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ㆍ에너지전문지 기자단 고리 안전체험교육장 방문記]
안전벨트 착용 시 추락ㆍ밀폐공간 가스누출 등 건설현장 사고 대처법 실습
한수원-협력사 3만7000여명 수료…소화기 작동 등 ‘생활안전 체험’ 인기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발생률 자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산업재해 통계는 각 나라마다 산출 기준이 달라 절대 비교가 어렵지만 우리의 근로자 1만 명당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영국의 14배, 일본과 독일의 4배, 미국의 2배다.

2009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 수는 9만781명이며 이 중 2181명이 사망했다. 이는 매일 6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고, 268명이 부상을 입는다는 것. 산업재해 발생 형태도 감김, 끼임(협착), 넘어짐(전도), 떨어짐(추락) 등 ‘재래형 재해’가 전체 재해의 50%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2005~2008년) 산업현장에서 감김, 끼임, 넘어짐, 떨어짐으로 12만9811명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으며 이 중 1910명이 사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최근 10년간 산업재해 발생률이 0.7%대에서 더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 신고리 3호기 보조건물 내 RD밸브룸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해 ‘안전 불감증이 부른 사고’라는 질책과 더불어 안전에 대한 목마름을 더욱 커지게 했다.

이번 사고를 수사한 울주경찰서 관계자는 “국과수에 감정 결과 가스누출은 다이어프램의 손상이 원인으로 밝혀졌고, 현장 책임자들은 평상시 작업을 지시하면서 안전교육을 소홀히 했고, 최초 사고발생 후에도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추가 사망사고를 낸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안전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막중한 책무로 여기는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한수원의 쉼 없는 열정이 담긴 안전체험교육장을 지난 19일 한국원자력신문을 비롯한 전력ㆍ에너지전문지 기자단이 찾았다.

◆‘글’이 아닌 ‘몸’으로 배우는 안전습관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내 위치한 안전체험교육장은 체험위주의 안전교육시설로서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유일한 ‘체험형 교육장’이다.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원전 안전재해 제로화’를 목표로 건설사업 전반에 걸친 선진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2009년 12월에 착공해 이듬해인 2010년 3월 25일에 준공돼 매년 한수원 직원을 비롯해 고리 내 상주협력업체까지 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지상 3층, 연면적 1431㎡ 규모로 건립된 안전체험교육장은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직면할 수 있는 위험요인과 위기상황, 안전한 대처요령을 3D영상과 안전사고 유형에 따른 안전벨트 및 안전모 체험시설 등 총 20종의 안전교육 실습장비를 통해 실제상황과 같이 체험해 봄으로써 안전 경각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날 전문지기자단은 1시간 30여분 동안 안전체험교육장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체험했는데 먼저 1층 오리엔테이션홀에서 안전체험 내용과 관람개요, 산재현황 등 홍보영상과 3D 입체영상의 가상체험을 통해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론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체험장으로 이동해 개폐식의 작업발판을 통해 추락을 체험하는 개구부추락체험, 무게추의 자유낙하 충격으로 안전모의 중요성을 익히는 안전모충격체험, 안전벨트 착용상태에서의 추락체험 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사다리, 작업대, 줄걸이, 가설계단 등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2층은 파이프트랙구조 전도체험, 불량가설통로체험, 안전망 비교체험, 안전난간 체험 등은 산업 특성상 건설현장 추락사고가 잦은 만큼 실제와 동일한 시설의 체험교육을 통해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안전 확보에 힘쓰고 있다.

특히 신고리 3호기 인명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마련된 밀폐공간체험은 실제와 유사한 시설에서 올바른 작업방법과 가스누출 발생시 대처요령 및 부상자 구출 교육 등을 통해 작업 시 위험 포인트를 스스로 알 수 있는 체험으로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생활안전이 테마인 3층은 심폐소생마네킹을 통해 사고 시 즉각 조치할 수 있는 인공호흡, 응급조치 요령을 익히는 심폐소생체험과 중량물 취급 시 올바른 운반요령을 배우는 근골격계 체험, 각종 전기안전사고를 대비한 가설전기체험, 가스 누출 점검과 조치 요령 등 가스취급 안전수칙을 배우는 가스누출 점검체험,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재발생시 행동요령과 소화기 작동실습의 소화기체험 등 다양한 체험존이 마련돼 있다.

안전체험교육장은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요인들까지도 미리 막을 수 있는 지혜와 습관을 제시하고 있으며,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법을 ‘글’과 ‘말’이 아닌 ‘몸’으로 배우고 익히고 있다.

◆‘살아있는 교육장’ 원전의 든든한 ‘안전 파수꾼’
머리로 시작한 계획들이 손끝으로 행해지는 현장 작업에서 자칫 나타날 수 있는 한순간의 방심을 막기 위해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철저한 안전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은 대처만으로도 위험 수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안전사고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힌 안전습관과 충실한 안전의식이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안전체험교육장은 근무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사고를 안전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원전의 든든한 ‘안전 파수꾼’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김병기(전 한수원 초대 중앙노조위원장) 안전체험교육장 과장은 “한수원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안전체험교육장을 건립해 한수원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 근로자 모두를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무료 안전체험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발전소 근무환경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재해 상황을 몸으로 직접 체득함으로써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과장은 “발전소 계획예방정비를 앞둔 원전의 모든 종사자들은 반드시 안전체험교육장에서 4시간에 걸친 사전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며 “지난 5년간 안전체험교육장에서 교육을 받은 근로자는 한수원 직원을 비롯해 고리 내 상주 협력업체까지 약 3만7000여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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