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두일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
방만경영 주범…기관장 관용차ㆍ 과도한 출장비 책정 등도 한 몫

“개혁이란 기존의 체제가 허용되는 범위안에서 현재의 모순을 제거하고,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외치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 대한 개혁의 의지는 역시나 너무 추상적이다. 특히 정부의 낙하산 인사, 인사채용 개입 등을 멈추지 않는 이상 개혁이란 불가능하다.”

최근 정부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며 이에 맞게 부채 및 방만경영 관리 실적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공기업 사장들을 불러모아 “부채와 방만경영을 개선하지 못하면 사표 쓸 각오를 하라”며 앞으로 실적이 부진한 기관장들은 해임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공기업의 방만경영 문제들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뤄진 정부의 ‘낙하산 인사’인 비전문가 인사 채용으로 인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키운 암세포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두일(사진)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비상임)(전 지멘스원자력 한국대표)는 본지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공기업 개혁이 썩은 종기를 도려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여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존재하는 공기업 기관장 선정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감사는 “정부는 현 부총리의 발언 이후에도 박근혜 정부의 인사기조였던 ‘전문성’은 사라지고, 나눠먹기로 변질됐다”며 “특히 사업특성에 맞는 전문가 등용이 절실한 에너지 공기업에도 비전문가 선임이 줄을 잇고 있어 개혁을 강조하는 정부 스스로가 공기업 정상화를 발목잡고 있는 우스꽝스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공기업의 방만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기관장과 감사, 임원 등에 부여되는 관용차 폐지, 과도한 출장경비 지원 등만 줄여도 세는 예산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2억 원이라는 연봉에 비해 책임질 일이 별로 없어 흔히 ‘꽃 보직’으로 통하는 공기업 감사는 절대적으로 없어져야할 자리”라고 주장했다.

공기업 감사는 사장과 노조의 야합을 막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부여된 자리다. 어찌보면 감사가 사장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 전 감사는 “그러나 공기업 감사업무는 대게 전문회계법인에게 일임하고 있어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라며 “감사에 의한 내부 감시 시스템에 제대로 작동됐다면 현재 원자력계에 벌어진 비리 사건의 폐단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감사는 “진정으로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원한다면 부처의 경영권 간섭, 무능력한 인사 개입부터 걷어내야 할 것이다. 관행처럼 굳어진 ‘낙하산 인사’는 지금보다 더 많은 비리와 방만경영으로 공기업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한편 김 전 감사는 원자력계를 향해서도 쓴 소리를 던졌다. 김 전 감사는 “현재 원자력계를 둘러싼 비리가 유착관계의 밀거래(Traffic in projects)에 집중됐지만 사실 그보다 관련부처, 교수, 원로, 정치인 그룹의 은밀하고, 은근한 압력과 로비가 비리의 한 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전 감사는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도 반성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원자력계의 교수, 원로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은 지금의 원자력 사태를 함께 반성하는 모습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본인들은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음을 마치 도덕적 우월감인냥 우쭐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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