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등록증명원 허위 4개월간 총 16건 계약…타업체와 형평성 위배한수원 내부‧협력사 “계약파기 사유 충분한데, NCR 발행” 특혜 의혹

경주시 장항리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사진=한국원자력신문

“수십 년 동안 원자력을 비롯해 전력산업계 협력업체로 무수히 많은 입찰에 참여했지만 이처럼 기괴한 입찰은 처음 본다.” “어쩌면 한수원은 이리도 부도덕한 공급업체를 감싸기만 하는지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 정말 몰랐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 모른 척 했던 것인지 업계종사자로써 부끄럽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설계부터 제작, 시공, 운전, 정비용역 입찰에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유자격공급자’ 등록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한수원 공급자관리지침에 따르면 유자격공급자는 회사명(대표자명), 법인분리‧합병‧양도, 본사주소 및 공장이전, 품질보증체계(품질부서장/품질인증서) 등 변경사항이 발생하면 1개월(30일) 이내에 한수원에 등록변경을 신고해야한다. 미신고시 1년 자격정지는 또는 유자격등록이 취소된다.

특히 원전의 기기건전성을 위해 현장심사 대상인 기자재 및 기기수리업체는 공장이전(자가/임대)과 관련한 변경사항 역시 발생일로부터 1개월 이내 신고는 ‘불문의 법칙’인 셈이다. 그러나 Q등급(FITTING & FLANGES=104) 유자격공급 업체 T사는 공장이전에 따른 등록변경 미신고 상태로 4개월 간 수십 건의 입찰에 참여했으며, 그 중에 16건의 계약을 수주한 사실이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이에 한수원 협력사(동반성장협의회 회원사 포함) 복수의 관계자들은 “유자격공급자 필수항목을 준수하지 않은 T사의 입찰은 무효”라며 “공공기관 입찰 경험이 없는 업체도 아닌데, 더군다나 ‘한수원 동반성장협의회’ 총괄회장(기계분과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4개월이나 공장이전 변경미신고를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고의성이 짙다”고 야유를 쏟아냈다.

또 다른 협력사 관계자들은 “탈(脫)원전 이후 업계 최대 불경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변경되지 않은 ‘공장등록증명원’으로 수십 건의 입찰자격을 부여받고 16건의 계약이 진행됐다면 이는 T사와 공정한 경쟁을 치러야했던 타업체들에게는 형평성에 위배되는 심각한 문제뿐만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혀를 찼다.

한국수력원자력 유자격공급자 등록 변경신청 매뉴얼

실제로 본지는 올해 초부터 T사에 대한 제보‧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자격공급자 등록변경미신고’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 4월 한수원 CEO간담회 자리에서다. 4월 9일 열린 ‘한수원 동반성장협의회 사업설명회’에서 참석한 A사가 정재훈 사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수원 유자격공급자 가운데, 기술규격서의 필수조건인 ASME인증을 취득(무자격)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유자격공급자의 의무인 등록변경 발생시 1개월 이내의 신고사항도 지키지 못하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공정거래위반”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고자하는 한수원 경영진의 노고는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1회성 행사에 치중하는 것보다 이 같은 문제들이 제기되지 않도록 한수원 유자격관리 및 입찰시스템 등의 사각시대를 살펴보는 세심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수원은 동반성장협의회 총괄회장인 T사의 공장이전 사실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또 한수원은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인증 변경심사 이후 한수원에 신고하려고 했다”는 T사의 변명을 믿었다. 심지어 유자격공급자를 관리하는 동반성장팀은 “한수원의 유자격공급자가 수백 개인데, 그들 스스로 자진신고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어”라는 식의 궁색한 변명을 통해 T사를 감싸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T사의 공장이전과 관련해서 관할소재지인 김해시청에 제출했던 ‘공장등록 신청서’와 김해시청으로부터 전달받은 ‘공장설립등의 완료신고서 수리 알림’ 공문, 그리고 최종 ‘공장등록증명서’를 통해 확인한 결과 T사의 공장이전은 2019년 1월 14일이었다.

특히 지난 4월 16일 ‘공장이전에 따른 변경등록 현장재심사’ 이전까지 T사는 정재훈 사장이 이끄는 ‘한수원 해외시장개척단’ 맨 앞줄에 서있으면서도 미신고 상태로 수십 건의 입찰에 참여했으며, Q와 A등급 계약체결은 총 16건(수의계약 5건 포함)으로 금액은 2억307만7920원에 달했다(도표 참조). 문제는 ‘변경사항 30일 이내 미신고시 1년 자격정지는 또는 유자격등록 취소’라는 한수원 공급자관리지침에도 불구하고 T사에 대한 한수원의 조치결과는 협력사들에게 형평성 논란을 부채질하는 동시에 ‘동반성장협의회 총괄회장(기계분과) 특혜’ 의혹까지 가중시켰다는데 있다.

이에 한수원 조달처 관계자들은 “지난 5월 17일 개최된 제2차 본사 특수계약심의원회(심의위원 8명)에서 T사의 공장이전 미신고 사유가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정돼 유자격효력정지 심의(안)이 부결됐다”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T사와 경쟁업체들간의 이전투구 상황일 뿐”이라며 본지의 취재와 협력사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한수원은 ‘T사가 공장이전 신청일(2019년 1월 14일) 이후 이전된 공장(변경 승인되지 않은 공장)에서 제작해 납품한 자재에 대한 기술적 적합성 검토를 위해 7건에 대한 불일치품목보고서(NCR)를 발행했다. 그중에 2건은 폐기 처리했으며, 나머지 5건은 기술적 적합성 검토 및 서류보완 등 시험성적서를 재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일치품목보고서(NCR)는 발전소 운영과 관련한 업무 수행 중 규정된 품질요건을 위배한 품목에 대해 발행되는 보고서다. 한수원 및 계약자의 자격이 부여된 검사자가 입회검사 시 규정된 요건에 일치하지 않는 품목을 발견했을 경우에 작성·발행하며, 보고서에 따라 부품 회수, 폐기, 수리 등을 진행한다.

이처럼 한수원 내부에서도 T사를 둘러싼 의혹들에 한수원 관계자들의 ‘감싸기’에 대해 뒷말이 많다. 한수원 복수의 관계자들은 “한수원 유자격공급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으며, 수시로 입찰에 참여해야하기 때문에 본인 회사에 변경사항이 발생 시 30일 내 신고를 하거나 사전에 변경절차 등을 담당자에게 문의하는 것이 정상”이라면서 “미신고 기간이 4개월을 넘겼고, 그 사실이 타업체들을 통해 드러난 일련의 정황들만 놓고 봐도 고의성이 다분한데 한수원이 ‘눈 뜬 장님’이 아니고서야 왜 몰랐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수원 관계자 K씨는 “만약 T사와 함께 16건의 입찰에 참여했다가 후순위로 탈락한 업체들 중에 누구라도 형평성 위배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면, 발주처로써 한수원은 방임‧방조로 일관했던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한수원 관계자 Q씨는 “한수원이 NCR를 발행했다는 것 자체가 T사에 대한 유자격공급자로써 제작 및 품질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다”면서 “이제라도 T사에 대한 감싸기를 멈추고 타업체들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은 입찰과 계약인지를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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