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택 안양대학교 전 교학부총장·명예교수·전기전자공학·Utah대 컴퓨터공학박사 

유재택 안양대학교 전 교학부총장
유재택 안양대학교 전 교학부총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당사국인 일본보다도, 이웃 나라인 우리나라 국민이 더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오염수 너나 마셔라’ 나 ‘일본 농업용수로 사용해라’ 등 많은 선동성 말들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에 열린 두 토론회에 참석했는데, 토론회에서는 ‘괴담과 선동’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에교협(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서는 ‘과학기술로 바라보자’로 특별토론회를 프레스센타에서 개최하였고, 다음날 공정언론국민연대에서는 ‘후쿠시마 괴담 어떻게 확산되나’로 긴급토론회를 국회본관에서 개최하기까지 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어떤 분은 ‘이렇게까지 혼돈스럽게 된 진원지에는 대중들의 방사선 공포가 있고, 그 방사선 공포의 진원지는 국제방사선위원회(ICRP) LNT모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 모델에 대한 분석과 비판 및 대안 제시를 해보고자 한다. 이 분석은 인터넷 ‘Atomic wiki’를 주로 검색하여 내용과 수치를 참고하며 작성하였다. 

ICRP는 방사선예방, 방사선노출로 인한 질병 예방 등에 대하여 권고하고 자문하는 국제단체이며, 방사선 피폭선량과 그로 인한 영향의 관계를 설명할 때, 즉 방사선 방호체계 설명을 위한 논리에 LNT(Linear non-threshold, 문턱없는 선형)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문턱없는 선형(LNT)모델’이란, 선량의 크기는 곧 위험으로 간주하여 그 양에 비례하여 위험의 정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0’ 선량이어야 ‘0’ 위험이라는 모델로 설명된다. 학자들은 암 발생과 관련하여 100mSv 또는 50mSv 이상의 방사선 피폭에서 이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며, 실제로 방사선 피폭량이 100mSv 이상인 경우에 암의 발생이 증가한다고 한다. 이렇듯 100mSv 이상의 선량에 대해서 적용하는 모델인데, ‘0 선량이어야 0 위험’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함으로써 저선량 영역 해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LNT모델의 모순을 보여주는 관점을 제시해 본다. 

1) LNT모델은 선형모델인데, 선형모델의 일반식은 y=ax+b 로서, a 값과 b 값을 회귀분석으로 구해 수식 모델로 표현한다. 회귀분석은 측정 데이터가 많을 때 그 관계를 간략화시킨 수식으로 표현하기 위한 통계학적 분석 방법이다. 그런데 LNT모델에서는 b의 값을 ‘0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 100mSv 이하의 피폭은 유의미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표현하는 직선이 원점을 교차한다고 가정하여 일반해가 아닌 ‘b=0’의 특수해를 구하였다는 점이며, 이에 대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 생명체는 자신도 방사선을 미약하게나마 내고 있으며 환경방사선도 받고 있으니, 자연상태에서 ‘0 선량’이라는 현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추상적인 수학개념을 적용하여 데이타로 정립되지 않은 저선량 영역으로까지도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2) ICRP가 1977년에 권고한 방사선방호 기본 사고방식인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는 ‘합리적으로 가능한한 낮게’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이 현실적이고 과학적이라 본다. 이 개념에서는 ‘가능한한 낮게’라고 표현하여 적은 량을 의미하였는데, LNT모델에서는 ‘0 선량’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 개념과의 모순을 보이고 있다. ‘0 선량’으로 표현하려면, 현실적으로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자연방사선도 제거하여야 함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3) 비공인 모델인 ‘문턱있는 선형모델’은 일정 선량 아래에서는 위험이 없고 문턱선량을 넘어서면 선량에 비례하여 위험의 크기가 증가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 모델이 일반식인 y=ax+b의 해를 구하는 모델로 보이지만, 저 선량 영역에서는 해석이 다르며,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여기서는 이 모델을 LT(Linear threshold)모델이라 표현해 보자.

4) 프랑스 과학아카데미-국립의료아카데미는 2005년 저선량 영역에서의 LNT모델의 사용을 거부했으며, 25mSv보다 적은 선량에서 LNT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참고로, 프랑스는 원전 발전량 비율이 가장 많은 나라이며, 방사선 방호체계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느슨하다고 한다. 프랑스의 예가 시사하는 바는, 3)의 LT모델을 사용하여 25mSv 이하로 문턱값을 설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어떠한 모델이든, 모순을 나타내는 반례(counter example)가 발견되면 수정하는게 과학이므로, LNT모델은 수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해 본다. 

1) ICRP는 고선량 영역 데이터를 사용하여 정립한 LNT모델에 ‘0 선량이어야 0 위험’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ALARA 기본 개념으로 돌아가서 ‘가능한한 낮게’라는 표현으로 대치하여야, 통상의 과학적인 시각으로 보아, 올바른 표현이 될 것이다.

2) ICRP는 모델의 사용구간을 명확히 하여야 하며, 구간별 표현 식을 개발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전자공학에서 특정 트랜지스터의 동작 특성을 나타내는 수식은 그 동작영역을 나눠서 차단 영역, 활동 영역, 포화 영역으로 하여 영역별 수식을 세우고, 트랜지스터의 동작영역을 확인한 후에 수식을 선택하여 적용한다. 수식이 만나는 경계선 점에서는 물론 같은 값이 되어 연속성을 유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3개의 수식으로 한 개의 그래프가 되어 전체를 표현하는 함수가 된다. 

3) 우리나라에서는 자연방사선량이 3~4mSv 정도 되므로, 이 값이 사실적인, de facto 제로 위험값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니, LT모델로서 이 값 정도에서 문턱값으로 설정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마무리를 짓겠다. ICRP가 LNT모델에서 ‘0 선량 0 위험’이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주는 예측 계산치가 국내 해역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정도라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불안해하며 동시에 괴담도 퍼지게 되는 빌미를 주고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오해의 소지가 없는 올바른 모델을 제시하는게,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는 길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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