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인터뷰] 한충희 핵안보정상회의 대변인 겸 부교섭대표
핵안보 프로세스 정치적 선언서 실천의 단계로 발전
‘미래 세대 위한 평화 서밋’ 메시지 꾸준히 홍보할 터

“왜 핵안보 분야가 중요한지 궁금해 하고, 핵테러 가능성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핵안보 정상회의는 비국가행위자, 즉 테러리스트들이 핵물질을 획득해 핵테러를 감행하는 것을 막자는 데에 기본 취지가 있다.”

D-day 40일을 앞둔 지난 15일,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한충희(사진) 핵안보정상회의 대변인 겸 부교섭대표는 정상회의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한 부교섭대표는 “핵테러가 발생했을 때 야기되는 막대한 피해를 상상해 보았을 때 핵안보 정상회의는 미래를 위한 예방조치(precautionary measure)라고 할 수 있다”며 “9.11 테러를 못 막은 가장 큰 실패 요인을 미국 정보당국은 ‘상상력의 부재’라고 하는데 이는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성과를 평가하고, 계승하는 동시에 의장국으로서 새로운 실행 목표와 이행 조치들을 합의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며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핵안보정상회의 프로세스가 정치적 선언의 단계에서 실천의 단계로 발전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 부교섭대표는 “안보 및 원자력 안전 논의 강화가 오히려 원자력 활용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커지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어야 원자력 산업계도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안보 및 원자력 안전은 원자력 산업계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국제적으로는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좋은 계기는 물론 원자력 수준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게 될 것”이라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원자력산업계 지속적인 관심과 많은 격려 당부했다.

-우리나라 건국 이래 최대 이벤트로 손꼽히는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줘서 한국원자력신문 독자들을 대신해서 감사드린다. 먼저 현재까지(D-35일)의 준비사항은 어떤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준비는 세 가지 면에서 첫째, 60여 명에 가까운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방문하는 만큼 그분들이 한국에 와서 환영받고 편안하게 체류했다는 소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준비 중이다. 또 핵안보정상회의 종료 후 참석 정상간 합의문서로 채택될 예정인 ‘서울 코뮤니케’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각국 교섭대표들이 수차례 협의한 결과, 현재 코뮤니케 문안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 아직은 핵안보라는 주제를 국민들이 낯설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핵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 서밋’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핵안보 정상회의의가 우리 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핵테러 대처를 위한 협력 강화’라는 기치 아래 세계 50여개국 정상들과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이 국제사회 공통의 과제 달성을 위해 지혜를 모으게 것으로 기대된다. 정상회의에서 다뤄지는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2010년 제1차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의 가장 주요한 성과는 정상 차원에서 핵테러 위협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를 결집했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핵테러 대응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 방호 ▲핵물질 불법거래 방지를 위한 보다 실천적인 공약이 이뤄지는 회의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편 워싱턴 정상회의 때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핵안보와 원자력안전간 상호관계 ▲방사성 물질의 안전한 관리 ▲민감정보 보안문제 ▲핵감식 기술 강화와 같은 주제도 포괄하도록 논의 지평을 확대하여 핵안보 규범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서울 코뮤니케’에 담길 내용으로 ‘핵물질이 핵테러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수용 고농축 우라늄의 사용을 최소화하자’는 원칙에 참가국 교섭대표들이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의 협의 과정에서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또 최종 협의를 위한 과제들은.
“핵안보정상회의에는 핵보유국(P-5)과 핵비보유국, NPT 비회원국(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서방선진국 및 비동맹권 국가 등 다양한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어 참가국들이 핵테러 대응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목표 달성을 위한 목표 달성을 위한 속도와 폭 등 접근방법에 대한 의견은 각기 다르다. 우리나라는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해 모두가 지지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개발하고 논의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해 욌다.

즉 우리가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연결시키는 브릿지(bridge) 역할을 담당했다. 또 후쿠시마원전 사고 등 변화한 안보환경을 반영하여 핵안보 논의 지평을 확대하자는 우리 제안에 대한 참가국들의 공감대를 확보하고, 서울 코뮤니케 문안 대부분에 대한 합의도 이뤄냈다. 앞으로는 참가국들이 정상회의 계기에 핵물질 최소화, 핵안보 관련 국제협약 비준, 핵안보 교육훈련센터 설립, IAEA 핵안보기금 기여 증액 등 핵안보 강화를 위한 의미 있는 공약들을 제시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9·11 테러 이후 핵안보 문제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핵안보’란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임에도 일반국민들에게는 너무 먼 얘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일반 국민들은 핵테러의 심각성을 피부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핵테러 문제에 있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 핵테러는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더라도 막대한 인명 손실과 안보·경제상 대혼란을 야기할 것인데 핵무기의 특성상 핵테러가 발생한 다음에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 늦게 된다.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집단이 건재하는 한 보다 강도 높은 테러에 대한 위협도 계속될 것이다. 지난해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통해서 원자력시설에 대한 공격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누출시키는 테러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으며 9.11 이후 급증하고 있는 핵테러 위협에 대응해 핵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고 본다. 물론 그간의 핵군축 및 비확산 논의는 튼튼한 핵안보 기반 위에서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지난해 발생한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인해 원전시설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원자력안전이 핵안보 못지않은 중요한 이슈로, 새로운 화두로 추가될 예정이지 않나.
“원자력 정책은 각국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크게 제고됐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해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간 상관관계 및 시너지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핵안보의 맥락에서 원자력 안전 문제를 다뤄질 예정이다. 핵안보와 원자력안전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보다는 상호 모순되거나 보완되는 양 측면을 종합적으로 균형있게 고려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은 원자력시설 자체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위협에 안보는 외부에서의 의도적인 위협에 대응하자는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일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미치는 파급효과는 유사하기 때문에 원자력시설의 설계 및 운영의 모든 단계에서 안전과 안보 문제가 통합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민국은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는 대신 비확산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가장 모범적으로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추구해온 국가이다. 이에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에 대한 남다른 의미가 부여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된 것은 비확산에 대한 확고한 의지, 세계 5위의 원전 운영 능력, 다수의 국제회의 개최 경험, 국가 간의 이견을 조정하고,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외교력 등을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본다. 이는 우리나라가 그간 북핵의 위협속에서도 핵비확산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실현한 모범사례임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경제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국제안보 분야의 최고위급 포럼인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경제 분야뿐 아니라 국제안보 분야에서도 규칙을 따라가는 규칙수용자(rule taker)에서 규칙 설정자(rule sett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주도적으로 논의에 참여할 것이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핵안보심포지움과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이 부대행사로 개최되는 것 또한 의미가 크다.
“핵안보 증진을 위해서는 정부-산업계-학계간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지난 워싱턴 정상회의 때와 같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계기에도 국내외 전문가 및 산업계 논의가 병행 개최돼 국제 핵안보 체제 관련 활발한 협력방안 모색, 정보교환 및 네트워킹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수원 주관으로 3월 23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되는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에는 200여명의 원자력 산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 핵안보와 원자력안전 증진을 위한 산업계의 역할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3월 23일에 열리는 핵안보심포지움은 외교안보연구원과 한국원자력기술통제원(KINAC) 주관으로 1.5트랙(반관반민) 학술행사로 핵안보 역량강화 관련 각종 정책개발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다.”

-끝으로 핵안보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 위해 국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번 일어나면 우리 생활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게 될 핵테러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에 더해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핵 관련 내용은 복잡하고 이해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자녀들에게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공식 슬로건)’을 물려주기 위해 단 한 번의 핵테러 발생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한편 정상회의 기간 중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나 G20 정상회의 때의 두 배 이상이 되는 정상들이 방문하는 관계로 경호와 안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교통 등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다. 시민들께서 많이 이해하고 도와주시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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