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지속가능 원자력, 安핵의 해법⑴ 국민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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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지속가능 원자력, 安핵의 해법⑴ 국민 안심
  • 한국원자력신문
  • 승인 2013.07.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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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지난달 26일 경주힐튼호텔에서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관하는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포럼’에서 지속가능한 원자력 안전을 위한 특별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특별세미나에서 서균렬 서울대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국내 가동 중인 원전의 최초 해체시기가 2023년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을 바탕으로 원전 해체기술 확보 및 대처 방안에 대해 발표한 내용을 2회에 걸쳐 지면에 담았다. <편집자 주>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은 문명이 자연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대지진과 산더미 같은 해일 앞에 방재시설은 무용지물이었다. 지구촌을 들끓게 했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이 훌쩍 지났다.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해 온 그들은 막상 사고가 나자 허둥지둥 댔다. 지침도 대책도 없이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은 갈팡질팡,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가 버렸다.

그간 지구촌 원전 500기가 40년 가동하던 중 미국, 구 소련, 일본에서 일어난 5 건의 대형 사고를 감안하면 500X40=20,000년 운자로 운전 중 5번이니 원자로 하나를 따지면 4,000년에 1번 꼴. 그간 안전설계기준이었던 100,000년에 1번보다 25배 많은 것이지만, 대중이 느끼기엔 미국 1979년에서 일본 2011년 30여 년 사이 3건, 즉 10년에 1번 꼴. 마치 실제 기온과 체감 온도가 다른 것처럼 후쿠시마는 세계 기후에 싫든 좋든 또 하나 획을 그으며, 원자력을 폭풍의 언덕으로 몰아붙인 게 사실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오염된 땅에서 방사능을 제거하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다 사고지역은 오랜 시간 살 수 없는 땅이 돼 버린 것이다. 누출된 방사성 물질은 땅과 물과 하늘을 오염시키고, 몸에 쌓여 훗날 암과 백혈병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미 후쿠시마 어린이들 몸속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한다. 후쿠시마 인근 쌀에서도, 물고기에서도 세슘이 나오고, 원전에서는 아직도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을 만큼 방사선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방사선에 따른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를 마무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원전 4기를 짖는데 20조원을 잡더라도 5배에 이르는 것으로 모두 국민 세금이나 전기 요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불행 중 다행, 후쿠시마는 일본에 위치한 원전 중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편서풍이 태평양 쪽으로 방사성 물질을 날려 보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었다. 어떻게 보면 후쿠시마는 우리에게 마지막 경고를 보낸 것인지도 모른다.

쓰리마일,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마을 원전 사고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교훈은 무엇일까? 쓰리마일 사고 이후 각국 기술자들은 인적 오류, 계측 제어 포함 수 십 가지가 넘는 경수 원자로 후속 조치에 열을 올렸다. 체르노빌 땐 흑연 감속로가 우리 원자로와 많이 달랐지만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후쿠시마 땐 이웃나라로서 맨 먼저 지진 해일 방벽, 지진 자동 정지, 침수 방지, 수소 제거, 비상 전원 확충 등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섰고, 그 후에도 몇 차례 국가 차원의 선제적 안전설비 보강에 진력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안전은 설비 보강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 위 세 사고의 극명한 교훈이자 경고이다. 첫째 세 사고의 공통점은 원전이 많은 나라에서, 어느 날 갑자기 설계 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람 실수, 자연 재해 등으로 비롯됐고, 사건 전개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제 때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가벼운 고장으로 머물 수도 있었던 사건이 사고로 번졌다는 것. 둘째 세 사고 모두 다른 나라에서 전혀 다른 초기 사건으로 일어났다는 것. 셋째 사고의 여파는 국경을 넘어갔다는 것. 넷째 안전설비를 아무리 보강해도 사고는 결국 났다는 것. 따라서 다음 사건은 분명 다른 나라에서 다른 이유로 다른 조건에서 일어날 텐데 한국 포함 어느 나라도 예단할 수 없다는 것, 여기에 문제의 본질이 숨어있다.
핵은 양날의 칼과 같다. 바르게 쓰면 문명 이기이지만 잘못 쓰면 살상 병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원자력 발전에 주력한 반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만 몰두해 왔기 때문에 핵의 이중적 성격이 한반도만큼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다.

진흥과 안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성장사회의 견인을 외면해서도 안 되지만 자연환경의 보전은 더욱이 소홀히 할 수 없다. 복은 근심하고 조심할 때 오고, 화는 과신하고 자만할 때 온다는 말이 있다. 복이 되기도 하고 화가 되기도 하는 핵이야말로 우리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후쿠시마는 본시 복도(福島)가 아니었던가?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독일과 같은 에너지 전환도 한 방편이지만, 우리로서는 원자력이 현실적 차선이 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은 화력이나 수력과는 달리 환경문제를 극복하면서도 값싼 전기를 대량,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거스르기 힘든 대세이다. 문제는 안전이다.

북쪽의 핵을 이젠 머리에 이고, 언제라도 발등의 불로 떨어질 수 있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핵은 집착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반대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핵은 잡기도 어렵지만 놓기도 쉽지 않으니 바람직한 것은 찬핵이냐, 반핵이냐의 소모적 논쟁보다는 이왕 예까지 온 것, 핵을 안전하게 잘 다루어 함께 가기를 모색하는, 즉 安核 뿐일 것이다.

원전의 최상위 정책 목표는 원자력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임에도, 작년 한 달이 멀다 않고 언론을 달구었던 각종 원전 사건 때 규제자는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민간 제보가 없었다면 몇 사건은 그대로 묻혀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들만을 탓할 순 없다. 국내 원전 운영과 건설 안전을 책임지는 규제원 수가 선진국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내 가동 원전 23기와 건설 원전 5기를 모두 합쳐 1기당 18명이 안전을 맡고 있다. 이는 캐나다 47명, 프랑스 3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미국은 30명, 일본은 23명. 원전 상주 규제직원도 턱없이 딸린다. 지난 12월 기준 현장 규제원은 모두 36명으로 1기당 1.3명에 그쳤다.

한국은 가동 원전 기준으로 미국 100기, 프랑스 58기, 일본 50기, 러시아 33기에 이어 세계 5위, 발전 비중도 프랑스 77%에 이어 32%로 세계 2위 원전 국이다.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뿐만 아니라 규제원도 적정 수준은 돼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미국, 러시아, 일본, 영국, 프랑스 어느 나라도 크고 작은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거듭되는 잔 고장은 사고의 전조일 수도 있다. 사고란 결국 원전이 많은 나라에서 났고, 또 날 것이다. 단지 확률의 문제일 뿐. 또한 그 사고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와 상황으로 펼쳐질 테니 사고 후 수습하는 것보단 선제적 규제가 요구된다. 여태까지 규제기관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거나, 소를 잃어야만 외양간 고치는 우를 되풀이했다. 앞으로는 비용 대비 편익, 효용 대비 위험, 안전 대비 불안 등을 꼼꼼히 따져 예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후쿠시마는 우리에게 원전에 대한 경각심과 관심을 동시에 안겨줬다. 한 쪽에선 사양 산업이라고 깎아내리지만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리는 국가가 늘고 있다. 독일, 스위스, 벨기에가 원전 철회 내지 축소정책을 발표하면서 원자력은 벼랑 끝에 몰리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많은 나라가 증가하는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고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며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국제원자력기구 159개 회원국 가운데 원전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힌 건 9개국이다.

독일의 경우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의 폐기를 추진 중이지만 급증하는 전기 요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독일 환경부장관은 “원전 폐지 정책에 따른 원자력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비용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며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늦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독일 경제신문에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과반수가 원전 폐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는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비용부담은 오는 2050년까지 약 40조 원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원전을 폐기하기로 한 벨기에는 지난 7월 전력 공백에 대한 대체 전원이 부족해 띠앙쥬 1호기를 10년 더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1위 미국의 경우 기존 원전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으며, 세계 2위 프랑스 역시 안전을 기반으로 원전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중국도 숙고 끝에 원전 확대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인도도 마찬가지. 사고 당사국 일본도 핀란드 등지로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고, 자국 내에서도 원전 폐쇄 정책을 포기했다. 후쿠시마의 폭풍을 찻잔에 가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분위기다.

일본은 후쿠시마 형 비등수로보다 우리와 같은 가압경수로부터 재가동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베 총리는 엔저 현상에 따른 최근의 극심한 무역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차원에서 원전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보다는 비중이 훨씬 낮지만 일본도 국내 에너지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에너지를 자급하고 온실기체를 줄이기 위해선 원전의 축소나 폐지를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태양광은 대규모의 평지가 필요하지만 땅이 좁아 우린 애석하지만 부적합한 나라로 꼽힌다. 또 장마철이나 밤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드넓은 사막이 있는 중국이나 미국과 다르며, 심지어 중동이 원전 건설에 뛰어든 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풍력도 수시로 바뀌는 바람의 방향을 따라잡으려면 지능형 기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고장이 잘 나고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충분한 수준으로 구현하기 전까지 원자력을 징검다리 삼아 위기를 넘긴 후 궁극적으로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연중 일정하게 쓰이는 전력은 화력과 원자력이,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기복이 심한 나머지는 신재생이 후쿠시마 폭풍의 언덕을 넘어가는 길라잡이다. ▶다음호에 계속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