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나 (사)한국여성원자력전문인협회 회장(現 이화여자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수십년 ‘방사선과 불편한 동거’ 의료종사자中 갑상선암 발병자 없어

우리 인간은 오감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왠지 모르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흔히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귀신을 무서워하듯이 원자력 발전소 사고, 핵실험, 핵폭탄에서 발생하는 방사선도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체르노빌 원전 사고, 그리고 최근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방사선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는 더욱 커져서 평소 원전이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를 공급하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 긍정적인 의견을 갖기는 쉽지 않다.

최근 부산 원전 주변에 주민이 자신의 갑상선암에 대해 원전 측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재판부에서는 원자력발전소(원전) 근처에 사는 주민에게 발병한 갑상선암에 대해 원전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의료방사선 분야에서 종사하는 필자가 받아들이기에는 좀 의아한 판결이었다.

원전이 자연방사선 이상의 방사선을 주변에 배출하여 지역 주민이 전 세계적으로 지정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 되었다면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전 지역의 환경 방사선 수치는 일반지역과 비교하여 유의할 만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재판부도 인정하면서도 원전이 갑상선 암의 원인이었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한 결론이라 생각된다.

사건의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성립해야 하는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원인이 결과를 필연적으로 일으킨다는 필요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하며, 또한 해당 원인이 정말 존재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은 특정 지역의 원전 주변 주민 중 여성의 경우 갑상선 암이 주변 지역에 비해 많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원인이 정말로 원전의 방사선 때문인지 아니면 빈번한 검진에 의한 착시 현상인지 면밀하게 분석해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암은 인간이 오래 살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전자 손상과, 이 손상에 대한 유전자 복구 능력의 한계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환경 속의 발암물질 노출에 의해서도 발생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담배에 의한 폐암, 자외선 노출에 의한 피부암, 유전적 요인에 의한 위암 등 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폐암 환자들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명백한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하지만 사건 원고들의 개별 폐암의 원인을 흡연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원고가 패소하였다.

암을 발생시키는 많은 원인들 중에서 원전에 의해 암의 발생했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원전 주변에서만 유독 많은 암이 발생해야 한다. 또한 원전 주변의 방사선이 암 발생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수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임신 중에 술을 마시면 기형아 출산율이 증가한다. 그러나 심장 기형이 있는 아기를 낳았을 때 그 원인이 반드시 술 때문이라고 결정짓지 않는다. 반면 탈리도마이드라는 특정 약물을 임신 중에 복용한 산모들은 팔 다리가 짧은 기형아들을 출산하였다. 당시 발생한 기형아 수는 만여 명이었고 다른 이유로 설명되기 힘들었고, 침팬지 실험에서도 기형유발효과가 확인되었다. 결과적으로, 약물과 기형의 특수성이 인정되었고 기형아 출산의 결정적인 원인이 탈리도마이드라는 약물이라고 판단되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방사선 누출 사고를 통해 방사선이 갑상선암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갑상선암은 방사선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암이 아니며 20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방사선에 의한 위험도 증가율이 떨어진다.

갑상선암은 전체 암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중 하나이며, 검진 기술의 발전과 검진 빈도의 증가로 사회 전체에서 꾸준히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전 주변지역에 대한 서울대학교의 역학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전과 해당 지역 갑상선 발병 사이에는 과학적 상관성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핵심적인 부분은 원전 지역 주민이 받는 방사선이 일반 지역보다 유의하게 높은 량의 방사선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원인이 실재하지 않는다.

원자력계에 근무하는 방사선 작업자의 경우 년간 방사선 허용치는 20 mSv 으로 일반인의 1mSv 에 비해 20배의 방사선을 받아도 된다고 법적으로 정해져 있고 실제로 매일 8시간 이상을 원전 지역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보다 방사선량이 훨씬 높은 공간에서 근무를 한다. 방사선 작업자의 경우에도 암에 걸린 사람들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존재하지만, 암 발생의 원인이 방사선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방사선은 천연자연환경에서 늘 우리와 함께한다. 건강 검진을 받을 때, 다리에 골절이 생겼을 때, 감기에 걸려서 폐렴이 의심될 때, 암이 의심될 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우리는 방사선을 추가로 받게 된다.

필자 및 필자의 동료들은 방사선 종사자로써 매년 비행기를 타고 외국 학회 등을 방문하고, 병원에 있지 때문에 매년 건강검진을 받으므로 주변의 가족들 보다는 휠씬 많은 양의 방사선을 받았고, 장담하건대 원전 주변의 어떤 주민보다도 높은 양의 방사선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30년간의 "방사선과의 불편한(??) 동거"를 하면서 갑상선암에 걸린 동료는 없었으며 오히려 가족 또는 친지들에게서 갑상선 암이 있었던 경우는 종종 확인 하였다. 물론 역학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내린 결론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해 보아도 우리가 법적으로 정한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에 노출되었는데 암이 걸렸다면 그 원인을 방사선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일반인에게 허용된 연간 방사선 선량한도란 이 선량보다 높게 방사선을 받았을 때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장 방어적인 수준의 안전치를 정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자연 방사선의 범위는 전 세계에서 지역에 따라 연간 10mSv까지도 측정되는 곳도 있다.

그러나 높은 자연방사선 노출 지역의 주민들에서 암의 이환율이 더 높다는 보고도 현재까지 없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평균 연간 3mSv의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검진을 위해 복부 CT를 한 번 촬영하게 되면 10mSv의 추가 방사선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암 검진 등을 위해 PET 나 CT 촬영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이CT 나 PET 를 자주 촬영하지 않는 원전주변의 주민들 보다 휠씬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므로 이러한 사람들에게서도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연구 결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아주 작은 양의 방사선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암에 대한 다른 위험 요인들 -술, 담배, 공해, 자외선 등- 도 방사선과 동일한 특성을 가진다. 아주 적은 위험요인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은 암의 생물학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지 방사선의 특수성에 의한 것이 아니다.

방사선은 100mSv 이하에서는 암 발생 확률이 0.5% 이하로 떨어진다. 이는 사람이 살면서 노출되는 흡연, 술과 같은 환경 요인과 유전 요인에 의한 확률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암의 발생 원인이 방사선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힘들다.

특히 유효선량한도 이하의 방사선에 의한 효과는 휠씬 감소하여 거의 "0" 라고 할 수 있다. 확률과 인과관계에 대한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아주 낮은 확률에 대해 부분적이더라도“필연적” 인과성을 부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근거 없는 공포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 원전 지역 주민 여성의 갑상선암의 원인이 방사선에 있다고 내려진 재판 결과는 방사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소통의 미흡함이 낳은 산물이라고 생각된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양심적인 원전 운영, 그리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전문가의 판단과 국민들의 신뢰가 함께 할 때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은 안전과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국민들을 막연한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