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새정부 에너지정책…환경대책과 ‘조화-균형’ 필요해
자원 확보경쟁서 우위 선점은 철저한 전문가 양성

“지난해는 범국민적인 절전 캠페인으로 한 해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올 겨울의 전력수급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발전소 하나만 추가로 고장이 난다면 계획단전까지 고려할 정도로 긴박합니다.”

최근 수년 간 동계와 하계를 번갈아 가며 전력수급을 걱정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는 일이 마치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에는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정책의 입안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진우(사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앞서 언급한 전력, 원전 정책 등에 관한 국민적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이행함으로써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원장은 원전 수출 및 해체 시장은 신규 성장동력 창출원으로서 중요하다며 “신규원전 수출과 원전해체 시장 중 수익성이 더 큰 쪽을 선택·집중한다는 논리보다는 원전건설, 운영, 해체 등 원전산업에 대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양쪽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신규 원전건설과 원전해체를 일괄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일체형의 패키지(Package) 전략을 수립해야 원전산업의 수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보는 2013년의 국내외 경제 전망은 올 한해와 비슷하거나 더 나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어려울수록 기회가 반드시 있다”며 “심화되고 있는 에너지 강대국들의 자원 확보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함께 전문가 양성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김 원장은 “2013년의 주인공인 뱀은 동서양을 통해 예로부터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며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안과 장기적 과제를 뱀의 지혜를 빌려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2월 25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풀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공급,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 감소의 대안으로 이전 정부는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수급 상황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원자력 등 에너지 문제에 관해서는 감성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공급 안정성뿐만 아니라 발전원가, 기후변화 대응, 기술력, 공급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우리의 현실에 맞는 최적의 에너지 믹스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에너지 기술개발과 해외자원개발 등을 통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확보와 에너지 절약 및 효율적 사용을 위한 수요관리 등의 에너지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정책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기후변화협약 대응 등의 환경대책과 에너지정책간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함으로써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정책추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올 겨울 전력수급난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2014년부터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최근 전기자동차 보급 등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늘어나 전력수급난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재 전력수급난을 타개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에너지 수요관리 등 포함).
“전력수급 문제는 적기에 발전설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수요의 과도한 증가라고 볼 수 있다. 공급능력을 확충하고, 수요를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2015년이면 새로운 발전설비가 들어오면서 수급긴장이 다소 해소될 것이지만 그 이전에는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주된 대책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대책의 출발은 석유가격 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이다. 수요예측모형을 개선하고, 비상시에 소비자의 자발적 전기소비절감을 유도할 수 있는 수요측 자원을 확대하기 위한 선진적 방법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운영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발전기를 좀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투자유인이 제대로 주어질 수 있도록 도매전력가격 결정방식에서의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에너지절약에 대한 교육 홍보를 통해 국민들이 절전을 생활화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전력산업 민영화에 찬성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중단됐고, 정부가 경쟁체제 도입을 목적으로 도입한 구역전기사업도 만성적자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력산업의 향후 패러다임과 관련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한전의 민영화로 이해하고 있다. 구조개편의 핵심은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도입이다. 시장 전환 과정에서의 많은 어려움은 규제독점 시절 내린 의사결정의 결과를 경쟁시장에 맞도록 절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경쟁을 통한 경제적 효율성은 소비자 선택 범위의 확대를 전제한 것이다. 전력산업 여건을 감안하여 중단된 소매경쟁으로의 이행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수용가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여 선택토록 하는 것은 경쟁시장의 필수요소로서 소비자 후생 증진의 핵심이다. 판매부분의 소매경쟁은 제대로 된 전기요금을 형성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상품 개발을 통한 소비자 선택권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으며 발전부문에서도 제대로 된 경쟁구조를 만드는 핵심적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현재 전력수급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여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수습하기 전에 소매경쟁의 도입은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소매경쟁의 도입은 우선 과도기적 정부개입의 시한과 범위를 확정짓는 규제금융계약을 도입하고, 이후 어느 정도 수급균형을 회복하는 시점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진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2012 아프리카 에너지 Week’에 참석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중국 등이 대대적인 원조사업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자원시장에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아프리카 현지 분위기와 우리의 전략을 무엇인가.
“아프리카는 아직 불안요소들이 남아 있지만 내전과 분쟁들이 감소하면서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등 높은 성장잠재력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세를 시현 중에 있다. 지난해 열린 아프리카 에너지 Week 에서도 아프리카 각 국들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열의들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아직 아프리카 교역비중이 아직 전체 무역액의 2.3%(‘11년 기준)에 불과하고, 또 중국과 선진국들은 대규모 경제지원과 높은 기술력으로 아프리카 자원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강대국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아프리카의 산업발전에 좋은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다각적인 사업기회를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 아프리카 각국이 원하는 발전, 정유 같은 에너지 하류부문과 인프라, IT 산업에 기술이전, 교육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현지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자원개발을 포함 다각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하는 전략들이 추진돼야 한다. 다만 아직 열악한 투자환경으로 단기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는 정책의지가 중요하다.”

-올해부터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공론화를 본격적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효율적인 공론화 방안을 제언한다면.
“지난해 11월 20일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을 의결되면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공론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2024년이면 완전히 포화되는 현재 저장조의 상황을 고려할 때 후쿠시마 사고 이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용지 결정에 19년이 걸렸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에 대한 효율적인 공론화 방안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사회적 수용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효율적인 공론화 방안은 우선, 전국민을 대상으로 신문이나 방송 등을 활용하여 국민에 대한 일방적인 설득이 아닌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에 대한 찬반의견을 논리적이고 정확하게 공개함으로써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어떻게 주민들을 설득해 동의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인데 그 방법은 투명한 절차와 자료 공개, 이해관계자 참여 등을 통해 정책 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충분한 정보공개와 투명한 정책 결정과정을 통해 정부와 일반국민 및 지역주민이 중간저장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정부가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에 대한 정책결정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원전 해체철거비용, 핵폐기물 처분비용, 원전사고 피해보상비용, 사회적 갈등비용 등을 원전 발전단가에 모두 포함시키면 원자력이 ‘값싼 에너지’이라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원전이 과연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원전 발전단가에는 발전소 건설?운영비, 폐로 및 방사성 폐기물 처리비, 주변지역 지원금, 원자력연구개발기금 출연금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발전단가 산정 시 현재 계상되는 사후처리비용(한국 3251억(1000M 원전), 미국 2960억(1155M), 스위스 2380억원(1020M))은 타 국가들과 비교할 때 낮지 않은 수준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충당금(경수로(kg당) 한국 75만원, 미국 약 52만원(2003년)/ 중수로(다발) 한국 579만원, 캐나다 약 350만원(2002년))의 경우 미국, 캐나다 등에 비해 높게 책정돼 있다. 원전사고 피해보상처리비용의 경우 일본이 유일하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사고처리비용을 포함시켜 발전원가를 산정했지만 여전히 원전의 경제성이 타발전원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원전 사고처리비용, 사회적 갈등비용 등과 같은 사회적비용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깊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는 이와 관련해 보다 객관적인 원전 발전비용을 산정하기 위한 연구를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가 원전 변방국에서 UAE 원전을 성사시키며, 평화적인 원전운영 모범국에 이어 대형원전 수출국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갖게 됐다. 그러나 패키지조건이 까다로운 대형원전 수출보다, 오히려 ‘원전해체’ 기술을 개발, 보유해 세계시장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게 더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이점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먼저 우리나라는 체르노빌 원전사태 이후(1986) 원전설비의 안전성을 보강하면서 지속적으로 원전기술과 운영 역량을 제고해 이미 원전 분야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 있다고 밝히고 싶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 세계 원전산업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으나 주요기관에서는 향후 세계 신규원전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 이전 전망되었던 전 세계 신규원전 시장 규모 약 1300조원 규모 수준은 아니겠지만 향후 신규원전 시장 규모는 여전히 막대하다. 덧붙여 미국 에너지부(DOE)가 추진 중인 세계원자력파트너십(GNEP)에 의하면 세계 중소형 원자로는 2050년까지 최대 500∼1000여기의 신규건설을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약 350조원의 중소형 원전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전 세계 해체 원전은 2040년까지 약 360여기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약 2400억 달러(264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됨을 의미한다. 물론 향후 신규원전 수출과 원전해체 시장 진출 중 어떤 방안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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