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실전적인 원자력 비상대책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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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실전적인 원자력 비상대책이 더욱 중요하다”
  • 한국원자력신문
  • 승인 2013.08.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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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재 한국원자력학회 정책연구부회장

박원재 한국원자력학회 정책연구부회장
지난 7월초 원전사고 비상계획구역 확대를 요구하며 부산 광안대교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52시간 만에 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왔다. 이들은 현재 8∼10㎞로 설정된 한국의 비상계획구역을 30㎞로 확대해 원전주변 전체 주민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가 주장하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방사선 비상 또는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민보호를 위한 비상대책을 집중적으로 마련하는 구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원자력 시설별로 비상계획구역 범위를 고시하고, 원자력사업자가 지역특성을 감안해 시·도지사와 협의한 뒤 국민생활의 편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결정한다.

원전으로부터의 반경을 보면, 미국 80㎞, 독일은 25㎞로 우리나라보다 넓게 설정하고 있고, 프랑스는 5∼10㎞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국가마다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될 수 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이 있다. 즉 어느 정도의 구역반경이 최적인가 하는 물음에는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원전 가상사고 진행과 연계된 비상 시나리오에 의한 철저한 주민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크기가 주민보호의 최선이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고리원전의 경우 30km 반경 내에 살고 있는 거주민은 부산 시민을 포함해 약 340만 명에 이른다. 이 경우 한국의 비상계획구역을 30km로 확대해 전체주민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 이것을 위해 지불해야 할 재정적 비용과 해당지역의 대상주민들, 일반 시민사회와의 합의 등을 검토하여 그것만이 최선인지 먼저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최선의 주민보호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미 2011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를 토대로 기존의 비상계획구역을 주민보호조치구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단일화 돼 있는 비상계획구역을 예방적보호조치구역(PAZ)과 주민보호조치준비구역(UPZ), 환경감시계획구역 등으로 세분화하여 보다 실효적인 주민보호를 추진하는 것이다. 즉 원전사고에 대한 물리적인 비상대책이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은 현재 우리 일상생활속의 에너지이며 축복과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사고를 예방하고 대비하는 것이 사고 후 대응·수습 및 복구하는 것에 비해 보다 실전적이며 최대공리를 위한 합리적 선택인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원전 주요운전변수에 대해 철저한 추적관리가 가능하고, 미리 사고 징후와 진행을 차단하는 검증된 시스템의 지속적인 개선과 상시 운영체계의 구축이다. 현재 규제기관이 운영 중인 원전사고에 대비한 비상대응시스템(atom-CARE)은 ▲원전과의 전용 네트워크 구성에 의한 실시간 운전변수 확인과 조기 경보체계 ▲전 국토 환경방사능 감시정보 및 기상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 ▲원전사고의 정보처리 및 분석 ▲대기확산 평가 및 방사선 영향평가 ▲국내외 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효과적인 비상대책 지휘 등이 가능하다. 원자력선진국보다 우수한 국내 비상대응지원체계의 운영수준을 강화하여 총체적인 국가 비상대응체계 및 주민보호대책의 실질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싶다.

필자는 여기에 더하여 특정 재난에 대한 평상시 대비와 유사시 실질적인 대응과 효과적인 전략적 조치를 전담하는, 재난유형별 비상대응 지원기능과 역할의 대폭적인 강화를 제안한다. 특히, NRBC(핵, 방사능, 생물학, 화학) 재난은 그 특수성에 비추어볼 때 소방방재청 등 일반 재난을 담당하는 ‘긴급구조기관’의 역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법적 행정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의사결정을 실제적으로 지원하는 전담지원조직이 미흡할 경우 유사시의 비효율성과 과오 가능성, 대혼란 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시 일본의 대응실패 사례가 그것이다. 그러므로 원전사고이나 방사능재난을 평상시부터 대비하고 유사시에 재난행정 주관조직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전담 지원조직의 설립과 운영을 지금부터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방사능재난 예방, 대비 및 대응을 위한 긴급사태 대응 전문가그룹을 안전규제기관에 상설 전담조직으로 별도로 운영하여야 한다. 비상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원전 상황을 상시 감시하며 국가, 지자체, 사업자간의 효율적인 역할분담과 중앙과 현지대책본부와의 긴밀한 협력유지를 담당하여야 한다. 특히 복합재난 및 다수호기사고에 대비한 비상대응 역량의 제고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지속적으로 관련 방재연구 수행을 통해 국가 재난대응 수준을 가일층 높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실질적인 비상대응체계의 개선은 다수원전이 운영되는 원전지역의 동시적 비상ㆍ재난 발생에 대한 적극 대비뿐만 아니라 일본․중국 등 인접국 방사능재난사태에 대한 대응 능력까지를 염두에 두어 확장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그린피스가 제기한 비상계획구역의 확대보다 현재 국가 원자력비상계획을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실전적인 개선으로 이르게 하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