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후지이에 요이치(藤家洋一) 전 일본원자력위원회 위원장
<신이 준 최고의 선물-원자력, 진짜 이야기> 한국어판 출판기념 간담회
정치권ㆍNGO 대안없는 반원전 주장…‘기본과 원칙’으로 냉정한 논&

“기술적 안전을 전제로 인류는 구석기 시대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 또 이미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화석에너지 시대 이후의 대비를 원하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다량 배출되는 에너지폐기물에서 자유롭고자 한다면 인류의 종합과학기술인 원자력에너지는 절대 필요한 존재이다.”

일본 최고의 원자력전문가인 후지이에 요이치(藤家洋一ㆍ사진) 박사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원자력 문명의 전반을 되돌아보며 집필한 <신이 준 최고의 선물-원자력, 진짜 이야기(원제=原子力の本當の話-利用より調和の原子力文明)>가 최근 한국어로 번역 출판됐다.

오사카대, 도쿄공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거쳐 일본원자력위원회 초대 위원장과 일본원자력안전전문심사회 회장을 역임한 후지이에 박사는 은퇴 후 도쿄공대 명예교수로, 비영리법인(NPO) 뉴클리어살롱(Nuclear Salon)을 설립해 원자력의 바른 이해를 돕는 각종 모임과 강연회, 저술 활동, 국제교류에 전념하고 있다.

후지이에 박사는 후쿠시마원전 사고 발생 한 달 뒤인 2011년 4월 20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는 등 한국에도 낯익은 지한파 인사이다.

지난달 11일 한국어판 출판을 기념해 방한한 후지이에 박사는 본지를 비롯해 주요일간지 출판담당기자를 초청 ‘기자간담회’를 갖고 후쿠시마원전 사고에 대해 가치중립적인 냉철한 자세로 사고 원인과 배경, 사고 경과와 결말, 사고조처 과정 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 뒤에 평가와 반성을 하자고 주장했다.

후지이에 박사는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1호기에서 3호기까지 모두 정지됐지만 출력 이상에 문제가 될 만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핵분열 원자로 안전의 기본인 ‘원자로 정지’는 문제없이 시행됐고 재임계 현상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주로에서 안전 확보를 위한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원자로 냉각과 붕괴열 제겨를 위한 비상용 냉각시스템 작동이 쓰나미로 불가능해져 노심용융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수소발생, 누설, 폭발이 일어나 냉각뿐만 아니라 방사성물질의 격납 기능도 상실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고로 누출된 방사능이 체르노빌 사고에 상으하는 7등급이라는 정부 발표는 많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는데, 실제로 스리마일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를 비롯해 세계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때마다 현지에 파견됐거나 사고조사에 참여했던 경험으로 보아 후쿠시마 사고가 두 사고처럼 ‘대재앙’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회상했다.

후지이에 박사는 “최초 조사에서 원전 주변 주민 중에 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 희생자는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고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원자력은 위험이 너무 커서 탈원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여론을 부추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사고 직후부터 원자력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단체들과 몇몇 언론은 원자로의 안전과 상관없는 분야까지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 여론몰이에 나섰고 당시 정부 여당 내에서도 아무런 대책없이 탈원전 움직이나 반원전으로 이어지는 논의가 이어졌다.

후지이에 박사는 “물론 이번 사고가 일본 사회에 끼친 영향은 엄청난 것이지만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탈원전, 반원전 주장에서 벗어나 ‘기본과 원칙’으로 되돌아가 이미 발생한 사고의 냉정한 판단, 복고 가능성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에도 충분히 눈을 돌려 냉정한 논의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석탄, 석유 등 화학 에너지 시대를 거쳐 어렵게 연 원자력 에너지의 가치를 차분하게 설명한 후지이에 교수는 ‘이용보다 조화’라는 이념을 제시했다.

그는 “장래 문명의 근간을 지탱해줄 기본적 지주로서의 원자력은 필수불가결한 에너지원이지만 사회 및 문명과의 공존이 필요하다. 아무리 이상적인 대안이라도 자연과의 조화, 자연과 인간과의 공존 균형이라는 대전제 하에서만 원자력의 사회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후지이에 교수가 제시한 대안은 ‘정합성 있는 원자력 시스템(SCNES)’이다. 정합성(整合性)은 ‘이론에 모순이 없다’는 뜻인 SCNES는 핵분열 반응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 자원의 완전 리사이클 사용과 유해물질을 환경에 내보내지 않는 ‘Zero Release(방사성물질 무방출)’가 동시에 달성될 수 있는 핵분열 에너지 시스템을 말한다. ‘자원 확보와 환경 보전의 동시 달성’, 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SCNES는 ▲전기나 수소 에너지와 같은 양질의 에너지를 생산해내고(에너지 생산) ▲플루토늄 같은 장기에 걸친 연료자원을 생산하며(연료생산) ▲방사선 폐기물의 방사능을 소멸 또는 격리하고(방사성폐기물의 비방사화 또는 격리) ▲원자로 정지와 냉각뿐만 아니라 방사성 물질을 폐쇄하는 것으로 안전을 확보하고 ▲핵무기로 전용하기 어려운, 핵확산 저항성이 있는 연료를 생산하는 등 다섯 가지 기능을 충족해야 한다.

그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이념은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을 모방하자’는 자세다. 지구, 태양, 우주 등 어느 것이나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이며 거기에는 많은 현상이 자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 심지어 핵융합로, 핵분열 원자로, 가속기, 레이저 등도 원래부터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후지이에 박사는 일본을 대표하는 원자력공학자이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론자로 ‘원자력 에너지가 인류 문화에 기여하는 일’을 찾는데 한평생을 보내왔다. 그렇다고 원자력 맹신론자는 아니다.

“슬기롭게 사용한 원자력은 인류에게 희망과 보다 나은 삶을 약속한다”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34대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평화를 위한 원자력(1954년)’ 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후지이에 박사의 원자력에 대한 지론은 한마디로 “원자력은 천지창조 이후 신이 인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자 문명의 이기(利器)”라는 말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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