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원전 환경방사선 수치 일반지역과 차이없다’ 인정
의료계 ‘갑상선암 원인, 원전 탓 단정짓는 것’ 무리한 판결

▲ 갑상선암을 조기발견 할 수 있는 갑상선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스와이어>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갑상선암 발생률은 늘어나는데 사망률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 통계와 비교해도 사망률은 대동소이하다.”

원전 주변에 오랫동안 살면서 갑상선암이 발병했다면 원전 측에서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로 인해 원자력계를 비롯해 의료계 안팎으로 찬반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2014년 10월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는 고리원전 주변지역 10km 내에 20여 년간 거주했던 주민 A씨가 “원전의 방사선 때문에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는 원전과 일부 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로 한수원은 “판결한 인과 관계가 모호하다”며 항소한 상태이다.

이후 원자력계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서'울대 원전 역학조사'에서 원전과 주변지역 주민의 암 발병 위험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다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4개 원전지역 일부 주민들은 한수원을 대상으로 ‘갑상선암 피해 손해배상청구 공동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가 갑상선암 발병 원인에 대해 입을 열었다.

◆도대체 왜 우리나라는 갑상선암이 늘어난 것인가
암은 우리나라에서 사망 원인의 1위이며,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진단기술이 발달할수록 암환자 수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암 발생의 원인은 다양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암의 주요 원인으로 흡연, 음식 등 생활 습관과 관련된 요소가 6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 밖의 원인으로 환경오염, 직업, 유전, 방사선 등이 각각 3-5%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갑상선암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갑상선암은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 2011년 국내 갑상선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 당 81명으로 미국의 5.5배, 영국의 17.5배,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다. 영국이 지난 30년 동안 1.7배 증가했고, 미국이 3배 증가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30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갑상선암 발생률이 늘어난데 비해 사망률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실제 환자가 늘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 과잉진단을 손꼽고 싶다. 쉽게 말해 옛날 같으면 발견되지 않았을 환자들이 무더기로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각종 진단기술의 발달로 유명 대학병원을 비롯해 동네의원에서도 초음파검사롤 통해 직경 1cm 이내의 미세암까지 모조리 걸러내고 있는데 이 같은 의사들의 과잉진단엔 진료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도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박사는 “해외의학계에서도 한국의 높은 갑상선암 발병률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원인을 찾는데 많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며 “여러 가설 중에 한국인의 식재료 중 미역과 다시마를 통해 다량의 요오드 섭취가 오히려 발병률를 높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밝혔다.

갑상선암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그 원인으로 방사선, 유전자, 양성 갑상선 결절, 호르몬, 요오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암의 발생에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각 개인에서 암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소(원전) 근처에 사는 주민에게 발병한 갑상선암에 대해 원전의 책임이 있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좀 의아스럽다.

이례나 이화여자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원전이 자연방사선 이상의 방사선을 주변에 배출하여 지역 주민이 전 세계적으로 지정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됐다면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다”며 “하지만 원전 지역의 환경 방사선 수치는 일반지역과 비교해 유의할 만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재판부도 인정하면서도 원전이 갑상선암의 원인이었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한 결론”이라 꼬집었다.

이 교수는 “사건의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원인이 결과를 필연적으로 일으킨다는 필요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하며, 또한 해당 원인이 정말 존재해야 한다”며 “현재 객관적인 사실은 특정 지역의 원전 주변 주민 중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이 타주변 지역에 비해 많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원인이 정말로 원전의 방사선 때문인지 아니면 빈번한 검진에 의한 착시 현상인지 면밀하게 분석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방사선 누출 사고를 통해 방사선이 갑상선암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방사선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암이 아니며, 20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방사선에 의한 위험도 증가율이 떨어진다.

이 교수는 “검진 기술의 발전과 검진 빈도의 증가로 사회 전체에서 꾸준히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고 원전 주변지역에 대한 서울대의 역학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전과 해당 지역 갑상선 발병 사이에는 과학적 상관성이 없었다”며 “무엇보다도 원전 지역 주민이 받는 방사선이 일반 지역보다 유의하게 높은 량의 방사선을 받지 않는다는 것, 즉 원인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원자력학회-대한방사선방어학회 ‘과학적 분석’ 보고서
지난 6월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공동으로 수행한 ‘원전주변주민과 갑상선암 발생에 관한 과학적 분석’ 보고서는 “원전과 갑상선암 관련 주장의 근거가 된 ‘원전역학조사(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에서도 원전과 주변지역 주민의 암 발생률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 거주 지역이 원전으로부터 가까울수록 유의한 증가를 보인 여성 갑상선암도 ‘방사선 이외의 요인’으로 추론했다.

추론의 근거는 원전의 방사선 영향이라면 갑상선암 이외의 다른 암(유방암 등)도 증가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남여 모두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해야 하지만 여성에서만 높게 나타났으며, 갑상선암 발생률이 원전 주변 거주기간과 비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또 원전에서 0.5km 이내 종사자의 상대 위험도는 1.06으로 오히려 주민보다 낮아 거리에 따른 암 발생은 전체적으로 일관성 없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원전 주변 방사선량은 0.01mSv 정도 또는 그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 또한 실시간 전국 환경방사선 감시자료(http://iernet.kins.re.kr)에 의하면 원전 주변 지역의 방사선량률은 원전이 없는 다른 지역과 차이가 없다. 결국 원전 주변 지역에 20년 이상 장기간 살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 주민에 비해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됐다고 할 수는 없다.

해외의 정상 운영되고 있는 원전 시설 주변 주민에 대한 여러 역학조사에서도 갑상선암의 증가가 보고된 바 없으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 보다 먼저 국제 방사선방호위원회의 가장 엄격한 기준(ICRP-60)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 원폭 생존자 연구와 체르노빌 원전 주변 주민 연구에 의하면 20세 이상의 성인에서 방사선 노출에 의해 갑상선암이 증가한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방사선 피폭에 의한 갑상선암 발생은 방사성 요오드에 오염된 채소, 우유 등을 섭취한 소아에서 집단적으로 관찰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한방사선방어학회 관계자는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120.4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갑상선암 진단기술의 발달과 건강 검진의 보편화가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원전 주변주민들은 원전과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 혜택(동남권원자력의학원)으로 타 지역 주민들에 비해 갑상선 검진의 기회가 많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 검진을 받은 기장 군민의 갑상선암 진단유병률(1.3%)은 갑상선초음파 검사에 의해 발견된 한국 성인의 갑상선암 진단유병률(2.5%)보다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보고서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원전과 주변 주민의 갑상선암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