 국가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ADB의 정책과 사람들의 의견이 각 나라의 정책담당자들이나 학자들에 큰 영향을 준다. ADB가 하니까 한번 생각해 봐야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한국이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민영화의 과정은 공통적이다. 다른 어떤 나라를 봐도 독특한 게 아니라 다 똑같다.”

David Boys PSI 공공정책담당관.
David Boys 담당관은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무장된 이들 세력의 입김이 작용해 전력산업 민영화를 추진했던 미국, 라틴 아메리카,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위기 사례가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전기는 저장이 안 되는 특이한 재화고 전력산업은 초기 투자비용 많이 든다. 40년 동안 가치가 창출되는 산업인데 민간사업자들은 단기간에 수익발생을 기대하는 조급성을 지니고 있어 견디기 어렵다. 또한 전력산업은 다른 산업처럼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을 통한 이윤 창출, 효율성 제고가 이론처럼 따르지 않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유화나 민영화가 많이 이뤄진 나라에서는 전력공급 안정성이 많이 훼손됐다.”

David Boys 담당관은 또한 자신의 고향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전력공급을 담당하던 온타리오 하이드로사의 민영화 과정을 소개하면서 민영화에 기업통합과 관련 깊은 변호사, 브로커, 펀드, 금융 분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타리오 하이드로사의 민영화가 추진되면 400억 달러 정도의 새로운 금융시장이 형성되고, 민영화 작업에 참여하면 10억 달러 정도의 수수료가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사람들은 전력회사가 국영화든 민영화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돈만 벌면 그만이다. 민영화 정책 뒤에는 이런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

David Boys 담당관은 한국의 전력산업 민영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환경론자가 됐던, 일반 시민이 됐던 민영화로 가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노동조합이 저항의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 국가의 에너지 산업은 그 나라의 여러 가지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영체제여야 한다. 왜냐하면 민간 기업은 돈이 안 되는 가난한 사람들한테는 공급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민간사업자의 궁극적 목적이 단순한 이윤추구가 아니라 최대 이윤추구이며 다른 것은 다 후순위다.”

그는 또 어느 나라나 에너지 산업이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발전의 모습이 달라진다며 OECD국가를 기본으로 과거를 돌아보면 에너지 산업의 시작은 민간이 하지만 나라가 발전하고 커질수록 국영화 작업이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한국의 정책담당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들의 생각만 고집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양심 있는 자료가 많으니 참고하길 바라며, 비주류 사람들의 이야기도 무시하지 말고 들어보길 바란다. 또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 환경 문제도 좀 더 심각하게 정책에 반영하길 바란다. 장기적인 효과를 보려면 에너지 하나만 보지 말고 에너지와 환경, 주택, 건설 등을 입체적 봐야 한다.”

David Boys 담당관은 인터뷰를 마감하면서 전력산업은 국민의 복지를 위해 공공성을 유지해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의 전력산업이 가진 장점은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였으며, 과거에 전력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지 않았으면 지금과 같은 경제발전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전력산업을 국가가 주도하지 않고 민간에 맡겼으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덧붙여 “밖에서 보는 한국의 이미지는 산업이 강하고 열심히 일하며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역동적 나라지만 한국에서 외국으로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은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평판이 안 좋다. 이러한 평판은 한국기업들이 노동문제에 대해서 구조적으로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정부의 정책이 기업만 살찌우는 방향이 아니고 40년 전 한국이 처해 있던 상황과 유사한 나라들을 도와 줄 수 있는, 같이 갈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정책을 펴느냐가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