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민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오영민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오영민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이른 새벽 시간, 핸드폰에서 낯설면서도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렸다. 

화들짝 놀라 알람 메시지를 보니 경북 경주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잠은 순식간에 달아나고, 고리와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는게 다급해졌다. 다행히 발전소는 평시와 같이 정상운전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마치 재난 영화의 인트로 장면과도 같았던 오늘 아침의 소동은 포항지진을 겪었던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일본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목도하였던 우리 국민들에게 마음을 쓸어내리는 아찔한 경험임이 분명했다. 

 때마침 올해 11월 초에 수행된 국가방사능방재 연합훈련은 오늘 아침의 상황과 매우 유사한 방사능 복합재난의 과정을 담고 있었다. 

전라남도 영광군 한빛원전에서 서북쪽으로 70㎞ 떨어진 해역에서 규모 6.0 지진이 발생한 것을 가정한 국가방사능방재 연합훈련은, 그로 인해 발전소의 비상전원을 포함하여 모든 전원이 상실되면서 원자로 노심이 용융된 것을 시나리오의 주요 구조로 삼았다. 

특히, 발전소 복구가 지연되고 방사능물질이 원전 밖으로 유출되는 상황을 부가함으로써 비상계획구역내(EPZ) 지역주민들의 대피와 구호소 개설, 방사선비상진료 운영이 실제 훈련에 시도되었다.  

이것은 국내 최초로 방사능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역량을 집결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었다. 

그러나, 훈련의 초점이 원전의 복구에 있기 때문에 재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주민들의 안전과 보호, 피해의 감소에 있어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았다. 

즉, 방사능 재난 대비 훈련 시나리오의 근본적인 한계와 주민 참여 등의 제한 등으로 실제 상황과 유사할 정도로의 훈련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개선점을 몇 가지 짚어봤다. 

첫째, 시나리오의 개선이다. 재난상황의 설정은 원전에서 문제가 일어나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까지는 동일하다. 

그러나, 복합재난을 가정할 때, 재난의 유형이 지진, 태풍, 홍수, 침수, 화재, 화학사고 등 여러 가지이고, 지역적, 계절별로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시나리오의 근본적인 뼈대를 다양하게 구성해야 실제 재난 상황을 반영할 수 있다. 

둘째, 방사능 복합재난의 규모를 최악의 위험을 가정하여 설정하여야 한다. 

현재의 시나리오는 단기간의 소규모 영향 정도로만 재난 위험이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방사능 복합재난의 현실은 정확히 반대로 장기간,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 결과 피해를 받는 인원 역시 최소 수십만명에서 수백만명에 이를 것이고, 동원해야 할 국가적 역량도 비례적으로 늘려야만 한다. 최상위 훈련 시나리오에는 전시에 준하는 훈련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되어야 하고, 실제 훈련을 할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다. 

셋째, 복합재난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과 물품의 구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재난피해자, 약자를 위한 안전한 구호소와 오염되고 파괴된 도로를 피해 구호소로 안내할 대피경로시스템 그리고 내부피폭과 감염을 막기위한 방호 마스크, 안전한 대피를 위한 이동형 방사능 계측기 등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거주지 실내대피를 위한 보호 물품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넷째, 방사능 복합재난에 대한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재난과 방사능 사고가 분리된 현재의 정부 체계는 단일 재난에는 효율적이지만, 방사능 복합재난의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유기적으로 조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방사능 복합재난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있는 전문가를 길러낼 수 있는 통합체계가 필요하다. 

원자력의 효율은 국가적 발전과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매우 낮은 확률의 위험도 필연적으로 동반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증유의 방사능 복합재난을 대비하는 것은 원자력의 미래를 고민하는 우리 모두의 필수적 과업이다.  

※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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