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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2018]고준위폐기물 처분 “脫원전과 분리해야”文정부, 맥스터 증설 '사업자-주민' 갈등 볼모삼아 월성1호기 조기폐로까지 거론

월성원자력본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조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원전이 멈추면 더 이상의 고준위방사성페기물(사용후핵연료)는 나오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존재하는 사용후핵연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탈(脫)원전 정책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논의는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선택한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이 높아질수록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가’는 어쩌면 중대한 도전이 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 25기 원전 내 저장시설용량 13만6076드럼 중 약 8만9457만 드럼이 저장 중이며, 현재대로라면 2019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 한빛과 고리, 2037년 한울, 2038년 신월성 순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이는 2024년 이후부터는 별도의 저장 시설을 확충하지 못하면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까지 이를 수도 있으며, 탈(脫)원전 정책과 별개로 조속한 안전관리를 위한 부지와 시설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정부들은 2009년에 법제화된 공론화를 2013년 10월부터 20개월간 거쳐 2016년 7월 고준위 관리 기본계획 확정 후, 공론화위원회 권고안과 지역의견 등을 전향적으로 수용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해온 지난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단체 및 원전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 미흡해 정책 수용성 저하를 우려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로 대두된 “에너지정책 전환(탈원전)네 따른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감소 등으로 기존정책 재검토 필요성”을 뒤받침하며 고존위방사성폐기물 공론화 재논의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물론 지난 한해 원자력계 안팎에서는 “원전의 찬반 대립과 대선주자의 탈원전 선언, 그리고 현 정부의 원전정책과는 분리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한 국회가 관리절차법을 속히 제정해야 한다”며 “국회가 이를 차일피일 미뤄 법제정을 지연시킨다면 이는 엄연한 ‘국회의 직무유기’며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고준위폐기물의 안전관리 절차를 정한 ‘프로세스(process)법’으로써 논란의 여지없이 ‘국민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다. 고준위폐기물의 제도적, 기술적, 재정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원전혜택을 누린 현 세대의 최소한의 윤리적 책무이다.

1차 공론화 과정 당시 공론화위원회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한 토론회 참석해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각 원전 내 임지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며, 2019년을 기점으로 각 원전별로 포화시점에 도달할 예정으로 더 이상 어떤 방편도 통할 상황이 아니”라면서 “물론 원전이 멈추면 더 이상의 사용후핵연료는 나오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존재하는 사용후핵연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디론가 옮기거나 옮길 채비를 해야 한다”고 강력히 제언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위험통제는 위험을 완벽하게 제거하거나 전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위험이 발현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되, 만약 위험이 발현되더라도 그 영향이 사람과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상황 발생 전과 후에 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2대 원자력안전위원장을 역임한 이은철 서울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원전 내 보관에 대해 정부는 책임있는 자세”를 강조하며 “월성의 건식저장 시설 추가 건설의 경우 기존과 같이 변경허가를 통해 손쉽게 처리할 것인지, 새로운 허가절차를 마련해 보다 체계적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리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신고리 원전으로 옮겨 보관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히며, 정직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공론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공론화에 입하는 가장 바림직한 자세와 지향해야할 점은 합의가 아닌 공감이며, 수용성이 아닌 신뢰이다. 사용후연료 재공론화의 출발은 바로 이것을 인정하는 것부터”라고 제언했다.

한편 2005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주민투표 당시 방폐물유치지역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을 경주에 짓지 않기로 정부가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중수로형 월성원전의 포화가 예상되고 있어 지난 정부는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원자력발전소 관계 시설이라 괜찮다’는 입장으로 맥스터(건식저장조)를 증설할 예정이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 원전지역 주민간 갈등이 연일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저장시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월성원전(사업자)과 지역주민 간 갈등을 빌미로 월성 1호기 조기폐로는 물론 노후 원전에 대해서도 설계수명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지역 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사실 현재 원전 내에 보관·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외부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확보시점 이전까지는 불가피하게 원전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해 한시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하지만 문(文)정부의 탈원전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이 분리되지 못해 상황에서 섣부른 ‘에너지전환정책’이 이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에 대한 숙의적인 공론화 과정의 핵심내용은 후세대에 부당한 부담을 부과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인간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기본적 원칙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설정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이에 최종(혹은 중간)저장 시설 부지 선정 과정에서 검증된 전문가의 기술적 검토에 대해 지역주민들 스스로 믿고 따라주며 적극적인 의견개진 등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국민수용성 확대에 가장 중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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