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산, 세계 31개국 운영 원전 426기‧총3억9000만kW
中 발전설비증가분 1억3000만kW…미-러 합계치보다 커
이란-터키-남아공-헝가리 등 신규도입국 왕성한 개발의욕

▲ 중국 양장 원자력발전소(1~6호기) 전경. 2013년 9월부터 원자로건물 공사에 돌입한 양장원전 5‧6호기는 지난 3월부터 원자로계통 기전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중국은 현재 23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26기가 건설중인 세계 최대의 원전시장이다. 2015년 말까지는 9기가 추가되어 총 32기의 원전이 운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성장기였던 1970년대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매년 평균 15기의 원자로가 새롭게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TMI와 체르노빌 사고 등을 계기로 소위 ‘원전 선진국’들의 원자력 개발은 정체됐지만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원전 기술자립’과 꾸준한 건설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세계 원전 시장에 ‘르네상스’를 불러일으킨 불씨가 됐다.

부활의 ‘장미빛’도 잠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 탈원전정책을 선언하며 ‘제2의 빙하기’를 맞은 듯 보였지만 2015년 현재 세계 원전 시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동안 신규 건설을 추진하지 않았던 미국과 영국이 가세하면서 원자력발전 산업의 재도약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원자력산업회의(회장 조석 現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는 세계 원전 운영 및 건설ㆍ계획 관련자료를 종합 정리한「2015 세계 원자력발전의 개발과 운영」을 발간한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전 세계 42개국에서 운영(OP)ㆍ건설(UC)ㆍ계획(PL) 중인 원자력발전소 관련자료 등이 수록된 일본원자력산업협회(JAIF) 발간자료를 번역한 것으로 세계의 전력회사와 원자력 관련회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초로 2015년 1월 1일 현재 자료를 집계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운전 중인 원자로는 전년 대비 5기(발전설비용량 590만kW)가 증가한 총 431기(발전설비용량 3억9000만kW)로 국가별로는 미국이 99기로 세계 최다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58기) ▲일본(48기) ▲러시아(29기) ▲한국(23기)이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체 원전이 가동 중지된 상태이다.

또 건설 중인 원자로는 총 17개국의 76기(발전설비용량 7937만kW)로 이 가운데 중국은 국산화를 이룬 ‘중국형가압경수로(CPR1000)’ 등 제3세대 노형 건설을 토대로 26기를 건설하고 있어 총 건설 원전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 뒤로 러시아가 자국 내에 11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中, 제4세대 원자로 개발도 ‘세계 최첨단’ 추구
2014년에 새로이 운전을 개시한 원자력발전소는 6기로 1970년대 증가률에 비한다면 작은 규모이지만 이 중 5기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1기가 인도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의 에너지 개발전략 행동계획을 발표(2014년 11월)하면서 대형 경수로(PWR)을 중심으로 5800만kW의 원전 건설을 목표로, 또 인도는 러시아와의 기존 협력협정에 기반을 두고 향후 20년간 신규 부지 포함 및 최소 12기의 원자로를 신설하려는 계획을 연말께 구체화했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 관계자는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중국, 만성적인 전력부족이 고민인 인도 등 원전신흥국들은 각국이 처하고 있는 사정에 따라 2014년에 연달아 복수의 원자로 건설계획을 공표했다”며 “이는 지구온난화 방지와 온실가스 감축의 공적을 염두에 두는 한편 깨끗하고 효율적인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시스템은 원자력발전으로 구축하려는 결의를 명확하게 내놓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현재 23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2년 신규 건설계획에 관한 심사, 승인의 일시 동결을 해제한 이후 본격공사와 상업운전 개시가 잇따르고 있어 2015년 말까지는 9기가 추가되어 총 32기의 원전이 운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6기가 건설 중인 중국의 신규 원전 러시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제 세계 최대의 원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세계 주요 원전공급사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럽을 대신한 원전신흥국으로 중국의 행보가 돋보이는 것은 자국 내 원전 건설 시 독자 개발한 설계를 바탕으로 이제는 해외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파키스탄의 차슈마(Chashma) 1~4호기(운전·건설 중), 카라치(Karachi) 2ㆍ3호기(계획 중)에 수출한 실적에 입각해 많은 국가와의 적극적인 교류에 비중을 두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향후 고속로, 고온가스로 등 제4세대 원자로의 개발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경수로 이외의 원자로를 갖춰 “원자력 발전대국이 되는 동시에 원자력 수출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들어내고 있다. 

원산회의 관계자는 “중국은 파키스탄 수출실적에 추가로 아르헨티나, 루마니아, 영국, 터키의 계획에 출자참여를 고려하고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해외 공급업체와의 연계방식을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단독으로 독자설계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눈에 띄는 원전수출 활동 ‘역대 최고’
2014년에 러시아의 원전 발전량은 1805억kWh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운전 중인 원전에 추가로 11기의 1023만7000kW가 건설 중이고, 15기의 1737만5000kW가 계획 중으로 적극적인 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원자력 개발 초기부터 핵연료주기 노선을 견지해 고속로 개발 박차를 가했는데 2014년에는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나트륨 냉각의 전기출력 80만kW의 벨로야르스크(Beloyarsk) 4호기(BN-800)가 2014년 6월 27일에 초임계를 달성했다.

고속로만으로 2030년에는 1400만kW를, 2050년에는 3400만kW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트륨 냉각 이외의 고속로에 대해서는 8월에 멀티냉각방식의 다목적 고속로 MBIR을 디미트로프그라드(Dimitrovgrad)에 건설하고자 부지허가를 발급받았고, 9월에 납냉각고속로 BREST-300의 상세설계가 완료됐다.

그러나 2014년에도 두드러졌던 활동은 역시 러시아의 원자력 수출일 것이다. 로스아톰(Rosatom)사는 2012년에 통합한 NIAEP-ASE를 모회사인 모스크바의 아톰에네르고프로엑트(Atom-EnergoProekt)의 하부조직에 편입시켰다.

또 해외활동 거점으로 프랑스 파리에 ‘로스아톰 프랑스(Rosatom France)’ 지역센터를 설치했으며, 이는 원자력 국제 마케팅회사의 기능을 담당하던 로스아톰 오버시즈(Rosatom Overseas)사의 자회사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지역센터를 체코의 프라하(Prague),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Kiev),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및 싱가포르에 지역센터를 설치했다.

◆전 세계 건설 중인 원자로, 76기…약 8000만kW

아울러 2013년에 최초의 상업 원자로가 상업운전을 개시한 이란은 2014년 11월에 러시아와의 정부간 협정을 보완하는 의정서에 부셰르(Bushehr) 원전 부지 내에 2기를 증설하고, 이외에도 복수의 부지에 6기를 건설하는 가능성을 명시했다.

터키는 착공 전인 아쿠유(Akkuyu), 시놉(Sinop) 이후의 제3의 부지에 대한 계획을 추진하면서 중국과 미국의 컨소시엄으로부터 AP1000 기술에 기반을 둔 원전 4기를 공급받는 방향으로 2014년 11월부터 독점교섭을 시작했다.

2030년까지 원전 960만kW 수준까지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2008년)한 남아공은 2014년 러시아와 프랑스, 중국 등의 공급업체를 보유한 각국과 점차적으로 원자력협정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채택할 설계의 선정을 포함한 구체적인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14년에는 구미지역의 몇몇 국가에서도 원자력설비 확대를 위한 활동을 보였다. 영국은 힝클리 포인트C(Hinkley Point C) 계획에 대한 발전차액보조금(Contract for Difference, CfD) 적용 등 정부의 재정지원책은, 유럽위원회가 10월에 EU경쟁법의 국가 보조규칙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윌파(Wylfa)와 올드버리(Oldbury) 부지에 건설계획 중인 ABWR의 설계는 2014년 8월에 규제당국의 인증심사가 제3단계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2014년 8월에 건설·운전 일괄허가(COL)를 시작으로 각종 허가의 발급을 2년 만에 재개했으며, 9월에는 ESBWR(고경제성·단순화 BWR)에 대한 설계인증이 발급됐고 해당 설계의 건설을 상정한 페르미 3호기(Fermi-3) 계획에 대한 COL의 발급이 기대되고 있다.

헝가리의 유일한 원자력발전소의 기존 원자로 운전기간 연장과 후속 유닛의 증설계획이 추진된 것 이외에도 핀란드에서는 2건의 신축계획에 대해 인허가절차의 보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 첫 수출국으로 공을 들였던 핀란드는 국영전력공사(Teollisuuden Voima Oy)가 2005년부터 건설 중인 올킬루오토 3호기(EPR, 172만kW) 공사가 대폭 지연됨에 따라 경영압박에 놓였다.

2014년 9월 TVO는 2016년 하반기에 건설작업이 완료되고 2018년에 운전을 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건설을 맡은 프랑스 아레바사와 독일 지멘스사의 기업 연합은 10월 제기된 TVO와의 중재절차 추가경비의 배상청구액을 증가했다.

이에 TVO사가 계획 중인 올킬루오토 4호기는 DIP(decision in principle) 유효기간 연장을 5월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9월에 이를 각하했으며, 현행 DIP가 만료되는 2015년 6월까지 건설허가 신청이 필수적이다.

◆美 ‘버몬트 양키’ 폐쇄…韓 ‘고리 1호기’ 2017년 영구정지 예정
원자력신흥국의 도입계획에 한정하지 않고, 원자력선진국의 증설계획에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공급업체 후보군에 러시아와 중국이 반드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원산회의 관계자는 “물론 현재의 세계 원전 개발은 1970년대의 성장기와 같은 기세는 아니지만 장래의 에너지 공급보장과 기후변화대책 등에 대해 일정 수준의 확대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향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1월에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WEO) 2014’에서도 밝혔듯이 세계 원전 설비는 2013년 3억9200만kW에서 2040년에는 전년대비 1.6배인 6억2000만kW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발전설비증가분의 내역은 중국이 45%, 인도, 한국, 러시아의 합계가 30%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중국의 증가분인 1억3000만kW는 미국과 러시아의 기존 설비의 합계치보다도 커지게 된다.

한편 해체 중이거나 해체 준비 또는 해체 계획을 가지고 있는 원전과 핵주기시설은 총 47개이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3기의 원자로를 해체했으며, 10기가 해체 중에 있다. 또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에너지정책 전환’에 따라 추가로 8기의 원전에 대한 해체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16기의 원전을 해체했으며, 키와니(Kewanee) 원전에 이어 2014년 말 경제적 이유로 버몬트 양키(Vermont Yankee) 원전 폐쇄를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첫 상업원전인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 40년 운전을 끝으로 영구정지를 예정하고 있다.

아울러 2040년까지 폐쇄할 원자력발전소는 약 200기에 이를 것이며, 대부분은 유럽, 러시아, 일본의 원자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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