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김종경 한국원자력학회 제26대 회장
진흥과 안전 ‘두 마리 토끼’ 잡을 묘책…학회도 고심 중
원자력 모범국가 과정, 국민ㆍ오피니언 리더 적극 알릴 터

“앞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렵게 선점한 세계수준의 우리 원자력기술을 더 한층 향상시키고, 안전성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학회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

지난달 1일 한국원자력학회 제26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종경(사진ㆍ현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수선한 시기에 원자력학회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취임소감을 밝혔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지도 35년이 흘렀다. 처음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전 1호기가 한 세대를 넘어 계속운전으로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연구용 원자로와 상업용 원자로를 각각 요르단과 UAE에 수출까지 하고 있으니 원자력 선진국임은 당당히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전 부품비리 사건은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한 채로 전수검사와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 건설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신고리 3?4호기는 송전탑 건설문제가 발목이 잡혀 오는 겨울도(지난 여름처럼) 전력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자력계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 국민께 송구스런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사실 지난 45년 동안 원자력학회는 외형적으로 관련분야 세계 유수학회로 성장하며 열심히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국민으로부터 잃어버린 원자력 신뢰회복을 위해 이제는 학회가 나서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에 원자력학회는 국민과 사회가 우려하는 원자력의 진흥과 안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김 회장은 “TMI 사고로 미국이 흔들릴 때 프랑스는 원전 국산화를 실현했으며 체르노빌의 악몽으로 유럽의 많은 나라가 원자력을 접을 때 아시아의 변방 우리나라는 한국형원전을 꿈꾸기 시작했다”며 “일본에 원자력재항이 닥쳤다고 해서 체르노빌 사건 후 독일이 원자력을 서서히 접듯이 크게 위축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부 국가에서 원전 건설을 보류하거나 취소하는 등 원전산업이 잠시 주춤했지만 이제는 다시 ‘원전 없이’는 폭발하는 전 세계 산업경제를 뒷받침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재정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안전의 한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원자력 모범국가가 되는 과정을 학회가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며 또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알려 신뢰를 극복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김종경 회장은 미국 뉴욕주립대(학사)와 미시간대(석사 및 박사)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입자수송해석 전문가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 이사, KEDO 원자력안전자문그룹 부위원장, 원자력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또 원자력학회에서는 총무이사, 편집이사, 편집위원장, 수석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제방사선방호학회연합(IRPA) 집행위원직을 맡고 있다.

-먼저 한국원자력학회장에 선임된 것을 한국원자력신문사 독자들을 대신해서 축하드린다. 학회장에 선임된 소감과 비록 1년이지만 앞으로 학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최근까지 계속되는 오염수 누출문제 등 국내외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어려운 시기에 학회장을 맡게 되어 책임감이 무겁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이미 세계수준의 원자력학회로 발돋움해 국내외적 활동이 왕성하므로 회장의 임기 1년 동안 또 다른 무엇을 가시적으로 성취하겠다는 것 보다는 학회가 원자력계의 중심으로서의 역할과 사회적 책무에 충실할 수 있는 기반을 좀 더 견고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국내 원자력산업을 둘러싼 불미스런 사건(기기검증 시험성적서 위조, 납품비리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호사가들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일본보다 국내 원자력 사태를 더욱 걱정하면서 마치 ‘원자력빙하기’가 도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비리문제는 시간문제이지 언젠가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다. 어쩌면 아직도 수면아래에서 시한폭탄 터지기를 기다리듯 대기하고 있는 또 다른 사건이 있을 수도 있다. 세계 속의 원자력 선진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빨리 정리될수록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좋다고 본다. 이 같은 부품비리사건은 원자력수출의 물고를 트는 이 중요한 시기에 당장 큰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겠지만 최근 정리 발표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노력처럼 철두철미한 조사와 비리를 발본색원해 조치한다면 비 온 뒤 더욱 땅이 굳어지는 것과 같이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2030년까지 겨냥한 에너지기본계획(안)에 원자력설비가 당초 계획 41%에서 20%대로 떨어진 것은 단순한 전기료인상에 따른 물가상승뿐 아니라 잘 성장하고 있는 국내 원자력 기술 산업 전반을 크게 위축 시킬 것으로 본다. 특히 원전의 건설 중이거나 건설 확정과 향후 계획 중 ‘향후 계획’이 상당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련의 사건들로 원자력산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원자력산업계의 핵심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의 역할이 더 부각되고 있다. 학회 내 ‘원자력이슈위원회’라는 창구를 통해 국민과 소통으로 잃어버린 신뢰와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원자력학회야 말로 ‘산-학-연-관’이 모두 참여하는 원자력계의 유일한 단체이다. 어느 한 분야나 기관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므로 서로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게다가 3700여명이라는 회원과 전문분야별로 10개의 연구부회를 운영하고, 고급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어 이를 활용해 원자력계 현안 이슈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학회의견을 내고 국가에 정책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민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원자력이슈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출범시켜, 현안이 있을 때 마다 시의 적절하게 대처함으로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

-특히 어려운 국내 원자력산업으로 인해 학계에서는 원자력전공 기피현상 등을 우려하고 있던데.
“2011년 후쿠시마사건직후 원자력분야 전공 지원자수가 갑자기 감소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지금은 상당 회복된 상태이다. 국내 원전 부품 비리문제가 원자력전공 지원자 수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아직 감지되고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보면 원자력분야의 해외수출로 엄청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자리에 예민한 젊은 후보자 군이 정보를 가지고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또 원자력계 전반에서도 우수인력 유치 전략을 세우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에너지수급 상황에서 원자력이 숙명과도 같음을 알면서도 NGO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그들의 주장을 단순한 기우로 치부하기에는 원자력에 대한 안전성은 여전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와 원자력 사업자, 관련 연구자들이 말하는 ‘우리의 원자력 안전성’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안전성 확보 100%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우주선 발사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예측되는 모든 사고에 인간의 노력으로서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어느 수준까지 확보하고 있느냐이다. 이것이 안정성확보 개념의 시작이어야 한다. 과연 인간이 만든 첨단기술로서 지진과 해일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가. 무조건 ‘사고?정지 제로’ 또는 ‘측정수치 제로’만을 고집하는 NGO의 주장은 사실상 끝없는 논쟁으로 끌고 가자는 논리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원전의 안전 운전 및 운영 면에서는 지금 우리의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고리원전이 한 세대를 지나서 계속운전까지 하고 있으므로 우리기술은 이미 성숙단계에 와 있다 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운영의 발전부분에 참여하는 수천 명의 전문가들은 사실상 원전부품비리와는 무관한 상태로 묵묵히 안전운전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취임사를 통해 “원자력의 진흥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력의 발판 마련’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한다면.
“원자력분야는 원자력의 진흥을 위한 새로운 기술의 연구개발도 있지만 동시에 이를 응용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안전성확보기술 연구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회 부설 고급정책연구소를 통해 ‘학-연-산-관 정책 현안 협의 프로그램 운영’ ‘원자력부품 품질향상을 위한 기술정책 방향연구’ 등을 통해 유효한 정책을 제안하고 마련하는데 노력하고자 한다. 한편 ‘원자력 열수력 및 안전 미래전략 특별위원회’가 곧 출범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전략적인 특별위원회의 활동은 진흥과 안전이 함께 가는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학회를 이 만큼 키워놓은 회원들의 그간의 노고에 경외를 표한다. 임기 동안 학회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 특히 소외된 기관과 산업체가 같이 동참하고, 상호 협조할 수 있도록 크게 확대해 나갈 것이며 여기에 원자력 여성과학자의 모임도 더 활성화 되도록 도울 것이다. 또 학회의 오랜 소망인 학회 학술지가 SCI 등재를 통해 세계적인 학술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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