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전문가에게 묻다③]조성경 명지대학교 교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발생량 감소 등으로 2016년 마련된 관리정책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되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의 재공론화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전문가그룹 의견보고서> 온라인토론회를 지켜본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원전지역 주민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일방통행 소통과 밀실행정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토론회를 지켜 본 원자력계 안팎에서는 “재검토위원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월성원전 포화시점 산정이나 맥스터 추가건설 여부 등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전문가 합의에도 난항을 겪은 문제를 일반인이 참여한 공론화에서 결론을 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전문가 의견수렴은 사용후핵연료 관련 전문적 의제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하기 위한 것으로, 의견수렴 결과가 공정하고 균형있게 도출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으며, 전문가들 입장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재검토위원회는 전국민 원전 소재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위한 본격적인 시민참여형 조사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중장기 정책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추가 확충에 대한 의견수렴 시민참여단 모집을 위해 2만여명을 대상으로 전화를 활용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시민참여단의 참여의사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11주년 특집호(제250호)에 <‘뜨거운 감자’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전문가에게 묻다>라는 주제로 가장 바람직한 공론화 추진을 위한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고견을 지면에 담아냈다. <편집자 주>

조성경 명지대학교 교수
조성경 명지대학교 교수

어떻게 하면 사용후핵연료와 공론화가 낯설지 않게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2013년 10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출범하면서 절감한 과제다. 위원회에게 주어진 미션은 공론화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토대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을 만드는 것이었다.

의견이란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어떤 대상을 이해해야 의견도 말할 수 있다. 당시만 해도 국민에게 사용후핵연료는 단어조차 처음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핵심 통로는 언론이다. 지금이라면 유투브 방송을 시작했겠지만.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마스터플랜을 작성했다. 공론화 목적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본원칙은 ▲책임성 ▲투명성 ▲숙의성 ▲통합성 ▲회귀성으로 논의주제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가’였다.

또 논의전제는 첫째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논의를 제한하지 않으며(단, 상위정책인 에너지정책과 관련된 사항은 존중), 둘째 사용후핵연료관리시설의 부지확보와 지역지원에 관한 사항은 향후 정책추진에 필요한 기본원칙과 방향만을 검토·논의, 셋째 논의의 역사성과 연속성을 감안해 사용후핵연료공론화TF와 정책포럼등을 통해 도출된 그간의 논의결과를 최대한 존중하자는 것이었다.

전문가로부터 전문가검토그룹회의와 해외전문가 워크숍, 토론회, 간담회를 통해 배우고, 의견을 들었다. 원자력계는 전문가도 아닌 위원회가 뭐건 한다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떠든다고 발표 중 모욕을 주기도 했다. 물론 원전산업계는 달랐다.
 
소비자단체와는 8차례 라운드테이블로 만났지만, 환경단체와는 비공식을 전제로 몇 차례 이야기 나눈 게 전부다. 그래서 시민사회계 주최 관련 토론회에서 나온 논의를 취합했다. 언론을 통해 환경단체의 의견도 들었다.

원전지역 지자체장 및 지방의회 간담회를 실시했다. 지자체 선거가 위원회 출범 후 8개월 뒤여서 토론회는 계속 뒤로 밀렸다. 가장 아픈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위원회의 성과 창출이 아무리 중요해도 지자체 의원인 원전지역 위원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일을 강행할 순 없었다.

국민들에겐 녹취록 공개, 설문조사, 타운홀미팅, 주부정담회, 대학생 토론회, SNS 시민기자단, 광고, 브로셔, 동영상, TV토론회, 신문좌담회, 공론조사로 다가갔다. 오픈 뉴스레터도 발간했다. 국회의원실도 찾아다니며 설명했다. 그래도 국민들에게 바짝 다가가는 건 한계가 있었다.

기자들을 쫓아다녔다. 기자들이야 말로 국민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주체였다. 기자의 첫 마디는 “사용후핵연료가 뭐죠? 공론화라구요?” 냉소적이었다. 처음 알았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어려운 일이 기자에게 관심 없는 문제를 설명하는 것이라는 걸. 미디어가이드북을 만들고, 논설위원 대상으로 언론포럼도 열었다. 욕도 먹었다. 그래도 틈만 나면 의견을 구했다. 차츰 기자들이 묻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예리한 질문은 여론을 가늠하는 잣대였다. 수업시간 제외하곤 전화는 무조건 받아 답했다. 숨기지 않았다. 논의는 했으나 말할 수 없는 사안도 있었다. 그럴 땐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2051년 처분시설 운영, 2020년 URL부지 선정, 2030년 실증연구 시작’이란 권고를 발표한 날 한 명의 기자도 그게 뭐냐 묻지 않았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뭘 비판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도했다. 국민들도 알았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고마웠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움직이고 있다. 공론화위원회의 의견공유 과정과 권고내용이 미흡하다고 2019년 5월 출범했다. 7년 전에 비해 온라인 활용여건도, 정권의 뒷받침도 든든해졌다. 논의할 내용도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란 단어에 불편함 느끼는 국민도 줄었다. 원전지역과 의견 나누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도 낮아졌다. 절호의 기회다.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오래 갈 동력을 만들 수 있는 것. 잘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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