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원자력 핵심 연구기관으로 만들겠다’

문 정부 탈원전 정책 최일선서 항거한 ‘원자력 학계 선비’
2018년 4월 광화문에서 ‘원전살리기’ 대중집회 주도역할
윤 대통령 ‘원자력 멘토’로서 2022년 12월 초대 원장 취임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조화이루는 선진원자로 개발 '박차'
SMART 수출 적극 추진하고  SMR 개발 가속화 ‘드라이브’

2018년 4월 21일 광화문.

당시 광화문 거리에서는 4월 띄약볕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항거해 ‘원전수출국민행동’이 ‘세계로 원전 수출 하나로 국민통합’ 캐츠프레이즈를 내걸고 ‘원전살리기’ 대중집회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원자력계의 산·학·연 관계자 5000여명이 참가한 ‘원전 살리기’ 대중집회 현장에는 4월 봄날에도 불구하고 유독 날씨가 더워 참가자들은 물론 기자 역시 구슬땀을 흘리면 이곳 저곳 취재 현장에 누비고 있었다.

기자는 집회 현장에서 현(現)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인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여러 지인들과 인사하며 ‘대한민국원자력 살리기’를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모습을 목도(目睹)했다.

당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임에도 자신의 안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서 시위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 항거하면 싸운 ‘원자력 학자’의 양심을 지킨 선비 정신을 지킨 학자이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약 1주년을 맞은 2018년 4월은 청와대와 반핵단체들의 탈원전 강력하게 밀어붙이던 시기이어서 원자력계에서는 일부 학자와 인사들은 물론 한수원 사장 역시 몸을 사리고 문재인 정부의 눈치만 보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줄곤 원전살리기 시민단체들과 함께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100만명 서명운동’, ‘원전수출국민행동 벳지 제작’, ‘문재인 정부 탈원전 문제점 지적 기고문 작성’ 등을 추진하면서 원자력 시민단체와 교수,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기를 들고 각종 성명서를 발표하게 하는 원동력이자 주도적인 역할해 왔다.

2021년 7월 5일 야권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갑자기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연구실을 찾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윤석열-주한규’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원자력 멘토 역할을 수행한 주한규 교수는 ‘한순간에 무너진 대한민국의 원자력’을 되살리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초대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으로 선임됐다.

대한민국 원자력 연구개발의 산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세계 최고 원자력 핵심 연구기관으로 만들겠다’라는 각오로 지난 2022년 12월 14일 취임한 주 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 국정과제가 차질없이 수행되도록 연구원의 역량과 힘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비중 상향을 통한 원전의 적극적 활용, 원전 생태계 경쟁력 강화, 원전의 수출사업화, SMR과 같은 차세대 원전기술 확보 등을 골자의 국정과제를 수립했다. 이의 일환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MR 독자노형 확보를 목표로 ‘차세대 원자력’을 12대 국가전략기술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주 원장은 “이러한 원자력 연구개발 조류에 발맞춰 한국형 SMR인 ‘SMART’를 임기 3년 이내에 최소 2기 이상 수출하겠다”며 ‘SMART’의 해외 수출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주 원장은 “연구원은 현재 2012년 세계 최초로 ‘SMART’ 표준설계 인허가까지 받았지만, 2012년 이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도면상의 원자로 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로 지어보고 실효성을 입증해야만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MART와 같은 선진 원자로 실물화가 절실한 이유라고 주 원장은 설명했다. 

주 원장은 “현재 연구원은 캐나다 앨버타주 오일샌드 채굴 지역에 SMART를 수출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며 “채굴장이 주로 오지에 있어 건설 비용 측면이 중요한데, SMART는 한 번 연료를 장전하면 3년 정도 가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설도 쉬워 경쟁력이 있다”고 밝히고 향후에는 캐나다 뿐만 아니라 제3국의 수요까지 파악해 한국형 SMR을 수출하는 것이 연구원의 중점 목표라고 덧붙였다.

또 경주에 추진하고 있는 제2원자력연구원 조성 사업도 차질없이 추진하고 이 부지를 중심으로 선박 추진이나 수소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용도의 비수냉각형 선진원자로를 개발해 나가겠다는 중점 추진 사업 목표도 세웠다.

주 원장은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이 명실상부한 세계 빅5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밝혔다.

주 원장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기관 고유의 설립목적과 시대적 사명에 따라 안전한 원자력으로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탄소중립 미래를 선도하는 한편, 첨단 방사선 양자빔 기술로 국민의 건강과 생활의 편익을 증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미래를 위해 화석연료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현 시점에서 원자력은 그 공백을 메울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 원장은 거듭 강조했다.

주 원장은 특히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재생에너지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진원자로 개발을 위해 SMART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i-SMR 개발을 가속화하고, 이와 더불어 신형 원자로 설계해석에 활용할 대규모 고성능 컴퓨터 구축 및 활용도 병행하여 추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한층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주 원장은 원자력 발전량 증대가 에너지 안보 강화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원자력 발전에 필수적인 원전 안전성 증진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 연구를 강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정책 연구와 소통 활동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은 전력 생산 뿐만 아니라 방사선과 양자빔을 통해 진단, 치료, 물질 분석과 개질 등으로 국민 건강과 생활의 편익 증진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주 원장은 “전력 생산 외에 원자력의 이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중성자 공장인 하나로, 양성자가속기, 방사선 조사시설과 같은 대형 연구시설 활용을 더욱 활성화하고 방사선 응용기술 분야 육성에 더욱 힘쓰겠다”며 국민 건강과 생활편익에 힘을 보태는 연구원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원자력산업계의 최대 현안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원자력연구원은 최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기술 어디까지 왔나?’라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에 대해 주 원장은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기술로도 아주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연구원을 중심으로 1997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스템 설계 및 안전성평가 기초기술 확보를 목표로 처분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주 원장의 말대로 연구원은 그간의 연구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스템 및 파이로 폐기물 처분시스템 개념설계안을 제시하고, 처분 연구 기반 확보를 위해 연구원 내 KURT(KAERI Underground Research Tunnel)라는 지하처분연구시설을 건설하여 운영 중이다. 

특히, 지하처분연구시설을 활용하여 처분시스템 구성요소의 장기 성능을 평가하고, 심부암반의 지하수 유동 및 핵종 거동을 모델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종 처분장의 기본 개념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방사능이 자연방사능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생태계와 격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원은 고준위폐기물이 안전하게 격리될 수 있도록 처분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을 개발하고 그 구성요소들이 심층처분환경에서 핵종 거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여 최종적으로 생물권에 미치는 위험도 및 피폭선량을 예측할 수 있는 안전성 평가체계를 개발·검증 중에 있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과기부·산업부·원안위 다부처 R&D 예타사업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스템 성능 실증을 위한 선행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심층처분시스템 종합성능평가체계와 성능실증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주 원장은 “2030년부터 500m 심도를 갖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에서 국내 고유 처분시스템의 성능이 실증될 수 있도록 이에 필요한 평가모델, 시험·분석 기술, 제작·취급 기술 등을 개발 중에 있다”며 “R&D 예타사업을 통해 얻어진 연구결과는 먼저 종합안전성 보조보고서로 작성되고 IAEA의 검토를 거쳐 ‘처분 종합안전성입증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보조보고서 및 종합안전성입증보고서에 수록된 내용들은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건설허가 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5년까지 대안처분기술 제안을 목표로 과기부 고준위폐기물 안전강화 혁신기술 개발 사업을 수행 중이다. 해당 사업을 통해 핀란드/스웨덴 심층처분 방식 대비 처분 효율성·안전성이 높은 대안 혁신기술(다층처분, 3D 프린팅 처분용기, 고기능 완충재 등)을 개발하고 고효율 처분시스템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핵연료 처분개념, 처분시설 설계기술, 그리고 처분시설 성능 실증을 위한 기본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주 원장은 “현재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3개의 특별법안이 발의 중이다. 특별법안의 제정으로 체계적인 처분연구 및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국민 여러분이 안심하고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가 조속히 구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대형원전 건설보다는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전 세계가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역시 발빠르게 연구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주 원장은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SMR 개발과 원자력연구원의 역할과 조언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주 원장은 “그간 대형원전 사업은 정부주도 사업에 의존했기 때문에 민간의 역할이 한정되고 단기 성과 창출이 어려웠고, 정책여건에 따라 장기 투자 위험성이 존재했다”며  “SMR은 대형원전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작고 사업 리스크가 적으며, 열 공급, 수소 생산과 같은 다목적 활용이 가능한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수요에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 민간기업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원자력 관련 제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지역에서 개발되고 있는 SMR 사업의 경우 민간기업이 주도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국제적인 흐름을 알려줬다.

 주 원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SMR 개발과 조기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사업 추진력이 우수한 민간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민간기업이 SMR 해외수출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따라서 “우선은 정부-공공기관-민간기업의 협력 활성화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민간기업의 사업 및 기술 역량을 강화하여 민간부분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 원장은 조언했다.

원자력연구원은 경수형 SMR인 SMART와 비수냉각형인 액체금속로, 초고온가스로, 용융염원자로 형태의 SMR에 대한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 또한 구비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개발하고자 하는 SMR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종합적인 연구·개발·검증의 수행이 가능하다.

주 원장은 “기술개발이 완료된 SMART의 경우에는 2020년대 조기 시장 진출을 위해 민간기업과 협력하여 기술수출을 추진 중이며, 아울러 다양한 SMR에 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원이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경쟁력 높고 상품성 있는 SMR을 가지고 사업전략을 마련하여 속도감 있게 SMR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주 원장은 마지막으로 원자력 분야에서 불철주야 땀을 흘리고 있는 연구원들과 원자력산업계에 종사자, 특히 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주 원장은 “원자력연구원을 포함한 원자력계 산·학·연 종사자들 모두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탈원전 정책으로 적지 않은 시련을 겪었다”며 “그러나 오히려 국민들이 원자력의 장점과 필요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 또한 사실”이라며 문재인 정부 시절 고초를 겪은 종사자들과 학생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주 원장은 “원자력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힘을 합치고 모두가 백방으로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원자력의 역사에서 여러 차례의 위기와 시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해 온 원동력은 우리 원자력인들의 국가에 대한 열정과 국민에 대한 헌신이었다”고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주 원장은 “탈원전이라는 암흑기를 지나 원자력 생태계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발판이 다시 조성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로 도약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하자”며 희망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경력사항
△ 서울대 원자핵공학 학·석사 
△ Purdue대학교 원자핵공학 박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2004년~2022년) 
△ 미국 원자력학회 석학회원(Fellow)(2015년~) 
△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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