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차 UN총회 기조연설…국제사회 당면과제 극복‧적극 협력

▲ 제66차 유엔총회가 개막된 2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본회의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기조연설하고 있다.<사진출처/청와대>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것 이상으로 국제사회가 당면한 도전들을 극복해 나가는데 있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엔과 적극 협력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1일 오전 유엔 본부에서 개최된 제66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에 “한국은 지난 20년간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정신과 가치를 구현하는데 최선을 다해 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세계화·정보화가 이루어진 21세기에서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지적하면서 최근 중동 지역 민주주의 확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토대로서 민주적 정치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세계 모든 국가가 함께 발전하는 ‘공생발전’을 국제사회 협력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G20 개발 컨센서스 이행 및 유엔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을 위해 대한민국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이 대통령은 “북한 핵위협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평화에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이 서로 협력하고 공동번영을 이루어가는 21세기의 시대조류에 합류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상생과 공영의 길을 택한다면 기꺼이 북한을 도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대의 흐름과 미래의 다양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안보리가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민주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 기조연설 전문입니다.

의장님,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우선, 알 나세르(Al-Nasser) 대사의 제66차 유엔 총회의장의 취임을 축하합니다. 의장의 뛰어난 지도력하에서 이번 유엔 총회가 많은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유엔 회원국들의 강력한 지지로 연임이 결정된 반기문 사무총장에게도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반 사무총장이 그간 ‘책임 있는 유엔’(responsible UN)을 구현하기 위하여 기울여 온 노고를 평가하며, 재임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보다 강한 유엔(Stronger UN for a Better World)"을 이루기 위해 더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

의장님,
금년은 대한민국이 유엔에 정회원국으로 가입한지 꼭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유엔과 함께 태어나고 성장해 왔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유엔은 1948년 대한민국 민주정부의 수립을 도왔으며, 총회 결의를 통해 한국 정부를 한반도내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였습니다. 또 2년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엔군을 파병하여 대한민국을 지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습니다. 전후 국가재건 과정에서는 다양한 원조와 보편적 인권 가치의 전파를 통해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유엔과 이러한 각별한 인연을 맺은 한국이지만, 냉전의 차가운 현실속에서 정작 유엔 가입은 40여 년의 시간이 지나, 냉전이 종식된 1991년에야 실현되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정신과 가치를 구현하는데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국제사회의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개발, 인권증진과 민주화, 국제평화유지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쟁과 가난을 겪고 세계 최빈국의 위치에서 출발하여 극적으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었으며, 이는 유엔이 표방하는 민주주의, 인권, 개발의 가치를 가장 모범적으로 구현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한국은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것 이상으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도움을 꼭 필요로 하는 곳에 가장 알맞은 도움을 주고, 국제사회가 당면한 도전들을 극복해 나가는데 있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엔과 적극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의장님,
국제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유엔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입니다. 유엔은 지난 60여 년 간, 국가들 간의 전쟁이나 무력분쟁을 방지하고자 적극 노력해 왔습니다. 나아가 유엔은 예방외교 활동, 평화유지, 그리고 분쟁 후 평화구축 활동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단을 제공해 왔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의 발전입니다. 유엔평화유지활동은 냉전 종식 이후 급격한 수요 증대에 따라 인원의 꾸준한 증가뿐 아니라, 수행하는 임무 면에서도 단순한 정전 감시 임무를 넘어서 국가재건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차원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유엔평화유지활동은 전쟁과 자연재해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큰 희망입니다. 한국은 아이티와 레바논 등 10개 나라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전통적 안보위협 뿐 아니라 대량파괴무기의 확산과 테러리즘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핵무기, 생화학무기, 장거리미사일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비확산레짐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국경을 초월한 테러리즘의 위협은 9/11 사태 이후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심각한 도전으로 부각되었습니다. 한국은 어떠한 형태의 테러리즘에도 반대합니다.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하여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테러리즘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는 테러리즘 근절을 위한 의지를 재다짐하면서 공동의 대응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테러리즘중에서도 가장 가공할 형태는 바로 핵무기를 사용한 테러일 것입니다. 핵테러를 막기 위한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합니다. 작년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차 회의에 이어서 내년 3월 서울에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우리는 서울 정상회의가 핵테러 방지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내실있는 국제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의장님,
올해 국제사회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커다란 변화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로 이어진 민주화 운동은 민주주의가 지역과 문화의 다양성에 관계없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수렴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리아와 예멘의 국민들은 커다란 희생을 무릅쓰면서도 민주화를 향한 횃불을 높이 치켜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 인권, 법의 지배라는 기본적 가치들을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습니다.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요구는 정당한 권리이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들에 대한 탄압이나 인권 유린이 방치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최근 유엔은 아프리카의 민주화 진전에 기여하였습니다. 평화로운 선거를 통해 남수단이 새롭게 탄생하도록 도왔고, 코트디부아르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통한 민주화의 진전을 이뤄내는데도 일조하였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듯이 민주주의는 결코 달성하기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세계 각처에서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신생 민주주의(fledgling democracy)는 지속 가능하고 튼튼한(sustainable and robust) 민주주의로 발전해 가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들 국가들이 선거를 통하여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경제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유엔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토대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경제성장이 민주화를 진전시켰고, 민주화는 다시 경제성장을 촉진했습니다.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는 경제수준과 상관없이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나는 민주주의의 활력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개발도상국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UN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장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인간의 자유, 행복의 가치와 더불어 개인의 더 나은 삶을 향한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기여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고도의 자유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빈부의 격차 현상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자기반성과 보다 공익적인 책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개발격차가 심화될 경우 이는 빈곤문제 뿐 아니라 국제평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류의 공동번영이라는 대의에도 반하는 것입니다.

국제사회가 서로 책임을 공유하고 각자의 역할이 상호 보완적으로 어우러질 때 지구촌 공동체의 공생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진국들은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들이 자신의 역량을 배양하여 스스로 성장과 개발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도국의 무역, 투자, 금융, 인적자원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국제적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제원조는 인프라 구축, 무역역량 배양 등 개발도상국 경제개발의 기반이 되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IMF, World Bank 등 다자기구의 개발지원 역할을 확충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개발도상국들의 개발과 성장이 글로벌 수요를 확대함으로써 선진국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성장동력을 제공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는 고도로 연계된(interconnected) 세상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였습니다. 한 곳에서 발생한 심각한 금융위기가 순식간에 전 세계의 경제위기로 확산되어 모든 나라의 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렸습니다. 개별국가나 지역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대응해야만 세계 금융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주요국들이 참여하는 G20체제가 출범하였습니다.

작년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다함께 성장을 위한 개발 컨센서스(Seoul Development Consensus for Shared Growth)와‘G20 다년간 행동계획’은 개도국을 포용하는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은 G20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행동계획을 적극 이행할 것입니다.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새천년개발목표(MDGs)」 역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공생발전을 추구하는 중요한 어젠다입니다.

한국정부는 「새천년개발목표」가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개발협력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입니다. 2015년까지 ODA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착실히 이행하면서 우리의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러한 「새천년개발목표」에 부응하여, 오는 11월 한국의 부산에서 개최되는 세계개발원조총회(Fourth High 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 HLF-4)가 국제개발협력 환경의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개발협력 패러다임과 파트너십을 도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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