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내진설계 의무 대상 건축물 3층→2층 이상 확대 시행
전문가 ‘안전만이 최우선’ 계몽적 주장…시의성‧실용성 동떨어져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사진출처=Daum백과

‘불의 고리’로 지칭되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한반도 전역의 지진 발생 빈도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2000년 이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매년 평균 19회 발생했던 반면 2000년 이후에는 평균 47회를 기록해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진 발생빈도가 잦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 이후 현재까지 총 640회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78년부터 기상청에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을 관측한 결과 지난 38년간 피해를 줄 수 있는 최소 규모의 지진인 리히터 규모 5.0이상의 지진은 지금까지 6회가 있었다. 그 중 큰 피해를 준 지진은 ▲지리산 쌍계산 지진(1936) ▲홍성 지진(1978) ▲영월 지진(1996) ▲오대산 지진(2007) 등 4번이 있었다. 이 중 영월 지진의 경우는 규모가 4.5였음에도 제주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지진파를 느낀 반면 홍성 지진은 5.0에도 광역적인 지진파를 느끼지 않았다.

결국 지진은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느냐 하는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전파가 달라 피해양상도 달라지는 것이다. 몇 해 전 소방청에서 서울에 규모 6.5의 지진 발생 시 피해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 11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내진설계가 안된 건물 38만 채가 손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의 내진설계는 1988년 ‘건축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후 그 대상을 소규모 건축물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 전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강제조항이 없어 내진설계가 안 된 건물이 서울 지역에 82%나 차지하고 있어 이로 인해 지진 발생 시 굉장히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이에 올해부터는 2층 건축물도 내진설계가 의무화된다. 또 기존건축물의 내진 보강 시 건폐율과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국토교통부는 9‧12 경주 지진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지진과 관련, 건축물의 구조 안전을 강화하는 ‘건축법 시행령’ 등 개정했다.

이번에 개정된 시행령은 지난해 5월 정부가 발표한 ‘지진방재 개선대책’의 주요 과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먼저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현행 3층 이상(또는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에서 2층 이상(또는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 까지 확대한다.

1988년 ‘건축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후 건축물의 내진설계는 그 대상을 소규모 건축물까지 지속 확대했으나, 우리나라 지반 특성상 저층의 건축물이 지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이번에 2층 이상 까지 확대한 것이다.

내진설계 의무 대상의 확대에 따른 건축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형화된 소형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간소화된 기준도 마련했다.

또 기존 건축물을 내진 보강하는 경우에는 건폐율,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거주나 임대·영업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존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건축물의 내진성능 등을 보강해 구조 안전의 확인 서류를 제출하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해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의 건축기준을 완화해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초고층 및 대형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에 인접대지에 대한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안전영향평가도 시행한다. 50층 이상, 높이 200m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해당 건축물의 설계도서 및 지질조사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안전영향평가기관에서는 제출도서를 통해 해당 건축물의 설계 적정성, 인접 지반의 안전성 및 지하수위 변화 등을 검토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은 발생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내진설계 기준 설정에 필요한 정보와 관련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실제로 일본은 고베 지진 이후 수 조원의 예산이 투입돼 ▲지진관측 및 분석 기술 ▲지진 예측 기술 ▲내진 설계, 시공, 보강, 성능평가 기술 ▲지진 조기 경보기술 ▲지진재해 관리‧복원력 강화기술 등이 개발 중이지만 큰 지진을 겪어보지 않아 실용화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지진방재 개선 대책과 건축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지진은 예측이 어렵고 같은 강도라도 난개발이 심화된 대도시일수록 지진에 취약하기 때문에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국내 도심의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27일 본지 주최로 열린 ‘경주지진 이슈토론회’에 참석했던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재난사례에서 나타내는 반응의 공통적 특징은 재난의 피해현상에만 주목하고 있다”면서 “또 재난은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것, 무조건 예방해야 하는 사안으로 인식하고 발생 시 누군가에게 또는 어떤 조직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피해현상에만 주목하다보면 피해의 최대치를 기준으로 예방책·대비책을 마련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는데 이 같은 주장은 상당히 비이성적이며, 비합리적”이라며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비행기는 추락할 위험이 있으니 날지 못하게 해야 한다’와 같은 무리한 대책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지진대비의 선진사례로 손꼽히는 일본을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기술적으로 법·제도적으로 완벽을 기하더라도 재난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재난피해의 최소화는 정부나 해당시스템의 관리자 등 하나의 조직, 기관, 사람에 의해 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함 교수는 “불안과 불신만을 조장하는 재난피해 정보의 조각들만 보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 전체가 현재의 보유자원(인적·물적)의 한계를 인식하고 보유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재난상황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탐색하는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재난대비책"이라며 ”재난발생 자체를 부정하거나 해당 시스템의 가동 자체를 막는 것은 재난대비의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