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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PIC 명실상부 국내원전 기술기준 역할 톡톡히 해내”[특별인터뷰]한국수력원자력 품질보증실 전병기 실장
  • 대담=이석우 국장/정리=김소연 기자
  • 승인 2011.08.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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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건설프로젝트 별로 발전사업자 KEPIC인증 취득
무한대 경제적 효과 넘어 기술자립 더 큰 시너지 창출
“KEPIC은 정부의 전력산업 기술자립정책의 일환으로 1987년 한전에서 표준개발 현황과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조사를 실시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전병기(사진) 한국수력원자력 품질보증실장은 그 당시 KEPIC의 탄생 비화를 기억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 실장은 “우리나라에서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개발이 추진된 것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한창 진행되던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당시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의 설비기준을 적용한 많은 발전소가 건설 중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국 각 발전소마다 서로 다른 국가의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기술자립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에 우리만의 기준을 가질 필요성이 제기됐다. KEPIC은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개발돼 원자력 발전소 건설, 운영을 비롯해 전력설비 표준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KEPIC 활용에 따른 경제적 측면의 효과는 눈에 보이는 효과도 있지만 무형의 효과도 엄청나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전 실장은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ASME를 적용해 기자재를 구입하였을 때와 KEPIC을 적용하였을 경우 적게는 24%에서 많게는 53%까지 구매비용을 절감한 사례가 있다”며 “절감사유는 국내 인증제도의 적용과 국내 제작 부품과 소재의 사용 그리고 기자재 공급자의 다양화에 따른 가격 인하요인 발생 등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전병기 실장은 인터뷰 내내 어린 아이처럼 격양된 목소리로 KEPIC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열거했다.



   
-한수원이 보유하고 있는 KEPIC 인증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본격적으로 어느 시점부터 적용이 됐는가. 유지보수보다 건설단계에서 적용이 활발했을 것 같은데.
“KEPIC 인증서는 발전사업자, 설계자, 제작자, 시공사 등 KEPIC이 적용되는 기관 또는 업체에서 KEPIC 관리 주체인 대한전기협회로부터 인증서를 취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수원은 건설 프로젝트 별로 발전사업자 KEPIC 인증서를 취득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신고리 1ㆍ2호기, 신월성 1ㆍ2호기, 신고리 3ㆍ4호기에 대한 발전사업자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3년마다 KEPIC 인증서를 갱신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발주자인 한수원은 안전등급 건설 기자재와 관련하여 보조기기 유자격업체 등록 시에 KEPIC 인증서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KEPIC 활성화에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사업에

KEPIC 적용은 1995년도에 대한전기협회에서 KEPIC 초판을 발행했고 이어서 교과부의 KEPIC 적용 고시를 통해 정부 인정을 취득함에 따라 1996년도부터 울진5ㆍ6호기 건설에 처음 적용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프로젝트의 특성상 당연히 건설부터 적용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KEPIC 초기에는 건설분야에 집중하여 활성화를 시켜 나갔고 점차적으로 유지보수 단계로 확대 활성화 시킨 결과 지금은 원자력산업계 전반에 걸쳐 활성화 되어 있다.”

-또 KEPIC의 적용으로 거둔 효과는. 특히 기존의 원전 건설에서 해외 표준(ASME) 적용과 비교했을 시.
“KEPIC이 없었던 과거에는 영어로 작성된 외국 기술기준을 해석,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아울러, 외국의 기술기준을 배울 기회도 매우 적었던 관계로 문제점이 생기면 국내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 슈퍼바이저(Supervisor)들에게 의존해 온 관계로 많은 외화는 물론 시간 낭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도 아주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국문으로 작성된 KEPIC을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문제점 발생시에 전기협회의 해석서를 통해 단시간 내에 답변을 얻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하게 해결하고 있다.

또 ASME 인증서 취득을 위해서는 전담조직을 구성하여 약 6개월 동안 사전 준비하는 등 많은 시간과 인건비가 소요된 것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부터 ASME 심사팀 초빙 및 수검비용 지출에 따른 달러 유출이 많았다. 하지만 KEPIC 적용에 따라 KEPIC 심사 준비 및 비용 부담이 대폭 경감되어 국내 제작업체들의 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기자재 국산화 추진과 더불어 KEPIC 적용이 활성화됨에 따라 국내 제작업체들의 경쟁력이 크게 증대되는 시너지 효과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해외 기자재 구매비용 대비 약 60~70% 비용으로 국산 기자재로 대체 가능하게 되는 등 원자력산업계의 경쟁력 제고 및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경제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기술자립이라는 측면에서 더 큰 시너지를 발휘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세계의 선진국들은 각 국의 무역장벽을 허물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자유무역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장벽 중 하나인 기술 장벽을 허물기 위하여 지구촌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술기준을 글로벌 기술기준으로 통합하는 작업들을 ISO 및 IEC 등 에서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원자력분야의 기술기준은 각 국의 안전과 직결되는 관계로 아직까지는 글로벌 기술기준이 거의 없는 상황이고, 각 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기준에 따라 원자력발전소를 설계, 건설 및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국가별로 원자력 기술기준을 보유하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자국의 기술을 보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국의 원자력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우리 고유의 기술기준인 KEPIC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로 국내 원자력산업의 기술자립에 초석이 되고 있으며 해외 원전사업 진출에도 크게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이나 운영현장에서 KPEIC 적용 사례는.
“건설 현장인 경우 최종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신고리 1ㆍ2호기를 포함하여 건설 막바지 중인 신월성 1ㆍ2호기, UAE 참조발전소이며 APR 1400 모델인 신고리 3ㆍ4호기, 신울진 1ㆍ2호기에 KEPIC을 적용하고 있으며 후속 호기인 신고리 5ㆍ6호기에도 KEPIC을 적용할 예정이다. 운영 현장인 경우에도 고리 1ㆍ2호기에서부터 신고리 1호기까지 21개 발전소의 운영 및 유지보수 업무 전반에 KEPIC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울진 1ㆍ2호기 증기발생기 교체를 포함하여 대형 설비개선 사업뿐만 아니라 가동 전ㆍ중 시험 및 검사 등 운영 현장에도 전면 적용을 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고유 기술기준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KEPIC 인증이 지금의 궤도에 올라설 때까지 현장 적용에 따른 난관도 많았을 것 같다.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형, 용량별로 설계가 선행되는데 외국으로부터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할 당시에는 수많은 설계 및 문서가 외국 기술기준을 적용하여 작성되었다. 그 이후 1995년도에 KEPIC이 개발되어 적용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설계 및 문서의 개정이 수반되는 관계로 KEPIC 개발 용역을 수행하고 국내 유일한 원전종합설계 회사인 한국전력기술(KEPCO E&C)조차도 KEPIC 적용에 부정적이었다.

또 규제기관인 교과부, 원자력안전기술원을 포함하여 공인검사기관인 기계재료연구원 등 대부분의 이해 관계기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한수원의 품질보증실과 전기협회의 KEPIC 핵심멤버들은 지금의 지경부, 교과부 등 정부를 포함하여 원자력산업계를 쫓아 다니며 설득하였고 각고의 노력 끝에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이같은 결과로 1996년도에 규제기관인 교과부에서 KEPIC 적용 고시를 발행함에 따라 KEPIC 적용을 위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였다.

이에 따라 1996년도부터 OPR 1000 노형인 울진5ㆍ6호기 건설에 최초 적용을 시작으로 신고리 1ㆍ2호기에 KEPIC을 전면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KEPIC 개발 완료 전에 우리나라 고유의 원전설계기술 보유 차원에서 추진한 APR 1400 노형인 신고리 3ㆍ4호기 설계가 ASME 코드를 적용해 설계가 완성됨에 따라 신고리 3?4호기 개발 주체들이 KEPIC 적용에 난색을 표명했고 전기협회의 설득도 실패해 또 다시 KEPIC 적용에 큰 난관을 맞이 하게 됐다.

하지만 2002년 원자력위원회에서 신고리 3ㆍ4호기에 KEPIC 적용 필요성이 거론되어 이의 해결을 위해 개최한 신고리 3ㆍ4호기 PM회의에서 한수원의 품질보증실의 주도적 역할로 원자력산업계의 공감대를 형성시켜 신고리 3ㆍ4호기를 비롯한 신울진 1ㆍ2호기, 신고리 5ㆍ6호기 등 후속호기에 계속 KEPIC을 적용할 수 있었다.

또 외국 기술기준으로 건설된 기존의 운영 중인 발전소에 적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는 초기에 한수원 자체 공감대 형성이 안되어 난항을 겪다가 2006년도에 KEPIC 적용을 위한 사내 위원회를 구성하여 점차적인 공감대를 형성시킨 결과 지금에는 21개 모든 발전소에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끝으로 지금까지의 KEPIC 적용을 위해 극복해 온 역사를 살펴보면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품질제고를 위한 한수원의 역할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데.
“일본의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원전 건설ㆍ운영 안전성 증대를 위해 원자력 품질시스템 정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원자력산업은 미국형 품질보증기준을 도입, 운영해온 관계로 해외 주요 국가의 품질기준과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 비안전등급 경우가 그렇다. 이로 인해 유럽 등의 해외 기자재 구매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고 원전 해외 진출에도 일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품질보증기준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통용 가능하도록 품질등급별 글로벌 수준의 품질보증기준을 정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발주자별 품질보증기준 요구사항을 만족시켜 국내외 경쟁력 확보가 원활할 것이다. 협력업체의 품질수준 역시 획기적으로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 최근 고리 1호기의 차단기 오작동은 협력업체 직원의 사소한 실수였지만 원전 산업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협력업체의 품질이 원전의 품질과 직결되는 만큼 협력업체의 품질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교육, 지도, 검사, 감사, 정보교류 등을 통해 품질예방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또 하도급관리체계도 개선해 원 계약업체의 하도급업체까지 품질관리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연초에 있었던 교과부 주관 원자력안전관리 특별점검에서 사내 품질보증체계를 강화하도록 요구를 받았다. 따라서 품질조직의 독립성 및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대담=이석우 국장/정리=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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