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경주 환경관리센터 “최초 방폐물 사일로 처분현장을 가다”
연말까지 3008드럼 순차적으로…폐쇄 후 100년 간 철저히 관리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위치한 환경관리센터(경주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1단계 사업이 최종 완료된 가운데 13일 지하 처분장에 방폐물이 최초로 처분됐다. 이로써 1986년 방폐물 처분시설 부지선정에 착수한 이후 30년 만에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의 처분이 본격 시작됐다.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80만 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 환경관리센터는 210여만㎡ 부지에 총 1조5657억 원의 사업비로 운영동굴(1415m), 건설동굴(1950m), 하역동굴, 수직출입구(207m, 외부에서 보이지 않음) 등의 지하시설과 인수저장건물, 폐기물처리건물, 지원건물, 홍보시설 등 지상시설로 구성됐다.

이날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사장 이종인)은 2010년 12월 한울원전에서 첫 반입된 방사성폐기물 1000드럼 중 잡고채 16드럼을 5번 사일로에 처분했으며, 매일 32드럼씩(하루 두번으로 나눠) 수립된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올 연말까지 총 3008드럼을 처분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8월부터 4개 원전 방폐물 3000드럼, 연구소, 병원 등에서 발생한 비(非)원전 방폐물 1233드럼 등 총 4233드럼의 방폐물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종인 이사장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한 치의 오차’없는 안전한 방폐장 운영시스템을 확립해 경주시민과 국민의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밝히며 “향후 2단계 사업은 12만5000드럼 규모의 천층처분 방식으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원자력신문을 비롯해 전력전문지기자단은 월성원자력안전협의회, 민간환경감시기구, 동경주지역 발전협의회, 이장단협의회 및 지역 언론매체가 참석한 속에서 진행된 방사성폐기물 최초처분 현장을 다녀왔다.

◆방폐물 인수 후 3단계 다중검사 통해 적합 폐기물만 처분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원전에서 발생한 작업복, 장갑, 각종 교체부품 뿐만 아니라 병원, 산업체에서 모아진 준위가 낮은 주사기, 시약병 등으로 압축‧고화처리 과정을 거쳐 200리터(ℓ) 드럼에 담겨 현재 4개 원전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임시저장고에 보관돼 있다.

우선 고리, 한빛, 한울원전 방폐물은 표면오염도, 방사선량 등 발생지 예비검사를 거쳐 8드럼씩 내구성을 갖춘 탄소강 전용운반용기에 넣어 전용선박인 ‘청정누리호’를 이용해 환경관리센터로 해상 운반한다.

운반시간은 한울에서 월성까지 10시간, 고리에서 월성까지 5시간, 한빛에서 월성까지 41시간이 소요되며, 전용선박은 위치추적시스템, 자동충돌 예방장치, 방사선 감시설비 및 소방시설 등 첨단 항해 장치와 안전설비뿐만 아니라 이중엔진과 이중선체로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관리센터와 인접한 월성원전 방폐물은 전용차량을 통해 육상 운반되는데 운반과정 중에도 방사선량률 및 표면오염도 측정을 통해 방사선 유출 여부를 감시하게 된다.
발생지 예비검사를 거쳐 환경관리센터에 도착한 방사성폐기물은 지상의 인수저장시설에서 방사성핵종분석기, X-ray 검사설비 등을 통해 방사능 농도, 표면 오염여부 등 정밀한 인수검사를 시행한다.

2010년 12월 한울(1000드럼)과 2012년 월성(2536드럼)에서 반입돼 인수검사를 끝낸 방폐물은 인수저장시설에 현재까지 보관 중이며, 방사선량은 연간 6밀리시버트(mSv) 이하로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이는 흉부X선 1회 단층촬영 검사 시 노출량(연간 6.9밀리시버트)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성태 환경관리센터장은 “그러나 실제 방폐물 드럼이 처분될 때에는 이와 별도로 규제기관 현장검사원의 최종 처분검사를 통과한 적합한 폐기물만 최종 처분할 수 있는데 부적합 방폐물은 폐기물처리건물에서 처리 또는 발생지로 반송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센터장은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은 규제기관 및 IAEA 국제규격에 따라 엄격히 관리된다”며 “처분 시 마다 규제기관이 사일로 상태와 건설성을 확인하며, 방폐물 수량과 방사능량을 설정하는 등 계획에 따라 처분한다”고 밝혔다.
인수검사가 끝난 방폐물 드럼은 10cm 두께의 콘크리트(특수강화) 처분용기에 16드럼씩 밀봉돼 표면검사, 라벨링을 거쳐 운반트럭을 통해 처분동굴로 이동하는데 이때 트럭은 안전을 위해 방폐장 내에서는 시속 40km, 터널 내에서는 시속 20km이하로 운행 제한한다.

◆지하 ‘1415m 운영동굴’ 후방…6개 사일로에 10만 드럼 저장
한편 이날 최초로 처분된 방폐물은 2010년 한울원전으로부터 인수받은 방폐물 중 16드럼이다. 방폐물이 실린 운반트럭은 지하처분시설 입구에서 절차를 마친 후 운영동굴로 진입하는데 10도의 기울기를 따라 1415m의 지하로 뚫고 들어가는 운영동굴은 유자(U)형 커브로 이어지다 아래쪽에 직선 형태로 곧게 뻗어 있다.

이 직선구간에 운반된 방폐물은 사일로 입구에서 다시 2개의 격리셔터를 통과해야한다. 사일로 입구에서 운반관리자가 관련 서류를 방사선 관리자에게 제출하고 승인을 받은 뒤 첫 번째 격리셔터가 올라간다.

트럭이 진입한 뒤 첫 번째 격리셔터는 다시 내려지고 방호복과 덧신, 헬멧을 착용한 직원들이 방사선량 측정기를 운반과정에 사고유무, 오염도를 측정하고 ‘합격’ 신호와 함께 비로소 사일로 반입이 허락된다. 또 사일로에 미치는 공기흐름이 없음이 확인된 두에 두 번째 격리셔터가 개방됐다.
1단계 시설의 핵심시설인 지하(80~130m) 사일로(silo)는 ‘아시아 최초의 동굴처분장’으로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부 직경 24m, 높이 50m의 원통형 구조물로 사일로 6기에 각 1만6700드럼씩 총 10만 드럼을 저장할 수 있다.

사일로 구역에 들어선 트럭은 20t의 ‘그리퍼(gripper)’라는 크레인을 통해 콘크리트 처분용기를 바로 쌓는 정치작업이 진행되는데 방사선 피폭을 방지하기 위해 크레인 조정은 지상의 크레인 조정반(제어실)에서 시행하며, 크레인 이동 중에는 안전을 위해 경보등과 경보음이 작동된다.

이날 사일로 구역에서 처분 전 과장을 총괄지휘한 이종인 이사장과 지역주민들, 그리고 공단 관계자들은 5초의 카운트다운을 세며 ‘최초처분 개시’를 외쳤고 이 선언과 함께 이 이사장은 무전기로 제어실 운전원에게 크레인 작업 지시를 내렸다. 이어 최초 처분용기를 크레인이 인양해 사일로 쪽으로 이동, 사일로 상부에서 크레인이 회전을 하면서 정해진 좌표를 찾은 뒤 사일로 하부에 무사히 안착했다.

이종인 이사장은 “처분시설(사일로)이 다 차면 빈 공간을 채움재로 채우고 운영동굴 및 건설동굴 입구를 콘크리트로 완전히 밀봉 폐쇄한다”며 “지하 처분시설은 방폐물 드럼을 포함한 처분용기, 사일로, 자연암반 등 다중보호방벽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처분된 방폐물은 시간이 나 방사능이 감소되어 자연 상태로 돌아가게 될 때까지 처분시설 주변의 환경감시를 통해 처분시설 운영기간은 물론 폐쇄 후에도 100년간 철저하게 관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방폐장 주변은 총 8대의 환경방사선감시기가 설치돼 주변 토양, 곡류, 어류 등 시료를 정기적으로 채취, 분석해 주변환경에 방사선영향이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2단계 사업은 총 2588억 원이 투입해 천층(표층) 처분시설로 오는 2019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3단계 이후 처분시설은 천층 처분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기존 처분시설의 활용도 및 효율화를 감안해 추후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단은 2단계 건설사업의 천층처분 지역수용성 확보를 위한 공청회를 오는 28일 경주시 양북면주민회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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