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코시 료지氏 방한, 발병원인 ‘후쿠시마 사고 방사능 피폭’ 주장
생존율 높아도 전이‧재발 두려움…적출 암세포 ‘세슘 측정’ 검사 요구

[원자력신문] “갑상선암은 60대 이상의 남성에게는 발병률이 현저히 낮다. 하지만 나는 2016년 12월 1일 갑상선 유두암 적출 수술을 했다. 나의 갑상선암 발병원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성요오드 피폭에 의한 것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후쿠시마 현(福島県)의 약 17만 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6년이 지난 현재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및 관련기관은 ‘오염수 유출의 환경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 속에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해체 로드맵에 따라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후쿠시마현은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사고 후 방사능에 의한 질병’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18세 이하 아동(30만 명 아동 대상) 중 184명이 갑상선암 확진 혹은 의심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 사회단체를 비롯해 언론들은 “이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물론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선 누출 사고를 통해 방사선이 갑상선암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갑상선암은 방사선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암이 아니며, 20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방사선에 의한 위험도 증가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의학계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공포’는 국내까지 상륙했다. 실제로 2014년 10월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는 고리원전 주변지역 10km 내에 20여 년간 거주했던 주민 A씨가 “원전의 방사선 때문에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는 원전과 일부 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로 한수원은 “판결한 인과 관계가 모호하다”며 항소했고 26개월 지난 현재까지 2심이 진행 중이다.

이후 원자력계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서울대 원전 역학조사'에서 원전과 주변지역 주민의 암 발병 위험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다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4개 원전지역 600여명의 주민들은 한수원을 대상으로 ‘갑상선암 피해 손해배상청구 공동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거주 “당연히 피폭 노출” 증언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일 국제심포지움(추혜선·김경진 의원 등 주최)’에 참석한 일본인 오코시 료지(사진)씨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거주하고 있으며, 사고 당시 방사능요오드 피폭에 의해 갑상선 유두암(Papillary carcinoma of thyroid)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코시 료지씨는 “사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방사능에 의해 대장암, 폐암 등 내장 질환이 우려됐다. 그래서 ‘후쿠시마 공동진료소(원장 후세 사치히코)’를 찾았고 그곳 의사의 권유(무료검사이니 갑상선암 검사도 받아 보라는)로 종합 건강검진을 실시했다”면서 “그런데 오히려 걱정했던 내장 질환은 이상이 없었고 대신 10mm 크기의 갑상선 좌엽 유두암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오코시 료지씨의 몸에서 적출한 10mm 크기의 '갑상선 좌엽 유두암세포' 실제 모습

그는 최초 갑상선암 소견 이후 종양의 크기, 침범 정도 등을 고려해 1년 3개월 정도 경과를 지켜봤다. 이후 세포진, CT, PET(양전자방출 단층촬영) 검사 결과를 통해 림프절 전이가 의심 돼 지난해 12월 1일 4시간에 걸쳐 갑상선 유방암 전적출 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오코시 료지씨는 “70이 넘은 나이에 ‘오늘 죽나, 내일 죽나’ 놀라울 것도 없다지만, 수술을 앞둔 심정은 참으로 두려웠다”면서 “아무리 갑상선암을 ‘착한 암이다. 생존율이 10년에 90%이니 무서운 병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생존율이 높다고, 정말 안심할 수 있는 암”이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술을 경험하고 이후 50여일 정도 지났지만 갑상선암이 죽을 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과 암의 원격 전이와 재발 등이 두려워 정신적 부담과 심적 고통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오코시 료지씨는 자신의 몸에서 적출한 갑상선 유두암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갑상선 유두암은 분명 후쿠시마 원전 사고 시 피폭에 의한 것인데, 수술을 집도했던 병원측은 “방사능 영향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적출한 암세포에 대한 세슘 측정 검사를 요구했지만 병원측과 관련기관(정부 및 도쿄전력 등)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요구를 거부할 경우 내 몸에서 적출한 암세포 반환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갑상선 유두암, 예후 좋고…10년 생존율 약 95%

최근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발견되는 갑상선암의 대다수가 갑상선 유두암(Papillary carcinoma of thyroid)으로, 전체 갑상선암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갑상선 유두암은 천천히 자라는 암이고 예후도 갑상선암 중 가장 좋아서 10년 생존율이 약 95%에 달한다. 이는 갑상선 유두암을 진단받은 사람이 10년 후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95% 정도라는 뜻이다.

갑상선 유두암은 한쪽 엽에만 있을 수도 있지만 약 30%에서 양쪽 엽을 다 침범하고, 또 갑상선 주변 림프절 침범도 약 20~90%에서 관찰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의 치료는 갑상선 종괴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시행된다. 수술방법과 범위의 선택은 종양의 크기, 침범 정도 등을 고려해 선택하게 된다. 수술 범위는 한쪽 부분만 제거하거나 갑상선 전체를 적출하는 방법 등이 있다.

갑상선 유두암은 평균 36%에서 림프절 전이가 발견되며, 수술 후 경과 관찰 중 약 3~30%의 림프절 전이가 나타나는데 노인의 경우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재발률이 더 높다. 또 드물지만 폐나 뼈 등 다른 부위로 원격 전이하는 경우도 있다.

끝으로 오코시 료지씨는 “나를 비롯해 소아 아동에게 피폭을 당하게 만든 정부와 사업자는 “갑상선암은 방사능의 영향이라 생각할 수 없다”며 과학자와 의사들을 조정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는 비난과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국제기구 “갑상선암 원인, 원전 사고로 보기 어렵다” 밝혀
한편 이날 오코시 료지씨의 발표를 경청했던 의료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방사선 분야 종사로써 받아들이기에는 좀 의아한 주장”이라면서 “국제기구 전문가들도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사람에 대해 원전 사고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올해 31주년을 맞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건강 영향에 대해 ‘UN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2008년’ 보고서, ‘체르노빌포럼=2003~2005’ 보고서 등에 따르면 급성방사선증이 발병한 원전 종사자와 긴급작업자 134명 가운데 28명은 사고 후 수개월 안에, 19명은 2006년까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반인의 경우 갑상선암 발생률이 크게 증가해 1991년부터 2005년까지 6848건 증례가 보고됐는데, 그 가운데 2005년까지 갑상선암으로 15명이 사망했다”면서 “그밖에 방사선 피폭에 의한 건강 장해 증거는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과학위원회(UNSCEAR) 등 국제기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피폭된 사람들에 대해 방사선 피폭에 기인할 수 있는 암 통계에 유의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면서 “또 작업자의 경우 현재의 지식과 정보에 기초하는 한 방사선 피폭에 기인하는 건강 영향의 식별 가능한 증가는 예측되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B씨는 “사실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176만 명이 연간 평균 10밀리시버트(mSv) 이상 자연방사선을 받고 산다. 5.0mSv~10mSv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이 정도 선량 피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원전은 사고로 인한 방사선의 인체 영향과는 별도로 현실적, 심리적인 두려움이 있다. 원전 사고로 초래된 국가 차원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및 일상의 개인생활까지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사회기반의 파괴가 두려움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이에 원전 사고를 단순히 방사선에 대한 불안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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